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in 평택人] 팽성읍 안정리 송주화 할머니

80세에 시작한 새로운 인생

2017-02-08     김한별 기자

세계서법문화예술대전 오체상부터 청파서학회 회장까지

범희는 무익이요, 유근은 유공이라. 올해로 90세인 송주화 할머니는 모든 유흥은 이익이 없고 오직 부지런함만이 공이 있다는 문장을 적어서 보여주었다. 지난 2012년 제 16회 세계서법문화예술대전 한문부문에서 오체상 수상을 비롯해 수십 개의 상을 받은 송주화(90)할머니는 서예를 시작한지 10년이 채 안 되었다.

송 할머니는 젊어서 남편과 사별하고 네 명의 딸을 혼자 키우면서 미장원, 레스토랑 등 안 해본 일이 없다고 한다. 혼자서 생계를 이끌기 위해 연금을 모두 쏟아 송탄에 미장원을 차렸다. 매일 점심시간만 되면 큰 냄비에 국수를 끓여 주변 사람들에게 대접했는데 처음에는 국수를 먹으려고 모이던 사람들이 미장원 단골이 되었다고 한다. 주기적으로 서울의 남대문이나 동대문에 가서 옷을 한 가득 떼어와 미장원에 풀어놓고 싼 값에 판매도 했다. 송 할머니는 열심히 산 기억밖에 없다고 전했다.

자식들 대학 보내고, 유학 보내고 시집까지 보내고 나니 자신의 인생이 너무나 허무하게 느껴져 시작한 것이 서예였다고 한다. 80세에야 본격적으로 서예를 배운 것이다. 젊었을 때 고생의 여파로 오른쪽 눈은 거의 실명상태였기에 한 쪽 눈만으로 배워야 했다.

숙명여대 국문학과를 졸업한 송 할머니는 서예를 가르쳐줄 선생님을 직접 찾아다녔다. 처음에는 우연한 자리에서 만나 언니동생의 인연을 맺은 시인 정방진 선생에게 배웠다. 서예를 배우고 한 달이 채 안 되었을 때 서예대전이 있었는데 직접 보고 싶다는 마음 하나만으로 서예대전에 출품을 했다고 한다. 마음을 비우고 출품한 작품이 합격되었다는 통보를 받았고 예술의 전당에 전시까지 되었다. 예술인들이 모이는 그곳에서 청파 김영식 선생을 처음 만났는데 그의 작품을 보고 송 할머니는 ‘이 사람에게 배워야 겠다’는 마음이 강하게 들었다고 한다.

청파 선생에게 배우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정방진 선생과의 의리를 저버리는 것 같아 고민 중에 평택에 노인대학이 설립된다는 소식을 들었다. 열 명 이상이 모여야 수업이 운영되기 때문에 송 할머니는 평택 각처에서 서예를 배울 사람들을 모아 등록하는 한편 관리자들에게 강사로 청파 선생을 섭외할 것을 강력하게 요청했다고 한다. 송 할머니의 노력이 통했는지 수강생은 총 17명이 모였으며, 김영식 선생이 강사로 채택되어 노인대학 서예 강의가 개설되었다.

그 이후로 선생의 도움을 받아 열리는 작품전마다 출품해 수상했으며, 충청도 양반들이라고 불리는 온양의 고불 서예대전에서도 서예작가증서를 받았다. 또한 ‘청파서학회’를 만든 초대회장으로서 후학 양성에 힘썼다.

“붓글씨를 쓰고 나면 마음이 후련해져요. 일찍 알았다면 더 많이 썼을 텐데.”

‘범희무익 유근유공’이라는 말처럼 평생을 열심히 살기만 한 송 할머니에게는 유일한 휴식이 되었던 서예를 더 일찍 배우지 못한 것이 한이라며 젊은 사람들도 서예를 통해 마음의 평안함을 얻기를 바란다며 조금이라도 시간을 내서 서예를 배워보길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