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섶길 … ‘아름다운 평택’의 가치를 새롭게 발견하다
12개 코스 200km 길 3년 여 걸쳐 발로 뛰며 발굴…올해 시범적으로 대추리길·비단길 완성 계획
“섶길 통해 휴식과 힐링이 있는 평택을 만들고,
평택을 ‘하나로 묶는 역할’ 할 것”
길이란 우리 삶에서 많은 것들을 내포하고 있다. 길에는 사랑·이별과 같은 감정, 누군가와의 소중한 추억, 예부터 전해 내려온 우리의 역사, 오래전부터 살아온 선조들의 인생… 등 삶의 많은 것들을 담아내고 있다. 하지만 과학과 문명이 발달함에 따라 도시는 직선으로 뻗은 아스팔트 도로, 높다란 빌딩 등으로 채워지며 추억 속 소중한 길들이 사라져가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가 살고 있는 평택의 숨겨진 보석 같은 ‘길’을 찾아 알리기 위해 평택문화원·평택섶길추진위원회 주최, 평택시민신문·평택저널의 후원으로 ‘평택섶길 조성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휴식과 힐링이 있는 평택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가진 평택섶길의 의미와 추진위 구성배경, 현재 진행과정 및 향후계획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평택섶길의 의미와 평택섶길추진위 구성 배경
“아름다운 길을 찾아내 관리·보존할 것”
평택섶길의 ‘섶’이란 저고리나 두루마기의 앞여밈을 하는 데 있어 앞 중심에 겹쳐지는 부분을 의미한다. 이처럼 중요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잘 알고 있지 못한 곳 ‘평택섶길’을 찾아 알리기 위해 평택섶길추진위가 구성되었다.
2012년 지역을 사랑하고, 지역의 소중한 것들을 알리고 싶었던 몇 사람들이 다녀보니, 가볼만한 장소들이 대부분 평택의 외곽에 위치하고, 평택의 지도를 봤을 때 차도·일반도로 및 건물들로 빽빽하게 표시된 것을 보고 시민들이 편하게 걸을 수 있는 길이 거의 남아 있지 않다는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느꼈다고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에서 편하게 걸을 수 있는 아름다운 길을 찾아내 관리·보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 그들은 약 3년의 시간동안 지역 구석구석을 직접 걸어 다니며 총 12개 코스 200km의 섶길을 기획해냈다.
소위 IMF사태라 불리는 외환위기도 비껴갔다는 평택은 그만큼 먹고살기 좋은 곳이라 불렸다. 평택은 빠른 속도로 발전했고, 현재는 ‘고덕삼성반도체단지·LG산업단지·평택항’ 등으로 연일 뉴스에 오르내리며 뜨거운 관심 속에서 경제성장을 이뤄냈지만 그에 비해 휴식할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한 상황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꼽히는 곳 중 하나인 제주도에 살고 있는 해녀들이나 주민들도 제주도를 아름답다고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는 많은 관광객들로 인해 발전·개발된 제주도가 그들에게는 관광지가 아닌 삶의 터전이기 때문인 것이다. 평택 또한 찬찬히 살펴보면 아름다운 곳들이 많지만 빠른 발전과 수많은 개발로 인해 가려져 많은 시민들은 마음 속 짐을 잠시 내려놓고 휴식할만한 곳들이 없다며 아쉬움을 토로해왔다.
섶길추진위 관계자는 “많은 사람들이 한 발짝 물러나 바라본 아름다운 평택에서 부담 없이 휴식을 취하고, 길을 통해 위로를 얻고, 여러 가지를 알고,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3개 시군이 통합된 평택에 잔재해있는 통합의 여파, 갈등요인들이 섶길로 인해 공동체 의식을 심어 해결하며 다시 한 번 평택을 하나로 묶는 기회가 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전했다. 아울러, 섶길추진위는 평택섶길의 기점이 평택시청 앞 광장인 만큼 평택섶길을 홍보할 수 있는 공간을 배치해줬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다. 광장의 한 켠이나, 길가의 한 블록에 섶길 출발점 표시를 하고, 섶길 안내소 및 안내 표지판을 세워 홍보공간을 구성한다면 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 예상된다.
평택섶길 현 진행상황 및 향후계획
“단계별로 나눠 연차적으로 완성시킬 계획”
현재 섶길추진위는 평택을 도는 둘레길의 윤곽을 대부분 완성했다고 밝혔다. 더불어 올해는 전체 12개 코스 200km 중 ‘대추리길 코스’와 ‘비단길 코스’를 세부적으로 확정짓고, 스토리텔링 및 표지판 등을 시범적으로 완성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를 위해 섶길추진위는 지난달 28일 평택시립장당도서관, 이달 14일 평택시립팽성도서관에서 ‘평택섶길 마을자원조사 간담회’를 열어 섶길 스토리텔링을 위한 마을자원 조사 유형 및 항목의 체계적 분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길 자체만이 아닌 길 주변의 역사·문화·환경 생활자원 등을 파악하기 위한 섶길자원조사단을 구성하여 답사를 통해 종합적 조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길 주변 마을에서 실제로 거주하고 있는 주민들의 생활과 관련된 것들을 섶길에 담을 계획이다. 그리고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평택대학교에 ‘평택섶길연구팀(이시화교수 지도)’이 구성되어 평택섶길의 나아갈 방향과 주변지역에 대한 조사연구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아울러, 대구 올레길 등 현장답사를 통해 우리 지역에 맞는 구체적 방안을 모색할 수 있도록 노력중이라고 한다. 이밖에도 지역의 문인들과 미술인들이 섶길이 지나는 마을의 예술적 가치를 파악하고, 마을의 가치를 더 높이기 위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한편, 나머지 10개 코스는 단계별로 나눠 연차적으로 완성시켜나갈 계획이며, 길의 특성상 계속 변화하는 부분들은 그에 맞게 수정해나갈 예정이라고 한다.
대추리길
“평택의 아픔이자 평화지향의 의미를 담아”
대추리길 코스는 평택시청 앞을 기점으로 조개터, 유천동을 지나 대추리 이주민이 살고 있는 평화마을이 있는 노와리를 거쳐 반환받은 미군CPX훈련장, K6기지 정문 앞까지 총 14km 여정이다.
‘대추리길’이라는 이름의 의미는 사실상 행정적으로 대추리는 사라졌지만 평택의 아픔임과 동시에 평화를 지향하는 의미를 담아 그 뜻을 기리기 위해 대추리길이란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보통 둘레길이라고 하면 시골 변두리 외곽 쪽만을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대추리길은 주변 변두리만이 아닌 시내의 생활권과 길을 연결시켰다는 특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는 일반 시민들이 섶길을 쉽게 접하게 하기 위해 생활권과 밀접하게 연관시킨 것이다.
대추리길 코스에는 평택의 여러 상징성들이 담겨있다. 현재 조개터라고 불리는 곳은 예전에 실제로 물이 들어왔던 곳이다. 또한 유천동 앞에 보이는 들은 소사벌을 잘 표현해주고 있다. 또한, 노와리에 위치한 대추리 평화마을은 평택역사에 있어 큰 아픔을 담고 있으며. 반환받은 미군CPX훈련장에는 숲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에 숲 공원으로 조성하면 더욱 훌륭한 공간이 될 것이다. 이렇듯 대추리길 코스는 우리가 평택의 상징성들을 담고 있는, 평택을 조금 더 이해할 수 있는 의미를 가진 코스이다.
비단길
“실크로드를 재해석한다”
비단길은 팽성 계양에서부터 공사 중인 평택호 횡단로를 건너 현덕면 덕목리 연화동을 거져 신왕리, 마안산, 구진마을이 있는 대안리를 지나 평택호 혜초비까지 총 12km 여정이다.
‘비단길’의 의미는 과거 신라 경주에서부터 당나라로 가던 실크로드를 우리말로 붙인 것이다. 신라 경주에서 당나라로 가기위해서는 천안 둔포를 지나 경양포라는 옛 이름을 가진 계양을 거쳐 혜초비가 있는 평택호까지 가야했다. 이러한 비단길은 예전에도 신라시대 많은 승려들이 당나라로 도를 닦으러 갔던 것처럼 도를 닦는 마음을 갖고 차분하게 걷는다면 더욱 값진 경험이 될 것이다.
길을 걷다보면 간혹 지루함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비단길은 물길·숲길·마을길·논길 등 다양한 종류의 길을 걸을 수 있어 흥미로운 길이라고 여겨진다. 또한, 다양함 안에 독특한 아름다움을 담고 있다. 우선 엄청난 폭의 평택호 위를 걸을 때는 물 위를 걷는 듯한 기분에 사로잡힌다. 이어 평택호를 앞에 두고, 작은 산을 뒤에 두고 있는 신왕리 마을을 걸을 때 느껴지는 아늑함 속에서 차분해지는 자신을 찾을 수 있다. 이에 따라 섶길 추진위는 신왕리 마을만을 한 바뀌 도는 별도의 명상길도 만들 계획이라고 한다.
장순범 섶길추진위원장
“길은 살아있는 박물관이다”
‘평택섶길 조성사업’은 아직 시작단계이다. 현재 큰 틀에서 구체적 진행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휴식과 힐링이 있는 평택을 만들고 싶어 시작한 섶길 만들기는 마을 만들기이자 평택 만들기라고 생각한다.
마을 만들기는 한 마을이 가지고 있는 인적·물적 자원 및 역사·문화적 자원, 생활자원 등 모든 것들을 최대한 발현시켜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들겠다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마을 만들기의 출발점은 바로 그 마을이 가지고 있는 것들에 대한 조사이다.
평택섶길도 마찬가지이다. 길 주변 마을의 자원조사가 중요하다. 이러한 조사는 결국 섶길이 어떻게 가치를 실현시키고, 평택의 정체성을 파악하는 동시에 평택이 나아갈 방향을 밝히기 위한 첫 출발점이자 기초 작업인 것이다.
‘자원’이라는 것은 우리 주변의 모든 것들이다. 우리 주변의 것들에 대한 가치를 높이고 이웃들과 함께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들이 존재하지만 대부분 그것에 대해 잘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섶길추진위는 우리 주변에 있는 가치들을 재발견하고, 그 가치를 발현시켜 생활에 실질적 도움이 되도록 노력할 것이다. 또한, 자원이라는 것은 역사·문화적인 자원도 있지만 과거와 현재의 생활자원도 매우 중요하다. 예전에 마을에서 쓰던 버려진 창고 같은 곳은 예술가들에게 가치 있는 공간으로 재탄생 할 수 있다. 이밖에도 사용하지 못하는 농기구 같은 것들도 많다. 다른 시각으로 보면 이러한 모든 것들은 좋은 자원들인데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섶길은 교류를 통해 가치를 높여줄 수 있다. 좋은 박물관을 만드는 것 못지않게 좋은 길을 찾아 살아있는 박물관을 만드는 것은 중요하다. 요즘 초·중·고 학생들만이 아니라 30~40대 학부모들조차 밭의 콩이나 양파 등의 농작물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한다. 텃밭의 작물들을 통해 겨울에 마을에서는 어떤 월동준비를 하고 있는지 등의 생활모습을 배울 수 있다. 길의 발견은 살아있는 교육을 위해서 더욱 중요하다. 길을 통해 특산물, 마을, 역사, 문화, 경제를 포함하는 과거 그리고 현재의 생활자원, 즉 평택의 모든 것을 배우고 그 가치를 향상시키려는 노력은 우리의 삶이 보다 아름다워 질 것이라는 희망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