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50년만의 대홍수에도 인명피해 제로 교토시 방재 시스템

제2의 세월호 없는 사회를 위해 (5))-마지막회

2014-11-05     허성수 기자

50년만의 대홍수…시 정부 매뉴얼따라 150만 주민 훈련대로 대피

주민중심 6000여 자주방재조직이 방재행동요령 따라 자율적 훈련

시정부 재난상황 휴대전화로 알려

▲ 2013년 9월 중순 제18호 태풍이 몰고 온 비구름대가 장시간 교토시 상공에 머물면서 이틀간 쏟아진 집중호우로 가쓰라가와강이 범람한 모습(교토시 사진제공).

 

본지는 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사고에 대한 경각심 고취와 지방정부의 재난위기 관리 시스템을 점검하기 위한 특별 기획취재를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전국지역언론과 공동으로 일본과 국내사례, 평택시의 과제 등을 취재해 8월 20일부터 4회에 걸쳐 보도한 바 있다. 지난 보도에서 중앙정부의 재단대응 시스템의 문제점과 과제, 일본 오사카와 고베 지역의 지진과 해일 등에 대배한 재단 대응시스템, 재해 기념관과 광범위한 자원봉사 조직 등 선진적 시스템에 대해 집중 취재 보도했다. 이번 호에는 일본 기획취재의 마지막 부분으로 대홍수에도 인명피해 제로로 만드는 교토시의 방재시스템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평택에서는 안성천 범람 위험에 대비해 평택호 배수갑문을 증설하는 등 대책을 세우고 있지만, 대홍수에 대비한 일본의 방재 시스템도 참고가 될 것으로 보인다. <편집자주>

일본 오사카와 고베 위쪽에 위치한 교토시에는 3개의 강이 있다. 가쓰라가와 강, 가모가와 강, 우지 강이 그것이다. 2013년 9월 중순 가쓰라가와 강이 범람했다. 당시 18호 태풍은 교토시를 약간 비껴갔지만 엄청난 비를 쏟아 부었다. 가쓰라가와 강의 수위는 점점 높아졌고 저지대 주택가는 물바다로 변했다.

“이틀 동안 내린 비로 마룻바닥과 방바닥까지 침수된 가구는 619건, 마당만 침수된 집은 811건이 보고됐지만 사망자는 한 사람도 없었어요.” 교토시 방재위기관리실의 히토미 사치코(人見 早知子) 지역방재추진과장의 말이다.

교토시로서는 50년만의 큰 물난리였다고 기억할 만큼 물적으로 입은 피해규모는 매우 컸다. 건물 전파 4건, 반파 6건, 일부손괴 164건이었고, 도로 피해상황으로는 토사붕괴 등 209개소, 침수도로 51개소, 문화재 피해 6건, 농림피해 955건이 보고됐다. 그러나 시정부가 주도면밀하게 단계별로 내리는 경고에 따라 시민들이 평소 숙지한 매뉴얼대로 움직인 결과 인명피해가 전혀 발생하지 않았다. 당시 교토시내를 흐르는 3개 강의 수량을 조절하는 히오시 댐도 황톳물로 가득 차올랐다. 그러나 조금씩 방류함으로써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

주민 중심의 자주방재회와 자주방재부 조직

2004년 교토시는 방재 맵을 만들어서 11개 행정구의 구민들 가정에 배포했다. 폭우로 인해 침수가 예상되는 저지대 지역을 짙은 청색으로 표시했고, 방재 맵 뒤에는 높이 3m 미만의 낮은 층에 사는 주민들에게 2층 이상의 높은 건물로 피난하도록 실제상황에서의 행동요령도 씌어 있었다.

교토시는 시민이 중심이 된 자주방재회와 자주방재부도 만들었다. 자주방재회는 소학교(초등학교) 통학구 단위로 227개 조직을 만들었으며, 자주방재부는 정(町)단위로 6286개를 조직했다.

“자주방재부에서는 시민방재행동요령과 지침을 익히고 시민 스스로 참여하게 합니다. 재해가 발생했을 때 어떤 방향과 어떤 경로를 통해 빨리 안전하게 대피해야 되는지 평소 훈련을 통해 몸에 익힙니다.”

제3호체제 돌입하면 시 공무원 절반규모 대응 나서

▲ 교토시를 관광하는 외지 관광객들이 대규모 재난이 발생했을 때 피난할 수 있는 곳을 안내하는 ‘귀택곤란관광객 피난유도계획’ 설명서.

지난해 9월 중순 기상청으로부터 호우와 홍수주의보가 예보되면서 시청에는 재해경계본부가 설치되고 날씨에 대한 정보수집에 들어갔다. 정보수집체제에서는 관계공무원 위주로 약간명만 투입된 가운데 교토시내에 각기 100개소와 48개소에 설치된 우량계와 수위계를 통해 시시각각 늘어나는 강우량을 체크하면서 기상청의 예보에 귀를 기울인다. 뿐만 아니라 교토지방기상대와 교토부, 교토부 경시청과도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태풍설명회를 하며 회의를 한다.

▲ 교토시 행재정국 위기관리실 히토미 사치코 지역방재추진과장이 지난해 인명피해 한 명 없이 대홍수를 극복할 수 있었던 비결을 설명하고 있다.

호우와 홍수, 폭풍경보가 발령되자 제1호 체제에 돌입했다. 1300명의 공무원들이 비상대기상태에 들어갔다.

태풍은 더욱 심술을 부리며 비구름대를 형성시켜 장대비를 퍼붓기 시작했다. 곧이어 기상청은 호우특별경보를 발령했고, 교토시는 제3호 체제로 들어가 전체 공무원의 절반 규모인 약 7700명에게 재해대응에 나서도록 했다. 주민들에게는 각 정(町)마다 등록된 일반전화번호와 스마트폰으로 문자 메시지를 보내거나 라디오 인터넷 홈페이지, TV를 통해 단계별 체제를 알리고 매뉴얼에 따라 대피하도록 했다.

집에 고정된 일반전화나 휴대전화, 이메일, 직장의 팩스 중 하나를 시에 등록하게 되면 재난상황에 대한 정보를 받아볼 수 있다. 재택생활을 하는 독거노인도 자원봉사자들을 통해 상황을 파악하고 재난정보를 제공한다.

재난정보를 시민들에게 휴대전화로 긴급 제공하기 위해 교토시는 2012년 8월 NTT, 2013년 2월 au 등의 주요 이동통신사와 계약을 체결했다.

교토시는 상황에 따라 가장 먼저 정보를 제공해야 할 곳을 다음과 같이 정해 놓았다.

△호우, 홍수경보: 지하시설, 요배려자 이용시설 △토사재해경계정보: 자주방재회, 요배려자 이용시설 △홍수예보, 피난판단수위 도달정보: 자주방재회, 지하시설, 요배려자 이용시설, 수방단 △폭우특별경보: 전체 시민 △피난정보: 관계 시민, 자주방재회, 지하시설, 요배려자 이용시설, 수방단

밤새 발송하는 피난권고 문자메시지

교토시가 2013년 9월 15일 밤 밤새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면서 16일 새벽 2시 30분~3시 55분 시민들에게 피난준비정보를 보냈고, 새벽 4시부터 아침 9시까지는 피난권고를 발령했다.

히토미 사치코 과장은 교토시 전체 공무원이 1만4000명이지만 피난소마다 배치시킬 수 없기 때문에 각 정·촌단위로 조직된 자주방재회나 자주방재부 등의 주민조직을 통해 효율적인 안내와 통제가 이뤄진다고 말했다. “대피발령을 하게 되면 피난소와 가장 가까운 거리에 상주하는 사람이 문을 엽니다. 저지대의 침수를 막기 위한 수문도 근접거리에 있는 사람이 책임을 지고 닫죠. 대피하는 사람들을 안전하게 유도하는 일까지 모두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나서서 합니다.”

대홍수가 남긴 과제

보다 완벽하게 대처하기 위해서는 풀어야 할 과제도 얻었다. 히토미 과장은 대략 일곱 가지 문제를 지적했다.

첫째, 한밤중, 새벽 미명의 어두운 시간에 피난지시 발령을 내려야 할 적절한 타이밍을 잡기가 어려웠다. 둘째, 직원들을 소집해 각기 배정된 장소로 가게 해야 하는데 대중교통의 운행이 안 될 경우 이동이 어려웠다. 셋째, 교토시내 3개의 주요 하천에 대한 관찰은 용이했지만 나머지 320개의 중소규모 하천에 대해서는 물이 어느 정도로 차오르는지 정보수집이 안 됐다. 넷째, 새벽시간대에 도로와 공공교통기관에 대한 정보수집과 전달이 미흡했다.

다섯째, 언어가 다른 외국인이나 보호가 필요한 재가생활 고령자에게 찾아가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어려웠다. 여섯째, 대부분의 피난소가 초·중학교 체육관으로서 대피한 주민들에게 정보를 전달할 방송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았다. 일곱째, 교토시와 교토부가 평소 만들어 놓은 인터넷 홈페이지가 너무 많은 접속으로 과부하가 걸려 열리지 않은 상황이 발생했다.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피난대책

교토는 일본의 대표적인 역사문화 유적도시로서 외지에서 온 관광객들이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도록 철저하게 대비하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들은 스마트폰으로 교토시가 보내는 재난대응과 관련한 정보를 자동적으로 받아볼 수 있다. 지도상에 녹색으로 사람이 앉아있는 표시가 뜨는데, 대피소를 뜻한다. 절이나 신사 등의 관광지 위치가 표시돼 있고, 그 주변에 있는 대피소의 정보가 녹색 바탕에 사람이 앉아 있는 모습으로 뜬다. 즉, ‘관광객긴급피난광장’이다.

그런데 한밤중이나 새벽에 재난이 발생하게 되면, ‘귀택곤란관광객 피난유도계획’ 등을 통해 숙소와 관련한 피난장소를 확인하고 찾아갈수 있도록 상세히 안내하고 있다. 교토시가 지정한 일시체재시설은 전체 114개소다. 연간 5000만 명의 관광객이 교토시를 찾는만큼 외국인에게도 안전한 도시라는 뜻이었다.

※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