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식으로 새롭게 돌아온 안채식당

겨울 바다 풍요를 닮은 가게

2021-01-13     안노연 기자

[평택시민신문] 겨울 바다는 풍요롭다. 바닷물이 차가워질 무렵엔 생선에 살이 오르기 때문이다. 매서워진 날씨만큼 생선은 기름기가 좔좔 흐르고 차지게 된다. 이 시기 생선은 싱싱함 하나를 양념 삼아 회로 먹어도 맛있다. 하물며 제철요리로 조리한다면 더 말해서 무엇하랴. 그렇다고 저 멀리 포구를 찾아 남해·동해로 떠날 필요는 없다. 반갑게도 낚시갈치전문점인 안채식당이 안채한정식으로 현덕면에 자리잡았다. 제주, 통영 등지에서 그날그날 잡아 올린 제철 생선을 쓰는 한정식 전문점이다.

 

제철 메뉴로 한 상 가득

안채한정식은 지난해 7월 문을 열었다. 평택에서도 신선한 갈치회와 조림을 맛볼 수 있다는 소문이 나면서 손영주(58) 대표가 기존에 운영하던 안채식당을 확장·이전한 것. 메뉴도 새롭게 구성했다. 가게의 자랑인 갈치와 제철 생선요리 등은 그대로 유지하고 한정식을 새로이 추가했다.

손 대표가 추천하는 한정식 메뉴는 2만5000원인 ‘수국 한상차림’. 한정식 코스요리로선 부담 없는 가격이다. 해파리냉채, 떡갈비, 갈비찜, 조기찜, 들깨탕, 된장찌개 등 십수 가지 요리가 나온다. 본 메뉴는 계절에 맞는 식재료를 사용해 요리한다. 지금은 졸복 강정과 병어회, 기름가자미 회무침이 제철. 모두 자연산으로 그날그날 새벽 현지에서 잡은 생물을 오전에 받아 쓴다. 한 상 가득 차려진 테이블을 보면 눈이 휘둥그레진다.

가장 먼저 손이 간 것은 병어회. 여름이 제철로 알려진 것은 어획량이 늘기 때문이다. 살과 지방이 상대적으로 올라 고소한 겨울이야말로 병어가 가장 맛있을 때다. 졸복 강정은 쫄깃하고 탱글한 살이 매콤달콤한 양념, 바삭한 튀김옷과 어우러져 씹는 맛을 더한다.

기본찬으로 나오는 밑반찬의 매력도 무시할 수 없다. 특히 갈치김치는 빼놓을 수 없다. 직접 담근 갈치속젓으로 맛을 냈다. 진한 갈치가 들어가 맛이 오른 알타리무의 시원한 맛이 일품이다. 워낙 싱싱한 것을 사용해 아직도 은빛이 서린 갈치는 비리지 않다. 가시는 곰삭아 부드럽게 씹히고 쿰쿰하면서도 눅진한 갈치가 자아내는 감칠맛에 매료된다.

어느 정도 식사를 마쳤다면 둥글레차를 부은 눌은밥을 맛보자. 밑반찬으로는 아삭한 돼지감자 장아찌와 향긋하면서도 새콤한 냉이 장아찌가 잘 어울린다. 같이 나온 보리굴비를 한 점 얹는다면 금상첨화.

왼쪽부터 이용광 실장, 손영주 대표, 이일선 실장

싱싱한 갈치회도 맛볼 수 있어

갈치 요리는 손님들이 꾸준히 많이 찾는 메뉴다. 갈치는 손 대표의 동생인 손석헌(54)씨가 제주도에서 매일 새벽에 잡는다. 공항을 거쳐 오전 중으로 가게에 도착한다. 썰어낸 갈치를 얼음물에 담가 숙성하니 쫀득쫀득하면서도 고소한 감칠맛이 돈다. 비린 맛은 전혀 나지 않는다. 싱싱함을 조미료로 쓴 조림은 갈치와 묵은지가 만들어 낸 진하면서도 시원한 맛이 속을 풀어준다. 갈치 메뉴 중 가장 많이 찾는 것은 ‘철판 통갈치 스페셜’이다. 갈치 2~3마리와 조개, 새우, 바닷가재, 문어 등이 들어간 조림에 갈치회와 구이가 더해진다.

이외에도 제철 생선을 사용한 제철 메뉴가 있다. 차림표에 없다 보니 아는 사람만 주문한다. 요즘은 졸복과 아구를 쓴다. 맑은탕(지리)·회·찜·수육 등이 가능하다. 단품으로도 가능하고 여러 메뉴를 묶인 정식으로도 주문할 수 있다.

제철 메뉴 가격은 시가에 따라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졸복 정식은 3만원, 아구는 2만5000원이다. 지리만 주문하면 1만5000원. 자연산에 신선한 재료를 아낌없이 사용하면서 남는 게 있나 걱정이다. 손 대표는 “현지에서 바로 가져오니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판매할 수 있다”며 “식당 장사 20년이면 벌 만큼 벌었다. 이젠 큰 이문이 남지 않아도 가게에서 먹고 웃으며 가는 손님 얼굴 보는 게 좋아 식당을 한다”며 말했다. 이어 “최근엔 코로나19로 한정식집을 찾는 사람들이 줄었는데 가게에 못 온다면 집에서라도 홈파티를 즐길 수 있게 배달 한정식을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로 먼 곳으로 여행을 가기도 부담스러운 요즘이다. 이럴 때 겨울바다의 풍요로움을 닮은 안채한정식에서 싱싱한 제철 음식과 함께 코로나19로 쳐진 기운을 북돋는 건 어떨까.   

■메뉴: 민들레 한상차림 18000원, 수국 한상차림 25000원, 매화 코스한정식 33000원, 수라 코스한정식 55000원, 갈치조림 15000원, 갈치 정식(회·조림·구이) 25000원, 철판통갈치(스페셜 대 160000원·중 120000원, 특대 120000원·대 100000원), 제철요리(시가)
■주소: 평택시 현덕면 운정길 13(운정리 36-1)
■전화: 031-682-6662
■영업시간: 오전 11시~오후 9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