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운산 산골짜기에 살아남은 둠벙
박환우와 떠나는 생태기행 20
개발행위 우후준순 진행되는
백운산 일대 녹지축 보전해
백운산-죽백동 배다리생태공원-용이동
연결하는 생태 녹지축 마련 필요
백운산(189m)은 고성산에서 남쪽으로 연결되는 산줄기이다. 백운산의 서쪽은 청룡천, 통복천 유역이고, 동쪽은 승두천으로 흘러간다. 월곡동 골짜기는 통복천의 지류인 청룡천의 발원지이다. 월곡동에는 낚시터로 주로 이용되고 있는 월곡저수지가 자리잡고 있다. 그리고 백운산 너머 동쪽 골짜기는 안성시 원곡면 반제리, 주정마을이 자리잡고 있다. 반제리에는 ’반제저수지‘ 낚시터로 더 알려진 운수저수지가 자리잡고 있다. 원곡면 반제마을에도 카페, 숙박시설이 있고, 전원주택 단지 개발이 활발하게 추진중이다. 반제저수지에서 흘러내리는 물은 안성 공도읍 승두천을 통해 안성천으로 합류한다. 9월초 주말 저수지 낚시터 좌대에는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백운산 자락에 조용하던 농촌마을인 월곡동은 1970년 경부고속도로가 월곡마을과 백운산 사이를 가로질러 건설되어 자동차 소음으로 고통받고 있다. 백운산 등산로에 접근하려면 월곡마을회관 앞 도로를 달려 고속도로 아래 동굴처럼 보이는 하부 굴다리를 통과해야 한다. 굴다리를 지나면 백운산이 양팔을 벌려 포근하게 안아준다. 비전1동에도 이런 산골이 남아있다니 다행이다.
백운산은 수십년된 숲이 울창하고, 경사가 완만한 서쪽 산기슭에는 배나무 과수원들이 자리잡고 있다. 산에서 만난 산호랑나비를 따라 콘크리트 농로를 걸어 내려가니 산골짜기를 따라 계단식 다랑이논들이 펼쳐진다. 백운산 숲에서 흘러내리는 물만으로는 논농사에 물이 부족하다. 물이 귀한 천수답 농사를 하는 월곡동 농민들을 위해 평택시 농업정책과는 농업기반시설로 논마다 100미터 깊이 지하수를 퍼올리는 관정을 설치해 지하수를 농업용수로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었다.
산골 계단식 논마다 물을 가두기 위해 흙을 쌓아 만든 논두렁은 등고선처럼 구불구불 멋진 곡선이다. 푹신한 논두렁을 걸어보니 어린시절 부모님 따라 논길을 걷던 생각이 난다. 좁은 논두렁을 걸어갈 때는 발끝에 집중해야 한다. 발을 헛디디면 미끄러져 물이 있는 논으로 빠지거나 논둑 아래 도랑으로 떨어질 수 있다. 한가하게 논둑 길을 따라 걸어보니 고라니 똥이 많이 보인다.
추석이 다가오자 벼가 제법 익어 고개를 숙이고 있다. 무게감이 있는 벼 이삭이 가을 바람결에 흔들리며 춤을 추는 모습이 태평무 춤사위에서 볼 수 있는 여인의 치마폭처럼 우아하다. 백운산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즐기며 논두렁을 걷다가 작은 연못을 발견했다. 다랑이논에 부족한 물을 저장하기 위해 만든 둠벙이 남아있다. 요즘 사람들은 ‘둠벙’이라는 말을 처음 듣는다고 한다. 산골짜기 논에 자연스럽게 샘이 솟는 자리를 찾아내서 둠벙을 만든다. 이 둠범은 농업용수로 이용될 뿐 아니라 고라니, 백로, 개구리, 드렁허리, 우렁이, 수서곤충 등 다양한 수생생물이 살아가는 생태연못으로 주목받고 있다. 천수답에 물을 공급하기 위해 지하수를 이용하는 관정 보급이 늘어나면서 둠벙은 사라지고 있다.
백운산 서쪽, 남쪽 자락에 자리잡은 월곡동, 청룡동, 죽백동, 용이동은 전통적인 농업지역으로 조선후기에는 양성현 소속이었고, 1914년 안성군으로 통합되었으나, 1983년 행정구역 경계조정으로 안성군에서 평택군으로 편입됐다. 조선시대 양성현 소속인 평택 월곡동, 청룡동, 죽백동, 용이동, 소사동과 안성 원곡면, 공도읍 지역이 동일 생활권으로 확대되는 흐름이다.
청룡천 동쪽에는 죽백동, 서쪽에는 월곡동, 청룡동 마을이 자리 잡고 있다. 비전동, 동삭동 아파트 단지 인구가 증가하면서, 원곡 방면 국도 45호선 도로변 과수원을 개발하여 식당, 카페 등이 늘어난다. 소사벌지구 택지개발사업에서 제외되었던 죽백동 과수원 지역에 민간도시개발사업이 추진되고, 전원 단독주택 개발행위가 우후죽순으로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백운산을 중심으로 펼쳐진 녹지축을 보전할 수 있는 대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경부고속도로와 백운산 능선 사이에 삼태기 모양으로 고립된 골짜기 논 습지의 자연생태계와 과수원으로 단절된 숲을 잘 복원하여 공원으로 조성하면 아파트 빌딩 숲으로 삭막해진 비전1동 지역의 ‘둠벙’처럼 소중한 공간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산이 부족한 평택에 백운산에서 죽백동 배다리생태공원과 용이동으로 녹지축을 연결하여 최소한의 자연생태계를 유지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는 도시계획 구상이 필요하다. 안성에서 평택으로 편입된 백운산을 중심으로 월곡동과 반제리 일대를 안성시와 협의하여 공원으로 조성하는 것은 안성천으로 인하여 오랜 갈등이 있는 평택과 안성 시민들이 상생할 수 있는 협력사업으로 추진할만하다.
백운산 중심 월곡동과 반제리
일대는 안성시와 협의해 공원
조성하는 상생협력 추진할 만
백운산에서 발원한 청룡천은 월곡동과 죽백동 사이 골짜기를 따라 서남쪽으로 흘러 청룡동을 통과하고 통복천에 합류해 안성천으로 흘러간다. 청룡천 정비사업으로 하천에 자전거 도로를 설치하여 통복천까지 안전하게 연결된다. 세교동, 동삭동 주민들은 자전거를 타고 통복천과 청룡천을 따라 백운산까지 다녀올 수 있다. 최근 신도시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자 월곡동 농촌마을 주변에 새로운 월곡전원마을, 관동전원마을 등 전원주택이 계속 개발된다. 카페, 음식점이 들어오고 있다. 용이동 국도 38호선과 청룡동 국도 45호선을 연결하는 도로를 기존 2차선에서 4차선으로 확장하는 공사가 진행 중이다. 월곡동 마을에는 8미터 도로개설공사와 하수관로 공사가 진행 중이다. 비전1동 소사벌지구, 동삭지구 도시개발로 앞으로 월곡동, 죽백동 지역도 개발압력이 더 거세지고 도시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월곡동 산골까지 개발되기 전에 백운산을 중심으로 하는 공원 조성을 위해 평택, 안성, 경기도가 지혜를 모아야 한다.
박환우 환경전문기자·경기생태교육연구소 대표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