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호관광단지개발주민대책위원회 인효환 위원장
“창살 없는 감옥에 갇힌 개발 약속 40년 세월 이제 종지부 찍어야 할 때”
“평택호관광단지는 한 때 선진지 견학 1순위로 수많은 사람들이 찾던 관광 명소였죠. 배수갑문이 있고 호수와 바다, 산도 있어 관광의 요건으로만 본다면 최적지인데 대규모 관광단지개발 계획에 발이 묶여 결국 폐허가 되다시피 했어요.”
주민들이 고통을 감내하며 40년을 기다려온 평택호관광단지 개발사업은 지난해 12월 중앙민간투자사업심위에서 적격성을 인정받아 곧 보상절차가 진행되고 착공이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감이 컸다. 하지만 주민들의 희망은 제3자 제안공고에서 SK컨소시엄이 불참하면서 또 다시 절망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한산하다 못해 을씨년스런 분위기가 느껴지는 평택호 관광단지를 찾아 평택호관광단지개발주민대책위원회 인효환 위원장을 만나 그간의 일들에 대해 들어보았다.
인 위원장은 평택호 관광단지가 한 때는 수도권 인접 관광지로 각광을 받으며 휴일에는 1만여 명 이상이 찾던 관광명소로 30여 개의 횟집과 100여 개의 포장마차 등이 어우러져 북적이던 곳이라고 회상했다. 그러나 1990년대 외곽순환도로와 2002년 서해안고속도로 개통 이후 쇠락의 길을 걷다가 당진시의 전폭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급성장한 삽교호 관광단지로 관광객들이 몰려 추락 속도를 더 했다고 설명했다.
“서해안고속도로 개통 당시만 해도 삽교호보다 평택호 쪽이 더 활성화 될 줄 알았는데 당진시가 송악에서 삽교호로 가는 도로를 만들고 대대적인 홍보와 규제 완화 등의 지원을 집중해줘 상황이 역전되었어요. 관광단지는 지자체장의 의지가 중요한데 대규모 개발만 생각하다가 이런 상황까지 왔어요.”
3개 시군이 합쳐지며 출범한 통합 평택시가 갑작스레 입장료 명분으로 주차료와 통행료를 징수한 것도 손님들의 발길을 돌리는데 한 몫을 했다고 한다. “당시 평택호를 찾는 사람들이 갑자기 주차료와 통행료를 징수하자 70%가 차를 돌렸어요. 평택군 시절에 계획했던 강변도로 개설과 청소년 수련원, 수영장 등의 설치 계획도 전면 백지화 되면서 대규모 계발 계획이라는 창살 없는 감옥에 갇혀버린 겁니다.”
관광지로써 최적의 요건은 갖추었지만 정치 논리에 휩싸여 표류하면서 40여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는 인 위원장은 “현 시장이 취임 당시 2016년까지 착공하지 못할 경우 대형 개발사업을 포기하고 권관지구를 개발하기로 한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더 이상 견디기 힘들어요. 시에서 6개월 내에 재입찰을 한다는데 올 해 안에 사업의 진척이 없다면 관광개발지구 지정을 해제하거나 8만평의 시유지를 포함한 권관지구 20만평이라도 개발해주기를 주민들이 간절히 원하고 있습니다. 40여 년이라는 긴 세월을 개발이라는 창살 없는 감옥에 갇혀있던 주민들을 위해 시에서 결단을 내려줘야 합니다.”
인 위원장과의 만남을 뒤로하고 돌아오는 길에 둘러본 평택호 관광단지에는 관광객들의 발길을 확인할 수 없었다. 이미 견디지 못하고 문을 닫은 상점과 식당들 사이에 간간히 명맥을 유지하며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는 몇몇 식당들만이 하염없이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