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동법시행기념비 문화재보호구역 훼손’ 복구하라
평택인문연구소
문화재는 역사·문화적으로 가치가 높아서 우리가 보호해야할 역사적 유산이다. 유물과 유적은 우리와 과거를 연결시켜 기억하고 교훈을 얻게 하며 자긍심을 갖게 하는 요소다. 소사1동 ‘대동법시행기념비’는 평택시의 수많은 문화유산 가운데서도 높은 가치와 의미를 가진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이 비(碑)의 정식 명칭은 ‘김육대동균역시혜불망비’다. 효종 때 영의정을 지내며 대동법의 전국적 확대에 공헌한 잠곡 김육(1580~1658)의 은혜를 대대손손 잊지 않으려 세운 비(碑)이다. 수많은 불망비(不忘碑)들이 권력의 힘으로 세워진 데 반해 이 비는 충청도 백성들이 자발적으로 돈을 모아 건립했다는 특별한 의미도 담겼다. 경기도는 이 같은 가치를 높게 평가해서 1973년 경기도유형문화재 제40호로 지정했다. 접근성도 좋고 가치와 의미가 숭고해서 요즘도 방송국이나 신문, 일반 시민들, 학생들이 즐겨 찾는다.
거주하는 마을에 소중한 문화재가 있다는 것은 자랑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물질적 가치로만 판단하면 문화재와 동거하는 것은 이익보다 손해가 많다. 대동법시행기념비도 오랫동안 규제완화와 이전을 요구하는 주민들의 민원에 시달렸다. 평택시도 여러 차례 검토했지만 학계와 지역사회의 여론을 수렴하여 ‘현재 위치에 존치한다’는 기본입장을 고수했다. 한걸음 더 나아가 지난 2020년에는 ‘도지정문화재 대동법시행기념비 보존 및 활성화를 위한 연구용역’까지 발주했다. 용역보고회에는 지역연구자와 소사동 주민들까지 초청해서 대동법시행기념비를 에워싼 소사동 당산과 주변 지역에 역사공원과 주차장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오랫동안 문화재보호법에 발이 묶여 재산권 행사에 어려움을 겪었던 주민들도 평택시의 노력에 일보 양보하는 태도를 보였다.
평택시는 공원조성 계획 경기도문화재위원들에게
적극 설명 안해 문화재 경관 훼손 방관 내지 동조
값비싼 대가 치르더라도 토지 매입해
주민과 약속한 역사공원 추진하고 문화재보호구역 지켜야
그런데 최근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지난해 평택시가 역사공원과 공용주차장을 조성하겠다던 대동법시행기념비 문화재보호구역이 최근 크게 훼손되었기 때문이다. 소사동 주민들은 토지소유주가 건물을 짓기 위해 토목공사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장을 둘러보러 나왔던 소사동 통장은 평택시가 공원과 주차장을 만들겠다더니 이게 뭐냐고 따졌다. 찬찬히 살펴본 토목공사 현장은 충격적이었다. 당산을 에워쌌던 나무들이 베어져 있었으며, 산의 남쪽 경사면이 깊게 패여 있었고, 굴착한 흙으로는 당산을 뒤덮어 놓고 있었다. 공사가 진행 중인 곳은 대동법시행기념비에서 불과 100여 미터밖에 떨어지지 않은 지점이다. 경기도문화재보호조례에서 규정한 ‘도지정문화재는 반경 300m를 문화재보호구역으로 한다’는 규정에 저촉되는 지역이다.
도(道)지정 문화재보호구역 내의 개발행위는 경기도문화재위원회의 심의와 평택시의 건축허가를 받아야 한다. 지금껏 소사동 주민들은 이 규정에 묶여 재산권행사의 불이익을 당하면서도 문화재를 지키기 위해 피해를 감수해왔다. 그런데 느닷없이 특정인에게만 건축허가를 내준 이유는 무엇인가? 평택시는 원칙대로 한 것이라고 강변하지만 필자는 경기도와 평택시가 문화재보호 의지를 아예 갖고 있지 않거나 아니면 특혜를 준 것으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평택시의 잘못은 너무 많지만 필자는 네 가지만 지적한다.
첫째, 평택시는 문화재 경관의 훼손을 적극적으로 막으려는 의지도 없이 훼손을 방관 또는 동조했다. 둘째, 경기도문화재위원회의 현장 실사과정에서 개발이 불가하다는 의사를 적극적으로 전달하지 않았으며, 향후 평택시가 토지를 매입하여 역사공원과 주차장을 조성할 계획이라는 사실도 정확하게 전달하지 않았다. 셋째, 지난 해 용역보고회에서 했던 주민들과의 약속을 어겼다. 넷째, 평택시는 문화재보호에 매우 잘못된 선례를 남겼다. 이번 선례로 대동법시행기념비 뿐 아니라 평택지역의 지정문화재 문화재보호구역 내 개발요구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필자는 이 문제의 가장 좋은 해결방안은 ‘원상회복’ 뿐이라고 생각한다. 값비싼 대가를 치르더라도 토지를 매입하여 문화재보호구역을 지켜야 한다. 주민들과 약속한대로 역사공원 및 주차장을 반드시 만들어야 한다. 할 수 있다면 소사1동 전체를 역사문화마을로 지정해야 한다. 그것만이 주민들의 신뢰를 되찾고 평택시가 문화재보호 의지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