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홍순경 국민건강보험공단 평택지사장

2021-05-20     안노연 기자

공단은 보험료 징수기관 아닌 시민의 건강지킴이

친정 같은 평택에서 정년 마치는 바람 이뤄져

올해 공단은 공공의료 강화 분위기 조성에 역점

평택지사는 줍깅 확산과 제도 안내 사업 추진

국민건강보험 평택지사가 지난 1월 25일 서정동 교보빌딩을 떠나 고덕국제신도시에 새로이 문을 열었다. 건축면적 830.81㎡,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 건물이다. 주차는 63대까지 가능하다. 사옥 이전에는 홍순경(59) 평택지사장의 노력이 있었다. 홍 지사장은 2002년부터 2006년까지 평택지사에서 부장으로 재직했다. 그만큼 구 사옥을 찾는 시민들이 느끼는 불편함을 잘 알고 있었다. 2016년 평택에 지사장으로 부임하면서 사옥 이전을 추진했고 2017년 고덕국제신도시에 부지를 확보했다. 2018년 안산지사장으로 발령받아 잠시 평택을 떠났지만 정년퇴임까지 2년여를 앞둔 지난해 7월 다시 평택지사장으로 돌아와 사옥 이전·개소를 마무리했다. 오랜 세월 근무한 평택에서 정년을 마치게 된 그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고덕신도시로 사옥을 이전했다

과거 평택지사가 입주해 있던 서정동 교보빌딩은 공공서비스를 제공하기에 적합하지 않았다. 입주 당시는 가장 좋은 건물이었을지 모르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주차도 불편하고 화장실이 좁아 평택지사를 찾는 시민들의 불편이 컸다. 그래서 평택지사장으로 머무는 동안 사옥을 마련하기로 마음먹고 2017년 8월 지금의 부지를 매입했다. 2018년 1월 안산지사장으로 발령받아 떠났지만 평택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겠다는 생각으로 지난해 다시 평택으로 돌아왔다. 지난해 12월 건물 준공을 마친 뒤 지난 1월 25일 고덕 사옥으로 이전했다. 새 건물인데다 역에서도 가깝고 주차공간도 많아 직원과 민원인 모두 좋아한다.

 

역점 추진 사업이 있다면

공단과 평택지사 차원으로 나눠서 살펴봐야 한다. 공단은 공공의료 서비스 확충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한국은 공공의료기관이 OECD 평균의 1/10 수준이다. 지자체마다 평시에 공공서비스를 제공하고 감염병 확산 시 환자 관리 기능을 할 수 있는 시설이 있어야 한다. 평택은 평택시립 노인전문요양원 한 곳뿐이다. 최소 두 곳은 필요하다.

평택지사 차원에서는 평생건강지킴이로 명명한 ‘줍깅’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줍깅은 달리거나 걸으면서 쓰레기를 줍는 캠페인이다. 평택지사는 방문고객과 대학생 등 사회적으로 캠페인을 확산할 수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진행한다. 신청자에게는 지사에서 제작한 조끼를 전달한다. 이 조끼를 입고 혼자 또는 가족과 함께 운동하며 쓰레기를 주우면 된다. 5월 17일부터 31일까지 1차로 진행하기로 했다. 참여하고 싶은 시민은 평택지사에 연락하면 담당자가 방법을 자세히 안내해준다. 방문고객을 대상으로 생활 속에서 유익하게 활용할 수 있는 건강보험제도를 안내하는 ‘주머니 속 생활 속 건강보험제도’ 안내지도 나눠주고 있다. 사업장에 필요한 것, 보험료 지출을 줄일 수 있는 방법 등 매주 새로운 주제로 제작하고 있다.

 

인구고령화가 미치는 영향은

건강보험 재정에 미치는 영향이 가장 크다. 노인 인구가 많아질수록 건강보험 지출이 늘어나는 것이 사실이다. 고령화로 평균연령이 높아질수록 질병도 다양해지고 치료기간도 길어지기 때문이다. 공단에선 이에 대비해 개인 건강관리를 돕고 있다. 진료비가 많이 드는 만성질환자가 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건강증진‧재활 상담 등을 제공하고 있다. 전문 강사를 채용해 경로당 등을 찾아다니면서 건강 운동, 검진 사후 관리, 식단 관리 등을 제공한다.

건강보험은 누군가를 부양하는 개념이 아니다. 자신이 낸 돈으로 다른 사람에게 혜택을 준다는 인식을 가지면 안 된다. 응당 사회보험 이념에 맞게 형편만큼 부담하고 필요한 만큼 사용하는 것이다. 사회보험과 부의 재분배의 관점에서 봐야 한다.

 

재정적자에 대한 우려가 있다

2017년 정부는 문재인 케어라는 보장성 강화정책을 발표했다. 한국은 총진료비 가운데 건강보험이 보장하는 비율이 60%대로 답보돼 왔다. 매년 보장성을 강화하기 위해 수천억씩 투자해왔으나 보장율이 높아지지는 않았다. 원인을 분석하니 비급여 항목에 있었다. 비급여 항목을 급여로 전환해도 새로운 비급여 항목이 생겨난 것이다. 보장성을 강화해도 비급여 항목이 계속 생겨나니 보장율이 떨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정부는 보장율을 높이기 위해 비급여 항목을 급여로 전환하려고 한다.

이 지점에서 재정 부족 문제가 지적되곤 한다. 그러나 비급여로 진료를 받는 것보다 진료에 대한 가계 부담을 더는 것이 사회보험의 이념에 맞다는 관점에서 보장성 강화정책을 이해해야 한다. 현재 공단에는 21조원의 재정적립금이 있다. 공단은 기업이 아니니 이익을 남길 필요가 없다. 적립금을 10조원 규모로 유지하는 대신 매년 2조원을 전환금으로 사용해 재원을 충당하는 것이다. 단편적으로 보면 수치상 매년 2조원의 재정적자가 발생하지만 공단 입장에서는 제대로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건강보험 인상률도 매년 3.2%대로 유지하고 있다.

 

특별사법경찰관 도입을 요구하는 주장이 있다

건강보험 재정을 지키기 위해서다. 사무장 병원‧약국이 생겨나는 것을 막고 또 조기에 색출해 퇴출하기 위해 사법경찰직무법을 개정해 공단에 이에 대한 조사권을 부여하자는 것이다.

사무장 병원은 치료를 목적으로 설립한 병원이 아니다. 의사를 바지사장으로 고용하고 사무장이 수익을 가져가는 구조다. 당연히 수익을 많이 내기 위해 부정‧중복 진료를 하고 의료법을 지키지 않는다. 진료비를 부당하게 청구해 사무장의 돈벌이로 사용하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10년 동안 3조7000억원이 사무장 병원의 진료비로 나갔다.

사무장 병원을 조사하려면 자금의 흐름을 추적해야 한다. 경찰에선 인력이 부족하고 전문성이 부족해 적발해서 퇴출하기까지 11개월이 소요된다. 사법경찰직무법을 개정해 공단에서 조사를 전담한다면 3개월로 단축할 수 있다. 줄어든 기간만큼 재정 누수를 방지할 수 있다. 국민이 힘들게 번 돈으로 낸 건강보험료가 사무장의 배를 채우는 데 사용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막지 못하면 관계 당국으로서 책임을 다한다고 할 수 없다.

올해 1월 고덕국제신도시로 이전 개소한 국민건강보험공단 평택지사 전경

평택지사의 지역 활동은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해 공단은 ‘건이·강이 봉사단’을 운영하고 있다.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구좌를 설정해 봉급의 일부를 사회보장기금으로 마련하고 모인 돈을 지사별로 배분해 사회공헌활동에 사용하고 있다.

평택지사는 제도권에서 보장받지 못하는 복지사각지대에 놓인 취약계층을 발굴해 지원하는 ‘아름다운 가족’ 사업을 하고 있다. 현재 20가구를 지원하고 있다. 분기마다 방문해 쌀‧난방기 등 물품을 지원하고 있다. 재정이 열악한 사회복지시설과 영유아시설에도 물품을 정기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그동안은 매년 수해 복구, 농촌 일손 돕기 등을 해 왔는데 요즘은 코로나19로 노력 봉사는 하지 못하고 있다.

 

퇴임을 1년 앞둔 소감은

조직 차원에서 보자면 한국의 건강보험이 세계적으로 우수한 제도로 부각된 데 보람을 느낀다. 실제로 미국은 오바마케어 도입 당시 한국의 건강보험을 벤치마킹했다. 최근에는 확진자 치료비의 80%를 부담하면서 우리나라 건강보험 제도가 코로나19 대응의 중요한 성공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1980년대 입사당시 공단은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았는데 퇴임 무렵엔 자랑스러운 조직으로 위상이 높아진 것에 자부심이 있다. 개인적으로 부장 시절부터 근무해 온 친정 같은 평택에서 정년을 마칠 수 있어 기쁘다. 평택에서 정년을 마치는 것이 개인적인 바람이었다. 경기도의 다른 지역에서도 근무해봤지만 평택만큼 가족 같은 분위기인 지사는 흔치 않다.

 

시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

건강보험 평택지사는 시민의 건강을 책임지는 기관이다. 보험료 징수기관으로만 바라보지 않았으면 한다. 보험료 징수는 기본적인 기능이다. 공단의 기능은 시민들이 건강한 생활습관을 갖게 하고 건강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건강과 관련한 상담도 하고 있다. 지금 자신에게 필요한 지원을 받거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이 있는지 궁금하다면 공단과 상의할 수도 있다. 앞으로도 평택지사는 직원들과 함께 가족 같은 시민의 건강지킴이로서 역할을 해 나가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