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린이 안 기자의 산행기 3

자신과 마주한 12월 마지막 산행

2021-01-20     안노연 기자

석남사~서운산 등산로는 
완만해서 초보자도 적합

12월 셋째 주. 새로운 산 대신 다시 고성산에 올랐다. 덕숭산 오른 뒤 만난 헐떡고개는 어떤 느낌일지 궁금했다. 호기롭게 출발했으나 다시금 헐떡고개의 중턱에 벤치에 이르러서야 아직은 편히 오를 수 있는 산은 아님을 실감하며 정상에 올랐다. 강렬한 만큼 짧은 고성산의 매력을 뒤로한 채 내려와 한 그릇의 국수에 고단함을 말았다. 쌀쌀한 날씨에 먹는 따뜻하면서도 비리고 짭쪼름한 멸치 육수와 운동이 수포로 돌아가는 배덕감을 동시에 맛보며 다음 산행지를 물색했다. 성탄절 연휴을 맞아 교통체증 걱정 없이 갈 수 있으면서도 짧지 않은 등산 구간. 문득 어느 날엔가 서운산을 추천한 지인이 떠올랐다. 매번 차를 타고 호숫가를 지날 적 보이는 산새가 예쁘다고 했다. 쉽지도 않고 험하지도 않고. 낮지도 않고 높지도 않은 적당한 산이란다.

12월 26일 서운산(547m)

사람이 많을 것 같은 성탄절을 피해 26일 서운산으로 출발했다. 공장들 사이를 지나 산속으로 들어가길 십수 분. 정오가 조금 지나서야 서운산 초입인 석남사에 도착했다.

청룡저수지, 청룡사, 북산리, 석남사. 모두 서운산을 오를 수 있는 구간이다. 석남사에서 오르는 길은 다른 구간보다 덜 가팔라 초보자가 오르기에 적합하다.

쌓인 눈이 아직 녹지 않은 주차장엔 이미 차가 가득하다. 석남사 입구에 세워진 현수막과 간판을 보고서야 이곳이 ‘도깨비’ 촬영지임을 알아차렸다. 등산이 아니더라도 드라이브 삼아, 나들이 삼아 들른 사람들도 있었다. 대웅전까지 길게 뻗은 계단을 따라 올라가니 드라마에서 풍등을 날렸던 장소가 나왔다. 주연배우인 공유가 서 있던 자리에는 앙증맞게도 발자국이 만들어져 있었다. 대웅전에 올라 삼배를 하고 서운산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석남사 왼편에 난 길을 따라 오르는 구간이다. 멧돼지출몰 시 주의사항이 적혀있는 것을 보고 나서야 도심에서 벗어났다는 생각이 든다. 석남사에서 서운산으로 오르는 길은 어렵지 않다. 잘 닦인 등산로를 따라 걷다 보면 1시간 정도면 정상에 이른다. 중간중간 오르기 가파른 길엔 계단이 놓여 있다. 정상엔 표석과 쉼터로 쓰이는 나무테이블이 있다. 두셋씩 산을 찾은 이들이 자리를 잡고 식사와 차를 마시며 쉬고 있었다.

한 달째 매주 산에 올랐다. 여전이 몸무게는 변함없고 오를 때마다 종아리가 당기는 건 변함 없었다. 그래도 계단을 오르는 다리는 가벼워졌고 자고 일어나서 느껴지는 찌뿌둥함도 사라졌다. 무엇보다 그동안 잊고 지낸 여유가 찾아왔다. 들이마시고 내쉬는 숨 사이로 내딛는 발걸음 속에서 그동안 돌아볼 여유조차 없던 감각을 느낄 수 있었다. 그동안 자신이 무얼 하는지 돌아볼 여유조차 없었던가 하는 생각에 헛웃음을 지으며 다시금 일상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