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수 미군 극동공병단 건축사

건축이 도시의 미관을 좌우…“파리의 에펠탑 같은 멋진 건축물 기대해”

2016-08-10     문영일 기자

수지·분당 같은 도시 이원화 막기 위해 철저한 준비 필요

세계 최대 규모의 미군기지인 ‘게리슨 험프리스’는 기지 이전 공사의 대부분을 마무리하고 2017년 본격적인 이전을 앞두고 있다. 지난 7년여에 걸쳐 대규모 토목공사의 책임자로서 미군기지 이전사업의 기틀을 마련하고 새로운 임지로 떠나는 정진수(81) 미 극동공병단 건축사를 만나 평택의 발전을 위해 준비해야 할 과제에 대한 의견을 들어보았다.

지난 26년간 미 극동공병단에서 전문 건축사로 일해 온 정진수 씨는 알래스카를 비롯한 각지의 미군기지에서 기지건축과 확장에 탁월한 업무능력을 인정받아 고령의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세계 최대 규모의 미군기지 토목공사를 총괄하였으며 다시금 새로운 곳에서 임무를 부여받아 우리나라를 떠났지만 2년 후 은퇴하면 정착 후보지로서 다시금 평택을 찾아 올 계획이라고 한다.

“평택이 인구 80만의 도시를 목표로 하고 있는데 주한미군 기지 이전사업과 대형산단의 유치가 기회일수도 있지만 위기일 수도 있다. 도시가 확장될 때에는 도시 주체 세력들의 역량이 충분해야 하는데 이 점이 우려스럽다. 용인의 수지나 성남의 분당이 그랬듯이 도시가 이원화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이로 인한 혼란과 갈등을 막기 위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합니다.”

정 건축사는 도시 이원화가 현실화되지 않으려면 행정기관을 비롯한 시민·사회단체 등의 도시 구성원들의 역량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며 현재 상태로는 감당하기가 어려울 것 같다고 우려했다. 이어 공재광 시장을 만난 자리에서 2년 후에 은퇴하면 살고 싶은 도시로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다며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시 행정부와 시민·사회단체 영역이 합심하여 구성원들의 역량을 키워나가고 예측 가능한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한 대안을 세워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한, “전주의 한옥마을이나 서울의 이태원 거리처럼 평택하면 무엇인가 특징적인 것이 떠오를만한 게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7년 전에 평택에 왔을 때 국제화도시라고 들었는데 실상은 국제화된 것을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하고 “송탄과 안정리의 로데오거리도 단순히 미군을 위한 거리에 지나지 않는다. 한국에 오면 제주도에 가기 전에 꼭 들러야 할 곳으로 평택을 꼽을 수 있도록 평택만의 특색 있는 문화적 인프라로 가득 채워진 거리를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건축사는 전통시장도 좋은 콘텐츠가 될 수 있다고 보았다. “세계 각지의 유명 관광지들도 먹을거리와 볼거리가 풍부한 전통시장을 걸어서 다니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 많은 관광객들을 유치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평택은 교통의 중심지로 인천국제공항과도 가깝고 평택항도 있어 발전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그는 시설 및 기능적인 관점에서 게리슨 험프리스와 접하고 있는 안정리에 필요한 시설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미술관 등과 같은 문화시설이 설치되어야 한다”며 “평택을 상징할만한 공공건물이나 대표적인 건물들을 특이하고 아름답게 지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더불어 그는 “여러 사람이 합심하면 좋은 그림을 그려낼 것이다. 건축이 도시의 미관을 좌우한다는 점을 잊지 않기를 바라며 평택에 다시금 돌아오면 파리의 에펠탑과 같은 멋진 건축물이 지어져 있기를 기대해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