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봄날, 당신에겐 가슴 여는 뜨거움이 있습니까?
얼마 전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국민포상추천 수여식’이 있었다고 합니다. 이 행사는 일반 국민들이 추천한 사람들 중에서 수상자를 선정하여 포상하는 자리였습니다.
포상을 받은 분들의 면면을 살펴보니 모두가 다 한결같이 우리 이웃과 우리 사회를 위해 뜨거운 나눔을 실천해온 천사같은 분들이십니다.
언론에 소개된 내용을 살펴 보았는데 김순분·전종복 부부의 사연이 눈에 띕니다. 평생 검소한 생활을 하면서 아끼고 아껴 모은 돈 30억원을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 달라며 기부했다고 합니다.
이 부부가 정말 대단한 건 30억원을 모으신 사연입니다. 로또에 당첨되어 한방에 큰 돈을 모은 게 아닙니다. 월급 2만원을 받던 시절에는 2000원만 쓰고 1만8000원은 저축을 했으며 집이 물에 잠겨 연탄 수백장이 젖자 모두 말려 3년을 더 쓰기도 했다는 겁니다.
우리 사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사랑을 실천하는 분이 정말 많아
그분들이 열여주시는 희망으로
어렵고 힘든 상황속에서도
활짝 핀 웃음을 터트릴 수 있는 것
놀랄만한 일이 더 있습니다. 이렇게 검소하게 아끼고 아끼며 모은 돈으로 땅을 샀습니다. 요즘 언론에 회자되는 모 기관의 사람들처럼 그렇게 투기를 하려고 땅을 산 것은 아닌데 어쩌다보니 개발이 되어 막대한 보상비를 받게 된 것입니다.
부부는 “노력하지 않고 생긴 돈이라 내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다”며 흔쾌히 기부했습니다. 이 얼마나 멋진 생각입니까? 정말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입니다.
그밖에도 12년간 익명으로 100억원을 기부한 명위진님, 구두수선공으로 일하며 50년 넘게 모은 전 재산 12억원을 대학교에 기부한 김병양님, 청량리에서 과일장사를 하며 아껴 모은 돈 200억원을 역시 대학교에 기부한 김영석, 양영애님 등등 46명의 기부천사·봉사천사들이 상을 받은 겁니다.
이런 분들에게는 그 어떤 영예로운 상도 아깝지 않을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의미있고 가치있게 기려야 하는 이유는 이분들의 삶 자체가 오늘날 투기로 얼룩진 부끄러운 이 사회에 울리는 경종이기 때문입니다.
문득 ‘오천원의 낭비’라는 제목의 글이 생각납니다. 서울 변두리 어느 동네 골목에 부부가 함께 운영하는 떡볶이 가게가 있습니다. 이 떡볶이 가게도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던 지난 겨울 어느 날, 그날은 유독 눈이 오고 추운 날이었습니다. 허리가 구부정한 할머니가 초라한 모습으로 가게에 들어오셨습니다. 끌고 오시던 폐지가 담긴 낡은 수레는 밖에 놓아둔 채였습니다.
“저기 주인 양반 따뜻한 오뎅 국물 좀 주시오.”
그러자 주인아저씨는 따끈한 어묵 국물뿐만 아니라 떡볶이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순대를 얹어 함께 내놓았습니다.
할머니는 자신이 주문하지 않은 떡볶이를 보곤 잠시 망설였습니다. 그러나 제때 식사를 하지 못한 할머니는 밀려오는 배고픔에 허겁지겁 금세 한 접시를 다 비웠습니다.
할머니가 계산을 치르려고 하자 주인아저씨가 자상하게 말했습니다.
“할머니, 아까 돈 주셨어요.”
“그런가? 안 준 것 같은데 이상하네...”
그랬더니 옆에서 지켜보던 아주머니도 눈치 채고 한마디 거들었습니다.
“할머니 저도 아까 돈 내시는 거 봤어요."
할머니는 알쏭달쏭한 얼굴이었지만, 주인아저씨와 옆에 아주머니까지 계산했다고 하니 자신이 또 깜빡한 줄 알고는 잘 먹었다는 인사와 함께 자리를 떠났습니다.
떡볶이 가게 주인 부부는 손수레를 끌고 가는 할머니의 뒷모습을 한없이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날 형편없는 매상으로 쓸쓸하기만 했던 마음이 순간 바다만큼 풍성해지는 행복으로 매워지고 있었습니다. ‘오천원의 낭비’가 주는 행복이었습니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세상에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렇게 사랑을 실천하는 분이 정말 정말 많습니다. 분명한 것은 돈이 많다고 기부하는 게 절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대부분 어렵고 힘든 가운데서도 아끼고 아껴서 기부하신 것입니다. 진정한 사랑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분들이야말로 불룩한 꽃망울처럼 온몸에 혈맥이 뛰는 분들입니다. 사랑 넘치는 울림으로 가득한 분들입니다. 그분들이 열여주는 새 봄의 새 희망 덕분에 어렵고 힘든 상황속에서도 우리는 활짝 핀 웃음을 터트릴 수 있는 것입니다.
이 봄날 당신에겐 가슴 여는 뜨거움이 있습니까라고 묻는다면 무어라 대답하시겠습니까? 저는 압니다. 당신에겐 그 뜨거움이 있다는 걸 말입니다. 이 세상을 올바르게 만들어 가고픈 염원이 가득한 진한 뜨거움이 있다는 걸요. 그렇게 그 뜨거움을 잃지 않고 아름답게 살아가시지 않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