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백은희 소리사위예술단 예술감독
한국무용 올곧게 걸어온 예술혼이 아름답게 꽃피다
대구국악제 전국경연대회에서
대통령상으로 명인 반열 올라
백은희(44) 소리사위예술단 예술감독이 ‘제32회 대구국악제 전국국악경연대회’에서 전체 대상인 대통령상을 받았다. 대회에서 백 감독은 ‘한영숙류 태평무’를 추며 자신의 내공과 예술혼을 아낌없이 선보였고 심사위원들로부터 “단아하고 위엄 있으며 빠른 발동작과 절제된 전체 움직임이 조화로워 기품이 돋보인다”는 극찬을 받았다.
경기도 무형문화재 제8호 승무·살풀이 이수자인 어머니 고희자 소리사위예술단장의 영향으로 4살 때 무용을 시작한 이래 40년간 그는 올곧게 앞만 바라봤다. 그리고 대한민국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대회에서 대통령상을 거머쥐며 우리 국악계에 새로운 시대를 열어갈 명인의 탄생을 알렸다.
이처럼 큰 상을 받은 걸 축하드리고 싶다
대통령상 수상이 아직도 꿈만 같다. 정말 많은 분이 축하해주셔서 기쁘기도 하고 코로나19로 힘든 시기에 평택시민에게 좋은 소식을 전할 수 있어 행복하다. 무엇보다 어머니에게 감사드리고 싶다. 대회가 열리던 대구 두류산에 절이 하나 있는데 그곳에서 불공을 드리고 기도해주셨다. 이런 어머니의 정성 덕분에 좋은 성과를 낸 것이라 생각한다.
4살 때 무용을 시작했다고 들었는데
어린시절을 어머니가 운영하던 무용학원에서 보냈다. 무용은 일상이었기에 제게 무용은 당연히 하는 그 무엇이었다. 자연스럽게 무용을 배우고 대회에도 나가고 … 어릴 때에는 무대에서 춤추는 게 마냥 좋았다. 그러다 대학을 졸업하면서 관객의 시선을 느끼고 그들과 호흡하는 순간에 희열을 느끼고 즐기게 됐다. 무형문화재 선생님들에게 춤을 사사하며 “춤 잘 추네” 칭찬을 듣고 인정받는 보람도 컸다.
무용을 계속하게 해준 가장 큰 원동력 중 하나는 제자들이 아닐까 생각한다. 20살 때부터 학원에서 학생들을 지도했는데 그들의 성장과 변화에 지루할 틈이 없었다. 제자들이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모습을 보면서 내가 수상한 것보다 기뻤다. 그들에게 뭔가 나눠줄 수 있다는 사실이 춤을 계속하는 보람이었다. 혼자 춤을 췄다면 현재까지 오지 못했을 거다.
큰 대회다 보니 준비도 남달랐을 거 같다
네 살박이 아들을 재운 뒤 밤마다 연습실로 내려와 연습했다. 애가 깰까 봐 음악소리도 낮추고 불도 하나만 켠 어두운 공간에서 몇 시간 동안 춤을 줬다. 거울을 보며 시선 처리, 손끝 등을 가다듬어가며 수십 번 수백 번 동작을 반복했다. 아무도 봐주지 않는 어둑한 공간에서 그렇게 춤추다 보면 어느 순간 깊은 외로움이 느껴졌다.
한국무용은 어떤 특징이 있는가
한국무용도 승무, 살풀이, 태평무, 북춤 등 다양하고 춤마다 특색이 다르다.
살풀이나 승무 같은 경우에는 낮췄다가 펴는 굴신(屈伸) 자세가 매우 중요하다. 몸을 낮출 때 그냥 무릎을 구부리는 게 아니라 물이 흐르는 듯하면서 무게감이 느껴져야 한다. 몸을 펼 때도 그냥 단순하게 ‘탁’ 들어올리는 게 아니라 살짝 들어올린 옷자락 사이로 버선이 보일 듯 말 듯 섬세하고 우아해야 한다. 이런 동작을 유려한 선으로 이어가며 표현하는 것이 바로 한국 무용이다. 손끝의 미묘한 움직임, 시선을 어디로 두느냐의 차이, 버선을 신은 발끝의 작은 움직임 등 아주 작은 디테일이 모여 춤이 완성된다.
반면 북춤 같은 경우는 춤사위에 힘과 역동성이 넘치면서 신명이 남다르다.
좋아하는 한국무용을 꼽는다면 무엇인지
북춤이나 장고춤처럼 신명 나는 춤, 두들기는 춤을 좋아한다. 원래 성격이 내성적인데 춤출 때는 반대다. 무대에서 자신을 꺼내 표현하고 발산하는 경향이 있다.
앞에서 네살 된 아들이 있다고 했는데
결혼을 마흔살에 했다. 춤만 추며 살다 보니 서른을 훌쩍 넘겼더라. 아침에 학교에 가고 밤 11시 넘어 집에 오니 누굴 만날 시간도 없었다. 37살에 선배언니 소개로 남편을 만났다. 저도 바빴고 서울에서 연출을 하던 남편도 바빴다. 그런 과정에서 차근차근 서로를 알아가며 3년의 연애 끝에 결혼했다.
아들을 낳고 키우다 보니 주위에서 부드러워졌다는 소리를 듣곤 한다. 제자를 지도할 때 엄격한 편인데 어딘가 달라진 게 있었나 보다. 제자들이 “예전에는 정말 무서웠는데 요즘 유해지셨어요”라고 한다.
올해 광복절에 새로운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던데
올해 소리사위예술단 창립 26주년을 기념해 평택시문화재단과 함께 8월 13~15일 1시간짜리 무용극(웃다리 1945)를 무대에 올릴 계획이다. 몸짓으로 대사와 이야기를 관객에게 전달하기가 사실 쉽지 않다. 무대에 오르는 남녀노소 무용수들이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표현하고 여기에 음악과 무대가 조화롭고 완벽하게 어우러져야 한다. 현재 3차 기획회의가 끝난 상태이며 다음주부터 본격적인 연습에 돌입한다.
백은희 예술감독을 말할 때 어머니 고희자 단장을 빼놓을 수 없다
존경하고 사랑하고 나중에 저렇게 나이 들었으면 하고 바라는 분이다. 그래서 휴대전화에 어머니 번호를 ‘내 인생의 롤모델’이라고 저장해놓았다. 어머니로부터 배운 것들을 바탕으로 아름다운 춤꾼, 향기로운 춤꾼, 진실된 춤꾼으로 살아가겠다.
오래 전부터 바라왔던 꿈이 있다고 들었다
평택에서 자라 평택에서 춤을 췄다. 고향 평택에서 문화예술을 연구하고 계승하며 꽃피우고 싶다. 그래서 평택시립예술단이 꼭 생겼으면 좋겠다. 문화예술에 재능 있는 평택 청년들이 왜 평택이 아닌 다른 곳에서 활동해야 하는지 너무 안타깝다.
한국관광공사의 한국홍보영상에 등장해 널리 알려졌던 타악그룹 ‘진명’은 평택의 젊은이들로 구성된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런 재능있는 청년들이 평택에 뿌리를 두고 전국으로 나갈 수 있게 해줘야 한다. 제자들을 위해 책임감을 갖고 뭔가 해야할 때라고 생각한다. 지역사회에 목소리도 내고 시립예술단의 필요성도 알릴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