[인터뷰] 강영권 에디슨모터스 회장
쌍용차를 테슬라 능가하는 자동차회사로 만들겠습니다
인수자금 1조5000억~1조6000억원
투자 유치로 8000억원 조달할 것
나머지는 내년 초 자산 담보로 마련
에디슨모터스의 전기차 기술 접목해
2030년까지 전기차 30종 출시할 것
“쌍용차를 인수해 폭스바겐, 테슬라 같은 회사와 당당히 경쟁해 이기고, 미래차 시장에서 살아남을 기업으로 만들겠습니다.”
경영위기에 빠진 쌍용차의 구원투수로 떠오른 전기상용차 생산업체 에디슨모터스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서울회생법원은 11월 3일 에디슨모터스와 쌍용차가 체결한 양해각서(MOU)를 허가함에 따라 에디슨모터스는 2주간 쌍용차에 대한 정밀 실사를 진행 중이다. 이후 실사 결과를 토대로 에디슨모터스는 쌍용차 인수 본계약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이에 서면 인터뷰를 통해 에디스모터스 강영권(63) 대표이사에게 자금 조달, 구조조정 등 쌍용차 인수계획에 관해 들어봤다. 강 대표는 1985년 KBS 입사 후 1991년 SBS로 이직해 ‘그것이 알고 싶다’ 담당 PD를 거쳐 사업가로 변신, 2017년 에디슨모터스를 출범해 서울시 전기버스 판매량 1위(지난해 기준)를 차지하는 등 자동차업계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서울회생법원이 에디슨모터스와 쌍용차가 체결한 양해각서를 허가하면서 인수작업이 본격화됐는데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쌍용차를 회생시켜 세계적 자동차 회사들과 경쟁해 이길 수 있는 전기자동차 회사로 만들려면 정말 열심히 더 노력해야 한다. 한 마디로 ‘고생길이 열렸구나’ 하는 느낌이다. 인수자금뿐 아니라 운영자금을 준비했고 추가로 더 자금을 조달할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 900억원을 기록한 에디슨모터스를 두고 일각에선 쌍용차 인수 및 운영자금 부족을 우려하고 있다
쌍용차 인수에 필요한 자금은 1조5000억~1조6000억원 수준으로 추산하고 있다. 에디슨모터스·쎄미시스코 등 전략적 투자자(SI)들이 4000억원을 부담하고 KCGI·키스톤 등 사모펀드들로 구성된 재무적 투자자(FI)들로부터 40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다. 그렇게 해서 회사를 운영하면 2조원 정도 건전자산을 확보할 수 있다. 내년 1월 말에서 2월 초쯤 인수가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하는데, 그 시점에 자산을 담보로 금융권에서 7000억~8000억원을 대출받고자 한다. 2조원 중 회생채권 등을 제외해도 1조2000억~1조3000억원 정도는 평가받을 테고, 이를 기준으로 70~80% 담보대출은 문제없다고 판단한다.
10월 22일 기자간담회에서 “2조원 규모의 쌍용차 자산을 담보로 KDB산업은행이 7000억~8000억원을 대출해주면 좋겠다”고 한 발언이 보도되자 같은 날 산은 측이 “인수 관련 협의 전 에디슨모터스가 산은 지원의 당위성·필요성을 일방적으로 주장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날을 세웠는데
기자간담회 발언은 쌍용차 정상화에 필요한 자금 확보방안 중 하나인 산업은행에 대한 대출 기대감을 표명한 것이다. 지원해 달라는 것이 아니라 자산을 담보로 대출해줬으면 한 것이다. 산업은행은 채권자로서 에디슨모터스가 쌍용차를 실질적으로 인수할 능력과 앞으로 잘 끌어갈 능력이 있는지 탐색하고 있을 것이다. 이동걸 산은 회장도 “회생계획이 충실하다면 정부와 산은, 쌍용차, 쌍용차 본사가 있는 평택시가 모두 힘을 합쳐야 한다”고 말하지 않았나.
쌍용차 정상화 방안은 무엇인지
내연기관 자동차 회사들이 친환경체제로 속속 전환하고 있다. 전기차 기술이 없는 회사가 쌍용차를 인수해서 전기차로 만들려면 차종 하나의 연구개발비만 해도 3000억원에서 5000억원이 들어간다. 반면 에디슨모터스는 그게 다 준비돼 있다. 수년간 전기차 관련 핵심 기술인 모터, 배터리, 전자제어, 자율주행 등에 투자해 다 준비해놓았기 때문에 다른 회사들의 3분의 1 또는 4분의 1 정도의 비용으로 전기차를 개발해서 판매할 수 있다.
쌍용차를 인수한 후 내년까지 10종, 2025년까지 20종, 2030년까지 30종의 전기차를 출시할 계획이다. 에디슨모터스가 개발한 스마트 플랫폼을 쌍용차의 바디에 맞도록 역설계해서 세계 모든 소비자가 사고 싶어 하는, 멋진 디자인과 좋은 품질의 차를 만들고자 한다. 현재 쌍용차 공장 1~3라인 중 가동을 중단한 2라인을 정비해 전기차를 생산할 것이다.
에디슨모터스의 전기차 기술력은 어느 수준인지 설명한다면
에디스모터스는 전기차를 주로 생산하는 회사로서 배터리 모터 전자제어 등의 기술력이 뛰어나다. 9월부터 판매하는 직행좌석 전기버스는 환경부 공식 인증 기준(72km/h 정속주행)으로 방전심도(Depth of Discharge, DOD) 92% 사용 시 475km를 주행하였으며 DOD 100퍼센트 기준으로는 500km를 주행하는 세계 최고 품질의 전기버스다.
에디슨모터스의 전기차 기술을 활용하면 1회 충전 주행거리가 450~800km가 되는 전기차 생산이 가능하다. 단종된 체어맨에 에디슨모터스가 개발한 전기자동차 플랫폼을 장착하면 한 번 충전 시 800km를 주행하는 전기승용차를 2년 이내에 출시할 수 있다.
고용 승계는 어떻게 추진하려 할 계획인가
가능한 승계할 계획이다. 구조조정을 거친 후 연 10만~15만대밖에 생산하지 못한다면 매년 적자 3000억~4000억원이 나게 된다. 그러면 어떻게 기업을 끌고 가겠나. 쌍용차를 회생시키려면 연간 30만~50만 대 이상 생산해서 판매하는 회사로 만들어야 한다. 현재 쌍용차 노사가 ‘고정인건비를 줄이겠다’고 협약해서 생산직 50%를 1년씩 휴직시키면서 1교대 근무를 하고 있다. 1교대로는 아무리 많이 생산해도 한 달에 8700대 정도밖에 생산하지 못한다. 오히려 2교대나 3교대로 풀가동해 내연기관 자동차는 연 10만~25만대, 전기차는 연 5만~20만대, 하이브리드차도 연 5만~10만대를 각각 생산해 판매해야 쌍용차가 회생할 수 있다.
인력을 더 채용할 가능성도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쌍용차 인수뿐 아니라 쌍용차와 함께 유럽이나 미국의 회사를 인수해서 연간 30만대를 생산해 판매하는 세계적인 전기자동차 회사로 만들겠다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 그러려면 지금 있는 쌍용차 임직원들도 다 승계해야 하고 미국·유럽 등에 파견할 인력을 더 채용해야 한다. 물론 생산효율이 극히 낮은 이들까지 껴안고 갈 생각은 없다.
일부에서 오해하는 것처럼 구조조정으로 고정비를 줄인 다음 기술을 빼가고 땅이나 장비를 팔아먹으려고 인수하려는 것은 아님을 알아줬으면 한다.
평택시민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일각에서 “인수할 능력도 없으면서 마치 새우가 고래를 삼키려고 한다” 는 언급도 있던데 그건 정말 몰라서 하는 이야기다. 앞서 쌍용차에 투자했던 대우그룹·쌍용그룹 등 국내기업도 상하이자동차·마힌드라 등 외국기업도 쌍용차를 지켜내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쌍용차는 자체 성장 역량을 확보하지 못해 현재에 이르렀다.
어려운 상황에 처한 쌍용차를 어떻게 회생시킬 수 있을지 1년 넘게 숙고해왔다. 쌍용차를 인수해서 디자인과 품질이 좋으면서 가격 경쟁력까지 뛰어난 전기자동차를 만들고 판매해서 테슬라, 폭스바겐, 토요타, GM 등 세계적인 자동차 회사와 당당히 경쟁해 이길 수 있는 미래 자동차회사로 만들겠다는 신념으로 쌍용차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인수 과정이 마무리되면 쌍용차를 회생시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전기차회사로 성장하도록 모든 정열을 바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