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전국 미군기지 평택 총집결, 초당적으로 저지하자

김 용 한<미군기지 확장반대평택대책위원회 상임대표><민주노동당평택을지구당 위원장>

2003-06-18     평택시민신문
▲ 김용한<미군기지 확장반대평택대책위원회 상임대표><민주노동당평택을지구당 위원장>
소극적이다 못해 패배주의에 빠져 있는” 평택 정치인들에게 고함

나는 평택시민신문 3월 12일치(168호)에 “미군기지 바다가 될 평택, 이를 어찌할 것인가”라는 특별기고문을 통해 “평택에서 숨을 쉬는 사람이라면(...) 온갖 차이를 뛰어넘어 미군기지 막는 일에 떨쳐나서자”고 호소한 바 있다.

첫 화답은 평택시민신문이 했다. 시민신문은 6월 10일치(180호) “후손에게 미 군사도시를 물려 줄 것인가”라는 명사설에서, 전국 기지 총집결 저지의 당위성을 정확히 지적하며, “소극적이다 못해 패배주의에 빠져” 있는 평택 정치인들에게 일침을 가했다. 지역 언론으로서 어려움이 적지 않을 텐데, 용기와 결단을 내린 발행인과 편집인, 기자들 모두에게 찬사를 보낸다.

한미 두 나라 정부의 합의대로, 주한미군사령부를 송탄으로, 미8군사령부를 팽성으로 이전한다면, 평상시의 살인, 강간, 강도, 교통사고, 비행기폭음, 환경파괴, 퇴폐문화 확산, 교육풍토 파괴, 마을공동체 파괴, 토지 박탈 같은 온갖 폐해는 말할 것도 없고, 미국이 조만간 일으키려는 북침 전쟁에서, 송탄과 팽성, 아니 평택 전 지역은 한국에서 제일 먼저 불바다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환경이나 노동, 주민, 여성, 인권, 교육, 문화, 장애인, 정치, 통일, 하다못해 새마을이나 바르게살기, 제2건국 같은 관변운동까지 포함해서, 그 어떤 시민운동도 평택에서는 소용없다. 사람이 다 죽는 판에 무슨 운동인들 의미가 있는가.

어떤 이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서 미군이 많아지는 게 좋다고도 하고, 어떤 이는 동두천기지는 안 되고, 용산 기지는 된다고도 하고, 어떤 이는 미군 기지를 받는 대신, 고속철도 역 같은 것을 유치하자고도 하고…. 나름대로 많은 궁리를 하는 모양이다. 미군기지가 내려와야 지역 경제가 활성화된다면, 평택에 미군기지를 총집결시켜 주는 것 자체가 국가의 엄청난 특혜 아닌가. 그런데 거기다 무슨 또 다른 특혜를 바라는가.

정치인들이 이런 지엽말단적인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은 극소수 사리사욕으로 가득 찬 사람들 눈치만 보기 때문이다. “우리도 먹고 살아야 하니까, 시민 여러분 빨리빨리 죽어주세요” 하는 장의사가 없듯이, “시민 여러분, 장의사들도 먹고 살아야 하니까, 우리가 빨리빨리 죽어 줍시다” 하는 정치인은 더더욱 없는 것이다.

경제가 활성화돼 있는 군사 기지 주변이 있으면 한 군데만이라도 대 보라. 송탄과 팽성에는 미군이 1만 2천명 넘게, 그것도 50년 넘게 있지만, 대학생이 8백 명 정도에서 2천 명으로 늘어난 지 10년도 안 되는 평택대 주변보다 더 발달했는가. 아니 앞으로 50년쯤 더 지나면 평택대 주변보다 더 발달할 가능성이 눈곱만큼이라도 있나. 미군이 평택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미군수의 반밖에 안 되는 쌍용자동차에 비해도 턱도 없다.

평택의 정치인들이여, 이것저것 재지 말고, 전국 미군기지 평택총집결 저지 운동에 나서라.

그래서 일단 미군 기지를 막자. 국가가 하는 일인데 지역 정치인들이 무슨 힘이 있느냐고 하지 마라. 평택 시민들과 정치인들이 힘을 합치면 전국 기지 총집결, 반드시 막을 수 있다.

정치인들이 안 나선다면 정치인 잘못 뽑은 죗값은 우리 유권자가 받을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정치인들에게 압박을 가하고, 말 안 듣는 정치인 낙선시키는 것은 유권자의 권리요 의무이다. 머슴이 말 안 들으면 주인이 더 고생해야 하는 것이야 정한 이치이다.

이제 우리 주인들은 시민의 머슴인 정치인들을 다그쳐 가며, 국립대학, 국립병원, 국립극장 같은 국립 시설들을 유치하는 운동을 벌이자. 국가 때문에 50년 넘게 희생해 온 평택 사람들은 지금도 당당하게 그럴 권리를 갖고 있는 것이다.

<독자투고 designtimesp=10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