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시 문화재 관리 ‘강 건너 불구경’
공원 만든다면서 상가 신축허가
대동법시행기념비 연접지
신축 공사로 훼손 심각해
역사문화공원화 계획
사실상 추진 중단 상태
현상변경 허가 심의 동안
시, 공원계획 피력 안 해
평택시의 문화재 관리 의지를 의심케하는 사건이 발생해 논란의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해 7월 소사동 140-1번지에 위치한 대동법시행기념비와 주변 지역을 역사문화공원화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밝혔지만 9개월여 가까이 공원조성은 아무런 진척이 없다. 기념비 근처에 건물을 신축하기 위한 문화재 현상변경 심의에선 평택시가 어떠한 의견조차 내지 않은 탓에 현재 기념비 인근은 공사현장으로 변모했다.
3월 23일 평택시 등에 따르면 현재 신축 공사 중인 소사동 140-1번지는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으로 건축행위 등을 하기 위해선 문화재 현상변경허가가 필요하다. 토지주 김아무개(64)씨는 지난해 9월 28일 경기도 현상변경허가 심의를 통과해 같은 해 10월 20일 건축허가를 받았다. 현상변경 허가제도는 공사·수리 등을 할 때 문화재청이나 지자체에서 문화재의 현재 상태를 바꾸거나 환경에 영향을 미칠지 검토해 허가 여부를 결정하는 제도다. 대동법시행기념비의 경우 경기도 유형문화재 제40호로 등록돼 있어 평택시가 아닌 경기도에서 현상변경 여부를 결정한다.
문제는 이미 시가 기념비 일대를 역사문화공원으로 조성하기로 했음에도 현상변경 심의 당시 이를 피력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앞서 시는 역사문화공원을 조성하기 위해 지난해 7월 3일 소사동 주민들과 평택부시장, 연구위원들이 참석한 ‘경기도 지정문화재 대동법시행기념비 보존 및 활성화를 위한 연구용역’ 최종보고회를 열기까지 했다.
당시 용역을 맡은 HK건축문화원은 현재 비석 위치를 중심으로 30억원을 들여 주차장 등을 갖춘 문화공원을 조성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비석을 이전하는 방안은 문화재위원회의 허가를 얻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취재결과 시는 현상변경 심의가 끝날 때까지 역사문화공원화에 대해 의견을 내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심지어 시 문화예술과 관계자가 도 문화재위원과 문화유산과 관계자와 함께 현장검증에 동행했음에도 아무런 설명도 진행하지 않았다. 결국 용역이 끝난 지 3달여 만에 신축허가가 나고 언덕의 반 이상이 깎여나가면서 공원화 계획은 사실상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상황이 이러하자 소사동 주민들과 지역 향토사학계는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소사동 주민 박창석(63)씨는 “공원을 만들겠다고 보고회를 한 지 두 달이 지나 현상변경 허가를 받고 신축허가를 내준 것이 말이 되느냐”며 “앞으로 어떤 달콤한 이야기를 한다고 믿지못할 것이다”고 분노했다.
이에 대해 문화예술과 관계자는 “용역 이후 역사문화공원을 조성하기 위한 검토나 논의가 진척되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현상변경 허가신청은 개인의 재산행사와 관련한 부분이라 시에서 제지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라고 답변했다.
반면 경기도는 지자체의 문화재 관리 의지에 따라 심의 결과가 달라질 수 있었음을 시사했다. 도 문화유산과 관계자는 “토지주와 지자체장의 관계 등 여러 이유로 문화재 관련 계획을 검토사항으로 의견을 주는 곳도 거의 없지만 설혹 건의하라도 심의 자체는 문화재에 미치는 영향 유무만을 판단하므로 참고사항밖에 되지 않는다”면서도 “다만 지자체에서 먼저 문화재를 보존·활용하기 위한 복안이 있다고 밝혔다면 오히려 문화재위원 대부분 반기며 동의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만약 시에서 추진할 마음이 있었다면 실질적으로 공원을 관리·조성할 수 있는 공원과에서 사업을 기획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대동법시행기념비는 조선시대 대동법을 정치적으로 관철시킨 잠곡 김육의 업적을 기려 세워졌다. 정식 명칭은 ‘조선국영의정김육공대동균역 만세불망비’로 김육의 은혜를 영원히 잊지 않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1659년 관원들이 묵는 숙소였던 ‘소사원’에 세워졌으나 1970년대 현재의 위치로 옮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