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린이 안 기자의 산행기 2
12월 12일 덕숭산(495m)
나에게 오롯이 집중했던 시간
[평택시민신문] 첫 산행을 마친 2020년 12월 둘째 주. 몸이 한결 개운해졌다. 종아리나 허벅지의 뻐근함도 없었다. 산을 오를 때 허벅지가 당겨와 혹여 뭉치진 않을까 했으나 기우였다. 뒤척임 없이 숙면을 취했다. 일어나서 느껴지는 불쾌감도 없었다.
고성산은 시작으로는 만족스럽지만 너무 짧고 낮았다. 그동안 다녀봤지만 정상에는 오르진 않았던 산들을 떠올렸다. 생각해 보니 그간 산은 많이 다녔지만 정상까지 오른 적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이번 기회에 그 산들을 하나하나 오르기로 마음먹고 나름대로 목록을 써내렸다. 멀지 않으면서도 가까운 곳. 충남과 안성지역부터 하나하나 오르기로 마음먹었다.
덕숭산 1000여 개 계단
순례하는 마음으로 올라
등산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곳은 충남 예산의 덕숭산이다. 수덕사를 갈 때마다 잠시나마 올랐던 산이다. 지난해 10월 기획취재차 수덕사를 방문했다. 수년 만에 온 고찰을 둘러보고 잠시나마 대웅전 뒷길로 산이라도 오르고 싶었으나 시간이 없었다. 오후 늦게 도착해 급히 스님과 인터뷰만 마치고 돌아와야 했다.
차를 몰아 정오에야 수덕사에 도착했다. 많은 것이 바뀌어 있었다. 절 앞 상가와 주차장, 도보가 새로이 정비돼 있었다. 수덕사에서 덕숭산으로 오르기 위해선 대웅전 왼쪽의 계단으로 올라야 한다. 오르기 전 대웅전에 들려 마음이나마 내려놓고자 삼배를 올렸다.
이 코스는 왕복으로 2~3시간이면 정상에 이르지만 1000여 개가 넘는 돌계단을 올라야 한다. 계단에 익숙치 않다면 추천하지 않는다. 불과 200여 계단을 올랐을 뿐인데 발바닥이 쑤셔왔다. 몇 년 전만 해도 가뿐하게 올랐던 계단인데 어느새 늘어난 몸무게로 발에 가해지는 충격이 달라졌다. 수행한다는 마음으로 한 발 한 발 내디디며 올라갈 수밖에.
순례하는 마음으로 1020개의 돌계단을 오르면 만공탑과 정혜사가 나온다. 정상까지 반 정도 남았다는 뜻이다. 정혜사와 산중에 만들어진 밭을 지나 길을 재촉하길 10여 분 정상으로 향하는 갈림길이 나온다. 왼쪽 길은 가파르다. 중간에 밧줄을 잡고 가야 하는 길도 있으나 정상까지 거리가 짧다. 오른쪽은 정상까지 돌아가나 상대적으로 완만한 길. 급한 마음에 가파른 길을 택해 정상으로 향했다. 오후 1시 30분께야 도착했다. 정상 표석 앞에 서서야 비로소 여유가 생겼다. 작게나마 꾸준히 무언가를 한다는 성취감을 느끼며 하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