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천동 멋집맛집 해류뭄해리
꽃향기 그윽해
무릉도원이 따로 없네
싱그러움이 더해가는 봄과 여름 사이, 향긋한 내음과 부드럽고 고급진 맛으로 떠오르는 카페가 있다. 소사벌 들판을 양옆으로 달려 도착한 유천동 ‘해류뭄해리’. 평택시청에서 5분 거리이지만 드넓은 논이 찾는 이의 가슴을 시원하게 열어주는 곳이다. 카페 안팎으로 꽃과 식물이 가득하고 시선이 머무는 곳마다 그림이며 색색깔 꽃차가 놓여 있어 여유가 흐르는 공간이다.
꽃차 소믈리에 과정 등 5년 공부
‘해류뭄해리’는 정영란(61) 대표와 아들 강성종(31)씨 두 사람이 운영한다.
평소에 꽃밭 가꾸기, 된장·고추장 장담그기, 장아찌·효소·식초 만들기를 즐기던 정영란 대표는 2016년 평택시농업기술센터에서 김영란 꽃차 명인이 강의하는 꽃차 과정을 수료했다. 그 후 5년여에 걸쳐 꽃차 소믈리에 등 꽃차 관련 자격증을 취득하고, 전북 완주에서 전통식초 담그는 법을 정식으로 교육받았다.
그즈음 서울 동대문에서 세련된 감성이 필요한 일을 하던 아들이 잠시 일을 쉬고 휴식할 겸 집에서 지내게 되었다. 아들과 대화를 나누며 엄마는 전통차와 꽃차를, 아들은 커피와 에이드 등을 맡아 카페를 열기로 계획했다. 계획은 착착 진행되어 집 앞 빈터에 남편이 아들과 건물을 지었다. 한옥 집짓기 기술을 배워 혼자서 2년 동안 카페 옆 살림집을 지어본 경험이 있는 남편이 전문 목수의 도움을 일부 받으며 건물을 완성했다. 그렇게 해류뭄해리는 지난해 11월에 문을 열었다.
카페 내부는 넓고 여유롭다. 고가 높은 천장에서 은은한 조명이 매력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곳곳에 놓인 식물들을 바라보면 차를 마시기 전부터 몸과 마음이 이완된다. 한쪽 편 유리창을 통해 꽃을 말리고 덖는 작업공간이 들여다보인다. 꽃차 재료 작업 대부분은 정 대표의 집에서 이뤄지지만 손님들이 꽃차 말리는 과정을 볼 수 있도록 공간을 만들었단다. 지금 방문하면 제철을 맞은 예쁜 팬지꽃 말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색, 향, 맛에 세 번 반해
해류뭄해리의 분위기를 눈으로 즐겼다면 이제 차를 마실 차례다. 색과 향, 맛으로 감동을 선사하는 이곳 꽃차 재료는 대부분 정 대표가 만든다. 특히 꽃차는 노지에서 직접 길러 사용한다. 그래서 향이 더욱 진하다. 직접 기르기 어렵거나 대량으로 키워야 하는 구절초·장미 등은 밖에서 사 온다. 정 대표는 “시중 꽃은 어디서 어떻게 자란 것인지 알 수가 없어 협회 회원들이 키워 판매하는 오염되지 않은 꽃을 사서 덖어 쓴다”고 말했다.
이렇게 직접 기르는 꽃은 완전히 피기 전 몽우리 단계에서 꺾은 뒤 깨끗하게 씻어 이틀간 덖어 습기를 제거한다. 이후 3~7일 동안 약불에서 은은하게 말리는 ‘잠재우기’를 거친다. 이런 인내의 과정을 거쳐야 그윽하면서 향이 진하게 우러나는 꽃차가 완성된다. 정 대표는 “꽃차는 시간”이라며 “시중에서 파는, 만드는데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는 건조차와 다르다”고 설명했다.
꽃이 피는 계절에 따라 봄에는 목련과 팬지, 여름에는 장미와 캐모마일, 가을에는 구절초, 국화, 맨드라미, 메리골드를 따서 꽃차 재료를 만든다. 지금 해류뭄해리에서는 봄에 따서 덖은 목련차가 핫하다. 목련차를 주문하면 투명한 유리 주전자 속에서 꽃이 피어나는 모습, 시간이 지나며 색깔이 우러나는 모습 그리고 진하면서 부드러운 차향까지 세 차례에 걸쳐 반하게 된다. 목련차는 비염과 해수 기침, 목에 좋으니 일교차가 큰 요즘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메뉴다.
쌍화차, 대추차, 생강차. 전통차도 손님들이 많이 찾는다. 쌍화차는 법제한 재료를 사용한다. 설탕 단맛과 전분 성분 등을 넣어 걸쭉한 쌍화차에 길들여진 입맛에는 다소 쌉쌀하고 묽게 느껴질 수 있지만 제대로 만들어 고급지다. 대추차는 설탕을 사용하지 않고 대추만을 달여 달콤하면서도 향이 진하다. 대추는 경북 경산에서 온 것을 쓴다.
인삼차와 생강차 등 뿌리 차는 수증기로 익히고 말리기를 아홉 번 반복하는 ‘구증구포’ 방식으로 만든다. 특히 차에 띄우는 잣, 호두, 아몬드, 해바라기씨 등은 전부 한 번씩 볶아 구수한 맛을 더했다. 함께 나오는 구운 가래떡도 인기다. 정 대표가 직접 만든 수수 조청에 찍어 먹으면 맛있다.
여름엔 시원한 꽃차 에이드
기온이 오르면서 시원한 음료를 찾는 사람을 위한 에이드도 판매한다. 꽃차 에이드로는 팬지·장미·메리골드가 있고, 발효 식초를 넣은 오미자·블루베리·복분자 에이드, 착즙 에이드는 레몬·자몽이 있다. 특히 식초는 전통방식으로 빚어 2년 이상 숙성한 막걸리를 발효해 사용하는데 여기에 오미자·블루베리·복분자 등 각각의 재료로 만든 청과를 섞어 다시 6개월을 발효해야 비로소 에이드에 쓰일 수 있다. 색소는 사용하지 않고 오로지 재료 본연으로 색을 낸다. 그중에서도 보랏빛으로 신비로움을 자아내는 팬지 에이드가 최고 인기란다. 정 대표는 “보라색 팬지와 달리 노란 팬지는 발효하면 녹색 빛이 도는데 여기에 레몬을 넣으면 신기하게도 보랏빛으로 바뀐다”고 한다.
해류뭄해리 음료는 특히 손이 많이 가는 과정을 거치는 것 같다는 기자의 말에 정 대표와 아들 성종 씨는 “뭐든 대충 하지 못하는 성격 탓에 고생하는 거고요, 음료가 건강하고 맛있어야 일부러 찾아오는 위치라서 더 잘해야 한다”고 웃으며 대답한다. 이어 “앞으로도 깨끗한 재료로 건강한 음료를 만들테니 많은 분들이 오셔서 건강도 챙기고 꽃차의 맛과 매력을 알아갔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메뉴: 수제꽃차 목련·맨드라미·캐모마일·메리골드 6000원, 수제전통차 생강차 6000원, 대추차 7000원, 인삼차·쌍화차 8000원, 수제꽃차에이드 맨드라미 6000원, 장미 7000원, 딸기·토마토·오렌지주스 6000원, 에스프레소 3500원, 아메리카노 4000원, 카페라떼 5000원, 아포카토 6000원
■주소: 평택시 유천동 124
■전화: 010-2311-2624, 010-9961-1345
■운영: 오전10시~오후10시 (연중무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