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붕 없는 박물관-영월군

“새로운 문화도 생산하고 지역주민과 함께 성장하는 박물관 돼야”

2016-09-07     문영일 기자

<편집자 주> 평택박물관 건립을 준비 중인 평택시가 많은 시민들의 관심 속에서 박물관 건립을 위한 타당성 조사 용역을 마무리 하였다. 타당성 조사 용역 최종 보고회를 마칠 때까지 박물관의 방향과 구성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내놓는 등 높은 관심을 보였다. <평택시민신문>은 시민들의 숙원사업이자 평택의 정체성을 정립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박물관 건립이 올바른 방향으로 진행되도록 돕고자 서울시역사박물관, 군산근대역사박물관 등 해당지역 주민은 물론 여행객들에게도 사랑받는 6개 박물관을 방문해 전시관 구성과 운영방안에 대해 기획취재를 진행하여 7회에 걸쳐 연재 한다.

<글 싣는 순서>
①원주 고판화박물관
②군산근대역사박물관
③서울시역사박물관
④음성 철박물관
⑤지붕 없는 박물관 영월군
⑥수원박물관
⑦시민에게 외면 받는 박물관, 무엇이 문제인가?

 

하늘에서 내려다본 박물관 고을 영월 전경(사진 제공 영월군)

박물관 특구로 문화소외지역을 수혜지역으로 ‘변모’시켜
도시재생과 지역경제 활성화 두 마리 토끼를 잡다
“문화 생산 통해 후세에 더 많은 문화유산 남길 것”

 

강원도 남부에 위치한 영월군은 태백산맥과 소백산맥이 교차하며 백운산·옥석산·백덕산 등이 솟아 있으며 중앙부에는 동강과 서강이 흐르는 아름다운 고장이다. 지금은 작고 조용하지만 영월은 한 때 우리나라 근대화의 중추적 역할을 맡아온 곳이기도 하다.

영월에는 국내 최초 탄광인 영월광업소에서 연간 8000만 톤의 석탄을 생산하며 국내 산업을 주도했으며 1950년대부터 70년대까지 상동광업소에서 생산되는 텅스텐은 힘들었던 시절 우리나라 전체 수출액의 70%를 차지하기도 하는 등 대한민국 근대화의 주역이었다.

하지만 1992년 상동광업소가 폐광되고 우리나라 전력수요의 50%를 담당하고 있던 영월화력발전소가 발전을 중단하자 한 때 13만 명에 달하던 인구는 점차 그 수가 감소해 4만 여명으로 급감하는 등 침체의 길을 걸어왔다.

그러던 중 점차 쇠퇴해가는 영월의 회생을 위해 2005년부터 수려한 관광자원과 역사와 문화, 생태적 가치를 결합한 지역발전 방안을 구상하게 되었고 2008년 12월 19일 ‘박물관 고을 특구’로 지정되며 그 결실을 맺었다. 현재 영월군에는 공립 9개소와 사립 17개소 등 모두 26개의 다양한 박물관이 운영 중이며 해마다 많은 방문객들의 박물관 고을 영월을 찾고 있다.

생기 잃어가던 영월에 활력 더해준 박물관
지난 2일 박물관 특구를 추진해 새롭게 관광명소로 발돋움하고 문화소외지역인 영월군 주민들에게 풍부한 문화적 유·무형 인프라를 누릴 수 있도록 한 영월군청과 대표적인 사립박물관인 조선민화박물관, 영월아프리카미술박물관을 찾아가 보았다.

영월군에는 다른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볼 수 없는 박물관담당팀을 운영하고 있다. 박물관담당팀은 팀장 1명과 주무관 1명, 3명의 학예사들이 박물관 고을 특구와 박물관 운영 및 지원에 관한 업무를 맡고 있다.

박물관담당팀 서세원 학예연구사는 박물관 고을 특구 지정으로 “문화적 소외지인 영월이 오히려 도심지역보다 더 많은 문화적 혜택을 누리는 것은 물론 방문객들의 증가로 경제적인 효과도 톡톡히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선진국에서는 인구 1만5000명당 박물관이 1곳인데 반해 영월의 경우 인구가 4만 명인데 등록 박물관이 26개에 달해 약 1583명 당 1곳이라고 한다.
서 학예사는 “박물관 특구가 추진되기 전인 2004년에는 영월을 찾는 방문객 수가 31만여 명에 그쳤지만 2014년에는 152만여 명까지 가파르게 상승했다”며 “박물관은 생기를 잃어가던 영월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주었다”고 말했다.

그는 “전체지역이 청정자연이면서 지붕 없는 박물관으로 불리는 영월에서 박물관이 참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며 “흉물스런 폐교가 사람들이 사랑하는 박물관으로 탈바꿈하는 도시재생의 역할은 물론 지역주민들에게 새로운 일터와 일감을 선물했다”고 덧붙였다.

영월군청을 떠나 충북 단양 방면으로 차량으로 30여 분을 더 가면 김삿갓면에 다다른다. 이곳에서 다시 10여 분을 김삿갓계곡을 따라 거슬러 올라가면 영월을 찾는 방문객들이 빠지지 않고 들린다는 조선민화박물관(관장 오석환, 강원도 영월군 김삿갓면 김삿갓로 432-10)이 위치해 있다. 조선민화박물관은 조선시대 진본 민화를 전시하는 제1전시관과 현대 민화 등 각종 특별전을 볼 수 있는 제2전시관, 민화공모전 수상작이 전시된 제3전시관, 성인 전용 춘화방 등 모두 3개의 전시관과 춘화방이 마련돼 있다.

사립박물관 중에서 민화라는 특화된 분야로 영월에서뿐 아니라 우리나라는 물론 해외에서도 잘 알려진 조선민화박물관은 그 독특한 가치를 인정받아 지난해 5월 2일, 전남 강진군 대구면에 강진군의 지원을 받아 한국민화뮤지엄을 개관하기도 했다. 조선민화박물관 오솔길 기획실장을 만나 특화 박물관으로서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들어보았다.

유물전시·체험교육 벗어나 새로운 문화 생산
“다양한 아이템을 바탕으로 여러 상품과 교육보조재를 만들어 냈어요. 주로 찾는 가족단위 방문객들에게 맞춤형 관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1층에서 모두 관람을 하고 어른들이 2층 특별관을 관람할 때 자녀들은 1층에서 20여 가지의 체험 프로그램을 할 수 있도록 준비되어 있어요.”

오 실장은 조선민화박물관의 강점으로 민화 자체가 이야기를 담고 있는 유물이기 때문에 한 명이든 100명이든 박물관을 찾는 사람들에게 스토리텔링을 해주고 있다는 점과 다른 박물관과 달리 체험교육과 문화상품 개발을 보다 적극적으로 해왔다는 점을 꼽았다.

또한, 단순히 유물을 전시하고 체험형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에서 벗어나 새로운 문화를 생산하는 일에도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는 “연 1회 7300만원의 상금을 걸고 치러지는 민화공모전이 그 대표적인 예로 2000년부터 해마다 많은 예술가들이 수준 높은 작품을 출품하여 국내는 물론 외국에서도 큰 호평을 얻고 있다”고 밝혔다. 민화공모전을 통해 민화작가들을 사회 속으로 끌어들이고 민화의 대중화에도 기여하고 있다는 오 실장은 “공모전 수상자들의 모임인 민수회(민화공모전수상자모임)와 함께 연 1회 공동전시회를 갖고 3년 전부터는 프랑스 르부르박물관에서 열리는 아트쇼핑에도 참가하고 있다”며 “새로운 문화 생산을 통해 후세에 보다 많은 문화유산을 남겨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공동체와 함께 소통하고 성장하는 박물관
“박물관의 중요한 역할 가운데 하나가 지역공동체와 함께 소통하고 성장하는 것이죠.”
조선민화박물관은 지역공동체와 함께 성장하고 소통해야 할 책임을 다하기 위해 지역주민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특히, 교육에 참여한 주민들이 직접 민화를 배우고 익혀 어느 정도까지 수준에 도달하면 상품을 직접 만들어서 판매할 수 있도록 수백여 종류의 상품을 개발했다고 한다. 주민들이 생산한 상품들은 박물관 내에 마련된 문화상품점과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판매하여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힘을 보태고 있다.

오 실장은 “박물관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사랑받기 위해서는 지역주민과 소통하고 상생하는 길을 찾아야 한다”며 “전국 각지의 국립박물관에서 기념품 사업을 벌이고 있는 국립박물관문화재단과의 협약을 통해 주민들이 생산하는 문화상품의 판로를 만들어 피부에 와 닿는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이라고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