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세화 서면 인터뷰

“기지평택재배치 남북간 무력 경쟁 고취시킨다”

2004-09-22     양용동

-평택 방문은 처음이 아닌데, 최근 미군기지문제로 인한 평택상황을 알고 있나?


=평택은 이제 미국의 세계 군사패권 전략상 동북아의 전진기지가 되고 있다. 미국의 일방적 요구에 한국정부가 따름으로써 평택주민들의 생존권이 위협받게 된 것이다.


-미국이 미군기지 평택이전을 어떤 측면에서 접근하고 있다고 생각하나?


=미군기지 평택 이전은 두가지 함의를 갖고 있다. 하나는 동북아에서 대중국 견제를 위한 전진기지를 확보한다는 점이다. 이는 미군이 한반도 평화유지군의 성격에서 점차 동북아군의 성격으로 바뀌고 있다는 점을 말해준다. 또 하나는 북한의 방사정포의 영향밖에 있음으로써 유사시 미군의 활동 제약 요인을 없앴다는 점이다.


-미군의 평택이전과 재배치가 남북간 문제와 통일문제에 어떤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는가?


=남북간 힘의 관계에서 열세에 있는 북한이 더욱 위기의식을 갖게 된다는 점에서 남북간 무력 경쟁을 더욱 고취시킬 것이며, 따라서 남북간 관계나 통일 문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시민들은 정부가 밀어붙이기 식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느끼고 있다. 정부가 이 문제를 어떻게 접근하면서 풀어가는 것이 좋을 것이라 생각하는가?


=주한미군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미군은 앞서 말했듯이 한반도 평화유지군의 성격에서 세계군사패권전략상 동북아군으로 바뀌고 있다. 한반도 평화유지라는 명목이나 동북아군이나 모두 미국의 이익을 위한다는 점에선 같지만, 우리 처지에선 이를 달리 바라봐야 한다. 앞으로 중-미, 한-중 관계 등을 고려할 때 주한미군은 한반도 뿐만 아니라 동북아에서도 평화정착보다는 긴장강화 요인으로만 작용할 것이다.
정부는 오늘의 현실과 긴장하면서 중장기적으로는 주한미군이 이 땅에서 나가도록 국내외의 환경 조성을 위해 끊임없이 모색해야 한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피해를 보게된 평택 주민들에겐 납득할 수 있는 보상을 해주어야 한다.


-주민들은 이 문제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나?


=지구적으로 생각하고 지역적으로 행동하라. 이는 리우 환경회의때 구호였는데 오늘 평택주민들에게도 정확히 들어맞는다고 생각한다.      

      
-똘레랑스 측면에서 본다면 정부와 주민간 갈등의 해법은 있나?


=정부가 주민의 의사를 묻지 않고 일방적이었다는 점에서 이미 정부가 앵똘레랑스를 저질렀다. 이제라도 정부는 주민의 요구를 경청하고 수용해야 마땅하다.


-국가보안법 개폐문제가 화두다. 개인적인 의견을 밝힌다면?


=미군이 한반도 평화를 담보하는 대신 미국의 이익만을 위해 존재하듯이 국가보안법은 국가를 보안하는 대신 정권 안보를 위한 무기에 지나지 않았다. 
이분법적 구도 속에서 국가폭력을 합법화시켰고, 사회구성원들을 사상적 반신불수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했다. 합리성 대신 집단적 광기로 몰아간 악법은 당연히 사라져야 한다. 이미 늦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