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덕국제신도시 개발, 주민들과의 공감대가 먼저다
국민의힘 평택시갑당원협의회
전 평택시장
필자는 얼마 전 고덕국제신도시 개발계획을 재수립하겠다는 평택시의 언론보도를 접하자마자 몇몇 입주민과 입주예정자들로부터 거센 항의 전화를 받은 바 있다. 얼마나 답답하셨으면 현직을 떠난 초야의 야인에게까지 시름 깊은 하소연을 하시나 싶어 귀를 쫑긋 세우고 말씀들을 받아 적었다.
고덕국제신도시 입주를 앞두고 있다는 한 주민은 “구멍가게 운영도 이렇게는 안 한다”며 날선 비판을 서슴지 않았다. 알파탄약고 이전, 외국 교육기관 설립, 종합운동장 조성, 청북 소각장 설치 등 관련 이슈들에 대해 필자보다 더 해박한 지식으로 10여 분 남짓한 통화시간 내내 불공정하고 무능력한 행정에 대한 불만을 거세게 토로했다.
또 다른 주민은 “평택시와 LH의 놀음에 주민들 간 갈등의 골만 깊어졌다”며 행정기관의 무사안일과 관행중심의 소극행정에 대한 질타를 거침없이 쏟아냈다. 이제까지 무엇 하나 제대로 추진시킨 것도 없이 변명으로 버텨오다 무턱대고 계획을 변경하겠다는 것은 입주민들을 상대로 사기를 치겠다는 것과 무엇이 다르냐며 분개했다.
고덕신도시 개발 둘러싼 갈등 해결 위한
공개토론회 주민과 공감대 형성에 ‘미흡’
행정기관은 주민 위한 최선의 선택해야
고덕국제신도시 개발을 둘러싸고 이렇듯 무성한 비판과 갈등이 난무하고 있는 와중에 최근 평택시와 LH 평택사업본부 관계자 그리고 고덕총연합회 임원진 등이 참여한 공개토론회가 유튜브 생중계로 진행되었다. 필자도 밤늦게 지인이 보내준 2시간 45분여에 달하는 토론회 녹화 영상을 졸린 눈을 비벼가며 1초도 빠짐없이 확인했다.
필자는 토론회 영상을 다 본 후 이 문구 외에 다른 단어는 떠올릴 수 없었다. ‘공감대 제로’. 나오기 싫은 자리에 억지로 끌려나온 듯한 모습은 차치하고서라도 고덕총연합회 임원진 등의 날카로운 지적과 송곳 같은 검증에 부질없는 전직 시장과 LH 탓도 모자라 예산 탓, 권한 탓 등 ‘탓탓탓’으로 일관하며 공감대 없이 평행선을 달리는 구태에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귀중한 시간을 내어 토론회에 참석한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도대체 ‘누구를 위한 토론회’였는지 모르겠다고 성토하셨다는 후일담에 격한 공감을 느꼈다. 필자가 이럴진대 고덕국제신도시에 입주를 하셨거나 입주를 앞두고 있는 사람들이 보고 느끼셨을 심정은 얼마나 참담했을까? 직전 시장으로서 그저 면목이 없고 죄송스러워 죄인이 된 기분마저 들었다.
고덕국제신도시의 주인은 평택시가 아닌 입주민이다. 행정기관으로서 평택시는 시의 입장이나 생각을 강요할 것이 아니라 입주민들에게 최선인 선택을 하는 것이 맡겨진 소임일 것이다. 마치 발등에 불이 떨어지기라도 한 듯 서둘러봤자 돌아오는 것은 입주민들의 원성과 그칠 줄 모르는 한숨 외에 아무것도 없을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평택시는 입주민들의 입장과 생각을 충분히 듣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부분부터 다시 시작할 것을 촉구한다. 당초 고덕국제신도시의 교육, 문화, 교통, 환경 등의 청사진에 반해 은행 대출까지 받아가며 결혼 후 20년 만에 처음으로 내 집을 마련했다는 어느 입주민의 이야기를 더 이상 귓등으로 흘려들어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