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기지 주민 피해 외면하는 평택시에 분노한다

2021-10-27     평택시민신문
임윤경 평택평화센터 센터장

70여 년을 미군과 이웃하며 살아온 곳이 평택이다. 같은 지역 공동체 안에서 함께 살아간다는 건 여러가지 문제를 안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코로나19 상황에서도 미군 확진자와 평택 확진자를 따로 구분해야 한다거나 미군 확진자를 따로 공지해야 한다는 등의 다양한 의견이 나오는 이유도 같은 지역 공동체 안에 함께 생활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한미군 대부분이 주둔하고 있는 평택이란 지역 공동체. 시내를 걷다 만나는 열 명 중에 한 명은 반드시 미군이거나 미군 가족이다 보니 어떻게든 주한미군으로 인한 영향이 불가피 할 수 밖에 없다. 미군 비행장으로 인한 소음에 시달리고, 미군 범죄로 사건·사고 피해 당사자가 되고, 환경오염으로 위험에 노출되고, 미군의 노마스크에 불안을 토로하는 시민들이 지역 공동체 안에서는 당연히 존재하게 된다. 때문에 지역 공동체 안에서는 미군으로 인한 주민피해를 줄이거나 해결하는 기구나 정책이 반드시 필요하다.

현재 운용 중인 평택시의 미군 관련 행정부서는 한미국제교류과, 국제교류재단, 경기도-미8군 한미협력협의회, 평택소파SOFA국민지원센터가 있다. 특히 한미국제교류과는 평택시 행정기관으로서 미군으로 인해 발생한 ‘갈등관리와 조정’, ‘협력과 상생방안’이라는 두 가지 목적으로 구성됐다. 평택 주민이 가장 쉽게 다가갈 수 있는 행정부서이기도 하다. 미군기지 때문에 주민 피해가 발생했을 때 주민들에게 안전한 관계망이 지속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하며 피해 주민들이 사회적 고립과 단절을 겪지 않도록 공백과 격차를 메우는 업무를 담당하는 곳이 바로 한미국제교류과다.

한미국제교류과 올예산 52억원
친선교류·협력사업에만 편중돼
피해주민 지원예산은 아예 없어

그렇다면 올 한해 한미국제교류과는 어떤 일들을 진행했을까. 예산편성을 통해 살펴보자. 한미국제교류과에는 올해 예산으로 52억2700만원이 편성됐다. 세부내역을 보면 한미 우호 증진을 위한 평택평화·안보포럼 2억7000만원, 한미 민간교류협의회 운영 450만원, 한미 안보 관련 주요 지휘관 교류 행사 2000만원, 주한미군아카이브위원회 운영 300만원 등이 있다.

한미친선 한마음축제 1억2000만원, 한미어울림축제 2억9000만원, 평택 주한미군 우정의 날 1억원, 굿네이버 투어 1억1000만원, 찾아가는 음악회 9000만원 등 각종 행사 예산 그리고 국제교류재단 출연금 36억7324만원이 포함됐다. 종합해 보니 모든 예산이 친선 교류와 협력 사업에만 쓰인다. 즉, 평택이란 지역 공동체 안에서 미군기지로 인해 발생한 주민 피해는 공공의 지원이 아닌 개인의 몫으로 남아 있다는 의미다. 평택시민의 한 사람으로 세금을 이렇게 편중해 쓰는 것에 분노한다.

지방자치단체의 재정민주주의는 재원의 배분과 조세 부담의 방법을 주민의 의사에 기초해 결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넓게는 납세자인 주민에게 재정주권이 있음을, 좁게는 평택시의 재정활동이 주민의 대표기관인 시의회의 의결에 따라 이뤄짐을 뜻한다. 그렇다면 평택시 한미국제교류과의 편중된 예산 편성은 주민 개개인의 재정주권을 인정하지 않는 일이며 주민의 대표기관인 시의회의 의결이 주민들의 의사에 반했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다. 피해주민을 구제할 수 없는 지역사회라… 무서운 현실이다.

미군기지와 70년을 넘게 살아오는 동안 평택시 행정은 미군과 상생하기 위해 줄곧 노력해왔다. 하지만 미군기지로 인한 주민 피해를 줄이고 평택시가 떠안아야 할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방향에 대해서는 어떠한 자원도 할애하지 않았다. 당연히 피해주민에 대한 다양한 지원정책과 구제제도는 아예 찾아볼 수 없다.

한 사회의 공동체 회복력은 공동체의 역량과 자원이 공동체 구성원들에게 나누어질 때 가능하다 했다. 미군기지로 인해 피해를 입은 주민들은 경제적 어려움보다 홀로 문제를 감당하는 것이 더 힘들다고 호소하고 있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평택시는 미군기지로 인해 발생한 ‘피해주민 구제제도’와 미군기지로 인한 ‘갈등 관리·조정’의 구체적인 사업 설계와 전달서비스 체계를 구축하는 데 예산을 편성해야 한다. 그것이 평택이란 지역공동체가 지역 주민들의 아픔과 고통을 나누고, 평택시가 주민들의 넓고 튼튼한 안전망이라는 본래의 역할을 다하는 첫 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