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살면서 배려와 인권감수성이 필요한 이유

고기복의 세상만사

2016-07-20     평택시민신문

고기복

이주인권 저널리스트

지난 10일 경기도 양주시 지하철 1호선 양주역을 배경으로 한 동영상이 온라인을 달궜다. 이 영상은 1분 30초 분량으로 한 중년 남성이 미얀마 출신 이주노동자에게 갑자기 달려드는 모습부터 시작하고 있었다. 이어 중년 남성에게 맞은 사람이 입안 가득 피를 흘리는 모습이 자극적으로 이어졌다. 이 동영상이 얼마나 많이 유포되었는지 슬라브 3국 중 하나인 벨라루스에 나가 있는 필자의 지인은 페이스북에 필자 이름을 태그하여 영상을 걸어놨다. 그는 “이주노동자가 아무런 이유없이 맞았다”면서 피해자를 찾아 도와 줄 것을 요청하고 있었다. 해외에서 살면서 이주노동자 현실에 대해 좀 더 생각하게 되었을 그가 얼마나 분개하고 있는지 충분히 가늠할 수 있었다. 댓글을 단 다른 이들도 의견이 비슷했다. “이주노동자라고 무조건 업신여기며 이유없이 주먹을 휘두르는 인간을 그냥 둬선 안 된다. 반드시 처벌 받게 해야 한다”며 폭력을 휘두른 한국 남성을 비난하고 있었다.

반면, 이 영상이 지나치게 자극적이라 악의적인 편집이 있을 거라고 지적하는 사람도 없지 않았다. 필자 역시 영상을 올린 사람을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지만, 섣불리 편들 일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수많은 이주노동자 폭행 사건을 상담해 왔던 입장에서 폭행을 처벌해 달라고 우기다가 이주노동자 역시 처벌받는 경우를 숱하게 봐 왔기 때문이다.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상대방이 시비를 먼저 걸어왔다고 주장하며 처벌을 요구하다가 쌍방폭행으로 결론나면 억울하다고 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쌍방폭행 사건은 맞고 있던 사람이 방어 목적으로 대응했다고 해도 정당방위로 인정받기가 쉽지 않다. 이유없이 맞다가 피하거나 막을 목적으로 상대방을 밀쳤던 사람에겐 법이 가해자 편만을 든다고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이다.

동영상이 순식간에 퍼진 탓에 가해자로 알려진 중년 남성은 금세 경찰에 자수했다. 그런데 그 역시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는 “지하철 안에서 이주노동자와 눈이 마주쳤는데, ‘뭐야’라고 반말을 해 사과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팔을 뿌리치며 나를 때리려고 해 시비가 붙었다”며 지하철을 내려 사과를 요구하는 과정에서 우발적으로 폭행했다고 주장했다. 사실상 자수한 남성의 주장처럼 경찰이 인근 폐쇄회로(CC)TV를 확인한 결과 일방 폭행이 아니라 서로 주먹을 휘두른 쌍방폭행인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미얀마 출신 이주노동자가 소셜 미디어에 올린 동영상에는 자수한 남성의 폭행 장면만 담고 있어서 왜곡 논란과 함께 허위 사실을 올린 혐의(명예훼손)로 처벌받을 수도 있다고 경찰 측은 밝히고 있다. 사회적 파급력이 큰 소셜 네트워크를 이용한 여론몰이로 폭행 당사자를 자수하게 만드는데는 성공했지만, 그 과정에서 왜곡이 있었던 부분 때문에 피해자에서 가해자로 바뀔 곤란한 처지에 놓인 셈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반론 역시 만만치 않다. 이주노동자와 반말이 오가면서 시비가 시작되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외국인이라고 반말을 무조건 이해하라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주노동자들이 고운 말을 배울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반말만 하면서 고운말을 요구하는 것 자체가 억지다. 분명한 것은 어떤 이유든지 폭력이 용인돼서는 안 된다. 동남아 출신이 아닌 백인이었을 때도 그런 행동을 할 수 있었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번 사건은 이주노동자와 내국인 간의 폭행 사건이 어느 일방이 가해자거나 피해자라는 공식을 거부하고 있다. 누구나 가해자가 될 수 있고, 피해자가 될 수 있음을 말하고 있다. 또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인권감수성이 우리사회 전반에 걸쳐 필요함을 말하고 있다. 더불어 이런 류의 사건은 경찰에게 도움을 받기는 커녕 억울한 처분을 받을 수 있다는 불신을 심어줄 수 있다는 점에서 억울함이 없도록 치우침이 없이 철저한 조사가 있어야 할 것이다. 상식적인 이야기지만, 폭력은 어떤 경우에도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

 

※이 사업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