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운노조 갈등 양상 심화

통합 1년4개월, 제명 법적소송 진통의 소용돌이

2001-03-20     김기수
평택항 활성화에 기폭제 역할을 했던 평택항운노조가 통합된지 1년4개월 여만에 수석부위원장이 제명되고 법적 소송까지 이르는 등 내부문제로 진통을 겪고 있어 지역사회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항운노조 관계자들에 따르면, 문제의 직접적 발단은 지난 1월 30일 조합원 155명중 131명이 참석해 진행된 평택항운노조 제1회 정기총회에서 조합원들이 위원장을 현행 2인에서 1인으로 줄이고 월급여의 4%씩 징수하던 조합비를 2%로 하향조정하는 등의 규약개정안을 들고 나오면서 시작됐다.

이날 의장을 맡았던 유동희노조위원장은 규약개정안은 회의순서에 없으니 상정된 예산안 심의때 제기하거나 기타안건 토의시간에 제기하라고 하자, 많은 조합원들이 규약개정이 안건에 포함 안된 것은 문제라고 지적하여 긴급동의 형식으로 첫 번째 안건으로 처리하자고 주장하며 2시간여동안 회의가 진행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에 유동희 위원장이 사회를 볼 수 없다고 회의종결을 선언하고 퇴장하자 남아있던 조합원들은 항운노조 홍연기공동위원장을 임시의장으로 선출하고 회의를 강행했고, 홍연기 위원장도 도중에 퇴장하자 김익화 수석부위원장이 임시의장으로 선임돼 위원장을 현행 2인에서 1인으로 줄이고 사무국장직을 폐지하는 등의 기구축소안을 결정하고 조합비도 현행 4% 징수에서 2% 징수로 바꾸는 내용을 결정했다.

그러나 의장이 퇴장한 이후 진행된 총회는 적법성이 없다며 노조집행부는 2월 14일 인사위원회를 소집해 임시의장을 맡았던 김익화씨와 사회를 본 이종보씨를 '조합원 선동' 등의 명목으로 제명처리했고, 이어 2월 23일 진행된 재심에서도 또다시 제명처분했다.

이에 대해 김익화씨와 이종보씨는 당시 총회에서 의장이 정당한 이유없이 안건상정을 거부하고 일방적으로 회의종결을 선언한 경우에는 임시의장을 선출해 의결처리할 수 있다는 노동부 판례집을 낭독한 후 적법한 절차에 따라 회의가 진행됐다며 경기도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내는 한편, 법원에 '조합원 제명처분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했다.

항운노조 관계자들과 그동안 항운노조 상황을 줄곧 지켜봐왔던 사람들은 이번 사태를 평택항운노조와 경인항운노조 평택지부가 통합된 이후 양 조직 출신들의 헤게모니 싸움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조합비 하향조정문제와 기구축소문제로 극한 대립까지 이르게 된 과정에는 지난 1년여간 통합된 두 조직 출신들의 대립과 갈등이 매우 깊었다는 분석이다. 실제 현 집행부측은 경인항운 평택지부 출신인 김익화씨등이 통합 직후부터 수차례의 서명운동 등을 통해 집행부 무력화를 시도했고, 작년 8월말에는 임시총회를 소집해 유동희 위원장을 불신임하려는 시도를 하며 항운노조의 단결을 저해해 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익화씨측은 유동희위원장이 평택항운노조를 합법화시키기 위해 투쟁해 온 것은 인정하지만, 유위원장이 항운노조 활성화를 위해 전문적 지도력을 발휘해야 하는 현 상황에서는 지도력 부족으로 부적합한 인물이라며 집행부 교체를 꾸준히 요구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평택시민들의 관심과 지지속에 출범한 통합 노조가 화합을 이루며 지역발전과 평택항 발전에 기여하기를 바랐던 시민들은 이번 사태를 노조 내부의 문제로 바라보면서도 지역사회에 미칠 파급에 대해 우려의 시각을 보내고 있다.

이번 사태의 경과를 비교적 자세히 알고 있는 평택항 발전협의회 한 관계자는, "제명과 법적 소송이라는 극단적 방법으로 노조 내부문제가 해결될지는 좀더 두고 보아야겠지만, 사태가 이렇게까지 악화되어 매우 염려스럽다"며 우려를 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