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희 작가
중치한지에 바느질로 세월을 꿰다
지역문화 활성화 도움 되고 싶어
따뜻함·화려함·편안함 느껴지는 한지에 감정 담아 다채롭게 표현
어렸을 때는 ‘종이’ 와 ‘실’ 만 있으면 놀잇감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실 전화가 바로 그것이지요. 두개의 컵을 실로 연결하여 실이 팽팽해질 정도로 떨어져서 말을 하면, 실을 통해 들리는 친구의 목소리가 신기하고 기뻤습니다. 아이들이 태어난 것을 축하하는 금줄에도.... 수평을 잘 맞추어서 네 귀퉁이를 실로 잘 묶어주기만 해도 드넓은 하늘을 유유히 잘 날던 ‘연’ 날리기에도...평범한 ‘종이’와 ‘실’이 있었습니다. 어른이 된 지금, 어린 시절의 그 종이가 ‘한지(韓紙)’ 라는 것을 알면서부터 어릴 때보다 종이와 실을 가지고 노는 것이 더 즐거워졌습니다. 놀이의 깊이와 방법에 따라 다른 매력으로 다가왔기 때문이지요.
작가노트 中
중치한지에 바느질을 하며 세월을 꿰고 있는 정은희(49) 작가는 지난달 1일부터 오는 11월 30일까지 웃다리문화촌, 대안문화공간 루트, 문화상회 다락, 지산 초록도서관 등 지역 내 전시공간에서 순회전시회를 이어간다.
▲개인전 및 초대전 9회 ▲단체전 50여 회 ▲대한민국 한지대전 초대작가 ▲전국 한지공예대전 초대작가 ▲전국 종이 공예공모대전 초대작가 ▲전통공예 전국대전 초대작가 ▲공모전 수상경력 40여 회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예술 활동을 펼치고 있는 정 작가는 평택에 개인전을 할 수 있는 문화공간이 부족해 서울에서 전시회를 하던 중 지역 내 작은 전시공간들과 인연을 맺어 순회전시회를 진행하게 되었다. “지역문화 활성화에 도움이 되고 싶었어요. 그래서 지금 전시하고 있는 이러한 공간들이 참 뜻깊고 감사합니다.”
5번째 개인 전시회 ‘한지에 바느질’은 정 작가에게 어떤 전시회보다도 의미가 남다르다. 전통방법으로 손작업한 중치한지에 바느질을 해 ‘중치한지’를 돋보이게 한 작품들을 중심으로 한 이번 전시회는 중치한지만의 수공예적인 느낌과 가죽·섬유와 같은 질감을 느낄 수 있어 색다르게 다가온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친근한 한지…한지에서 느껴지는 따뜻함과 화려함, 편안함이 좋다는 그는 이러한 감정들을 담아 작업할 때 가장 큰 행복을 느낀다고 한다. “한지의 매력은 무궁무진해요. 한지의 색에서 느껴지는 화려함. 색이 없는 한지에서는 따뜻함도 느껴지고, 그 자체만 봐도 편안함이 느껴져요. 한지를 통해 표현한 감정들을 관객들과 함께 나누고 싶어요.”
중치한지를 만드는 작업을 할 때 논다고 표현하는 정 작가. 손으로 주무르고 물속에 비비기도 하고, 던지기도 하며 종이를 가지고 노는 것 같은 기분이라고 한다. 정 작가는 “논다는 것은 즐거운 것이에요. 창작의 과정은 고된 영역이지만 보시는 분들에게 작업의 과정을 통해 느끼는 즐거움이 전해지기를 바랍니다”라며 마음을 표한다.
향후 한지를 통해 기존에 느껴보지 못한 새로운 방향으로 작품 활동을 하고 싶다는 정 작가는 새로운 시도와 함께 한지를 널리 알리기 위해 교육적인 역할 또한 해낼 것이라며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