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규 블루오일 대표

“일본은 밉지만 배울 필요가 있는 나라”

2019-07-17     안노연 기자

여행 통해 일본역사 책 펴낸 최인규 대표

일본 용서해야 하지만 과거 잊지 말아야

[평택시민신문] 성 아우구스티누스는 여행에 대해 “세계는 한 권의 책이다, 그리고 여행하지 않는 사람은 단지 그 책의 한 페이지만을 읽은 것이다”라고 말했다. 여행과 독서는 닮은 점이 많다. 모두 우리에게 많은 경험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여행도 지식과 지혜를 키우고 사고와 식견을 넓히는 데에 기여한다. 여행이 스승이라는 말은 이러한 지점에서 출발한다. 여행을 통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다는점에서 여행가들은 자신이 깨달은 바를 전달해주는 일종의 구도자들이다. 블루에어 대표를 역임하고 지난 제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평택 갑 국민의당 후보로 출마해 2위를 차지하기도 했던 최인규 블루오일 대표는 100여 개가 넘는 나라를 여행한 평택의 대표 오지여행가이기도 하다. 그가 최근 책을 냈다. 그동안 50여회 이상 방문했던 일본의 역사를 담은 <삐뚤빼뚤 일본이야기>이다. 최인규 대표에게서 여행을 다니기 시작한 계기부터 일본 역사서를 내기까지의 이야기를 들었다.

■ 여행을 다니기 시작한 계기는
어렸을 적부터 여행을 광적으로 좋아했다. 어린 시절 아버님의 서재에 세계여행 책자가 꼽혀 있었다. 무심히 꺼내본 것이 타히티 섬에 대한 자료였는데 상당히 흥분됐던 기억이 있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역마살이 발동한 것은 아이들 유학 당시 찾아간 스톤헨지를 보고나서부터 인 것 같다. 세상을 다녀보니 참 아름답고 어느 곳이나 역사와 삶의 애환이 기려있어 배울 게 너무 많았다.

활자가 주는 정보제공의 비율이 20%내외라고 하는데 여행을 다녀보니 그 말뜻을 이해할 수 있었다. 직접 현장을 방문해 보면 행간의 뜻을 이해하게 된다. 글에서 느낄 수 없는 숨겨진 이야기의 감동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학교보다는 부모님과 여행에서 살아가는 데에 필요한 지식과 지혜를 더 얻었다 생각한다. 여행을 다니면서 나와 다르게 다른 자세로 세상을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많은 충격을 받았고 배움을 얻었다. 항공사업을 추진한 계기도, 정치에 입문한 계기도 여행으로부터 얻은 지식이 사회모순을 바꿔야 한다는 책임으로 나타난 것같다. 그래서 앞으로 힘이 있는 한 끝없이 배우며 세상 곳곳을 다녀보고 영민하지는 못하지만 조금 더 글을 써볼 생각이다.
 

■ 최근 수십 차례 일본을 다녀왔는데 어떤 것들을 느꼈는가
일본은 잘 정리된 나라다. 절대 엉터리인 나라가 아니다. 우리가 생각할 때 외국에서 우리나라를 일본보다 더 도덕적이고 매력적으로 보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것은 큰 착각이다. 가마쿠라에 가보면 유럽인이 많다. 그들은 일본에 많은 매력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외국인에게 우리나라를 일본보다 더 매력적으로 만들고 우선시하게 하려면 많은 변화와 시간이 필요하다. 샌프란시스코의 재팬타운에 가보면 알 수 있다. 미국인은 일본에 경외심과 존경심을 가지고 있고 일본의 역사에도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물론 니토베 이나조의 저서 <무사도>의 영향도 컸지만 일본의 자연 또한 미국인들의 감성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강수량도 충분하고 자원도 나름 풍부하며 세상을 대하는 자세가정말 섬세하다. 이중적인 태도만 아니라면그들과는 친하게 지내고 싶다는 생각이 여행을 갈 때마다 든다. 매국적인 친일이 아니라면 이웃과 가까이 지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인규 대표가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지역구인 야마구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지난달 <삐뚤빼뚤 일본이야기>를 출간했는데 소감은?
졸작이 출간됐다. 일본의 잘못도 있지만우리의 잘못도 이에 못지않다. “용서하겠다, 그러나 잊지는 않겠다”라는 넬슨 만델라의 말처럼 과거 서로 아픔을 주었던 역사에 대해 더 이상 책임을 묻지 말자는 차원에서 책을 집필했다.

일본 사람은 우리에 대해 우리가 일본에 대해 아는 것 보다 몇 배나 더 잘 알고 있다. 중국인은 한반도를 논하지 않고서도 자기 역사를 이야기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중국을 논하지 않고 우리에 대해 이야기 할 수 없다. 그렇기에 중국인이 우리에 대해 아는 것보다 우리가 중국에 대해 많이 알고 있다. 마찬가지로 일본인도 한반도를 빼놓고 자신의 역사를 서술할 수 없기 때문에 우리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것이다.

한일 양국 사이에는 오랜 세월 주고받은 아픔이 많다. 그들의 욕심도 문제였지만 우리들의 잘못이 참 컸다는 생각도 지울 수가 없다. 100년 전 나라를 뺏길 때도 고종이라는 군주가 자신의 안위만 생각하고 나라와 국민에 대해 큰 고민을 하지 않은 바가 컸다. 나라의 경영도 엉망이었다. 일설에는 백성의 85%가 일본과 병합됐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고 한다. 지금처럼 휴대폰이나 전화가 있는 시대가 아니고 국민의 90%가 문맹이던 시대였다. 감정적 민족주의에 갇힌 반일의 좁은 사고 안에서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찾으면 안 된다. 외교로 먹고 사는 나라, 무역의존도가 90%인 나라가 외교참사를 초래하면 그 피해는 우리 민초, 나아가 우리 후손들이 떠안게 된다. 민족보다는 대한민국을 먼저 생각하고 대한민국보다는 인류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이번 저의 졸작이 많은 분들에게서 호불호가 갈릴 것을 알고 있다. 일부 독자는 싫어할 내용이 수록돼 있지만 한일 양국의 역사에는 고민할 부분이 많이 있다. 우리는 일본을 많이 배워야 한다. 그들에게는 존경할 부분도 다소 있다. 하지만 이는 일본에 대해 분석하고 알아야 가능한 일이다.

■ 일본에 대한 공부를 많이 했다. 이번 일본 정부의 수출규체 정책을 어떻게 보는가
아베의 고향은 임진왜란 때 조선을 유린한 모리가문이 있던 곳이다. 즉 정한론의 토대를 만든 조슈번, 지금의 야마구치가 그의 고향이다. 야마구치에는 정한론의 실세인 요시다 쇼인을 안치한 송하촌숙과 이토 히로부미의 저택이 있다. 아베의 외조부는 기시 노부스케 전 총리로 전쟁범죄 혐의자이고, 외고조부는 오시마 요시사마로 경복궁침입한 자로 민비를 시해한 미우라 공사와 동향인 자다.

도둑을 몰 때도 퇴로를 만들어 주고 몰아야 한다. 아베 집안의 내력을 살펴본다면 우리가 그에게도 퇴로를 주었어야 했다고 생각한다. 도덕적 우위에 서서 길게 또는 천천히 아베를 몰아넣어야하는데 지난 강제징용 판결이 그에게 큰 타격을 줬다. 또한 북핵문제에서 아베를 너무 패싱한 점도 그에게서 자존심이 상하게 했을 것이라 본다. 지금의 아베는 투정을 부리고 있는 것이니 당장 만나 협의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베가 트럼프에게 하듯 굽실거릴 필요는 없지만 국익을 위해서라면 악마와도 손을 잡을 수 있어야 한다. 한국의 세계 경제비중은 1.6%지만 일본은 기축통화 비중이 20%에 달한다. 인정하고 싶지 않아도 일본은 세계 3위의 국력을 갖고 있다. 그러니 일본과 친하게 지낼 수밖에 없다. 한국과 일본의 산업은 하나의 생태계가 됐다. 과거사의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은 그렇다하더라도 공생과 번영의 궤도에서 벗어난다면 무슨 이득이 있겠는가? 수술을 성공했지만 환자가 죽었다는 말을 생각해봐야 한다.

■ 시민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우리는 외교를 놓치고는 살 수 없는 나라다. 이미 수천 년간 이보다 더한 어려움도 이겨낸 강인한 역사가 있는 나라이기에 한일양국이 보다 좋은 관계로 거듭날 수 있도록 시민들이 소중한 목소리를 제시해 주셨으면 한다. 또한 <평택시민신문>도 독자들과 함께 외교격변기에 정부에 큰 지혜를 주시길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