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 다시 생각하기’ 저자 신성식

협동조합은 승자독식인 자본주의 대안

2014-09-03     고기복 기자

‘협동조합 다시 생각하기’ 저자 신성식 대표는 아이쿱생협(iCOOP) 총괄 경영 대표로 우리나라 생활협동조합 1세대다. 지금까지 ‘새로운 생협운동의 미래’, ‘새로운 생협운동’(공저)을 낸 바 있는 신 대표는 저서에서 우리나라 협동조합의 안착을 위한 방법론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고 있다. 규모의 경제를 위해 조직을 합병하면서 덩치를 키울 때 조합원이 점점 주인이 되지 않는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기록했다는 신 대표의 속내를 평택시 비전동에 있는 평택오산 아이쿱생협 방문을 계기로 들어봤다.

아이쿱생협 조합원들을 보면 시민사회단체에서 시민운동하는 활동가라는 느낌을 받곤 한다. 그런데 신 대표는 협동조합은 가치경영을 지양해야 한다고 했는데, 그 의미는?

시민단체는 무언가를 바꾸기 위해 일하지만 캠페인에 머무는 경향이 있다. 반면 협동조합은 캠페인을 넘어 비즈니스도 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균형 있게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 가치(친분)만 우선시 되면 경영이 어렵다. 가령 생산자가 잘못이 있을 때 가치 경영에 중점을 두면, 그 문제를 지적하기가 쉽지 않다. 가치경영을 지양한다는 것은 부정한 생산자가 있으면 공개를 통해 소비자의 신뢰를 얻는 것을 말한다. 가격경쟁력 약해도 믿을 수 있다는 신뢰를 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이쿱생협이 그동안 여유 있는 소비자들만의 모임이라는 인식이 없지 않다. 대중성 확보를 어떻게 할 것인가?

여유가 되면 안전한 먹을거리를 찾는 것은 보편적 욕구다. 즉 인간의 보편적 욕구를 담아내는 것이 가장 대중적이다. 자식에게 좋은 것 먹이고 싶은 부모 마음을 담아내면 된다. 일반 대기업 라면 제조업체들이 제조일자를 밝히지 않는다. 라면은 유통기한이 6개월인데, 튀김음식인 라면에 얼마만한 산화방지제가 들었을지 소비자가 모른다. 그런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아이쿱생협은 직접 라면공장을 만들었다. 믿을만한 먹을거리를 생산 유통하여 조합원, 소비자 신뢰를 높였고, 클러스트 기금 사업 등을 통해 가격 경쟁력도 갖춰가고 있다. 아이쿱은 대중성을 이미 확보했다고 본다.

하고 있거나 하고자 하는 사업이 다양하다. 사업 리스크는 없나?

아이쿱은 회계를 정률법(기초 장부에 적혀 있는 고정 자산의 가격에 일정한 상각률을 곱하여 매기의 감가상각비를 산출하는 방법)을 쓴다. 정률법에 따라 감가상각을 하다보면 신규 매장(자연드림)은 보통 2년까지 적자로 나타난다. 그러나 현금만 놓고 보면 적자가 거의 없다. 다만 제조업 리스크는 사업 시작할 때 줄일 수 있는 방안 마련에 힘쓴다. 합작회사의 경우 처음에는 51:49로 조합이 조금 높게 갖지만, 사업이 안정화되면 지분을 50:50에서 49:51로 4∼5년에 걸쳐 지분변화를 통해 경영권 보장과 안정적인생산을 담보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리스크를 줄이면서 신뢰를 얻고,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중심조합원제, 책임출자, 기여자 우선 원칙 등에 대한 언급을 듣다보면, 주주이익 극대화를 꾀하는 주식회사와 뭐가 다른가 하는 의문이 든다?

주식회사는 승자독식 구조다. 사업을 시작한 기여자가 경영과 경영성과를 독식하는 구조라는 것이다. 반면 협동조합은 기여자 우선 원칙을 취하되, 독식은 아니다. 승자 독식도 문제지만, 아무 것도 안 하는 것도 문제다. 기여자 우선 원칙을 도입한다는 것은 독립유공자 후손에게 국가가 혜택을 주는 것이 당연하듯, 조합 기여자들에게 혜택을 주자는 차원으로 이해하면 된다. 참여를 유발시키지 위한 장치인 셈이다. (기자 주: 주식회사는 자본을 많이 출자한 주주가 더 많이 투표권을 갖는 1주 1표를 택하는데 반해, 협동조합은 민주주의 원칙인 1인 1표제를 취하여, 주식회사의 소액주주와 같은 소외가 없도록 하고 있다.)

유기농식품 등을 공급하는 로컬푸드(Local Food) 운동과 구별되는 점은 무엇인가?

로컬(Local)의 정의가 뭐냐고 할 때, 단지 행정단위로만 볼 것인지를 먼저 따져 봐야 한다. 우리나라는 면적이 중국의 한 성도 채 되지 않는 경우다. 글로벌 푸드(Global Food)라는 관점으로 보면 대한민국 전체가 로컬이다. 현재 로컬 푸드 운동은 지역주의 식품운동이라고 하는 게 맞다.

10만 고용에 대한 꿈이 있다고 했는데?

아이쿱생협은 현재 3천여 명 직원이 4,800억 원 정도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향후 매출과 고용증진을 통해 사회에 공헌하고자 한다. 삼성(전자)에 매출로는 상대가 안 될 수 있지만, 고용으로는 이길 수 있다.

최근 붐이 일고 있는 협동조합 90% 이상이 운영이 잘 안된다고 지적했다. 협동조합이 여전히 자본주의 대안이라고 보는가?

협동조합은 주식회사보다 (논의 구조상) 일하기 어렵다. 협동조합이 170년 전에 시작됐는데, 쉽고 그게 잘 됐으면 벌써 그렇게 다 해야지. 90% 이상이 안 된다. 어떻게 잘할 것인가에 대한 방법론의 문제라고 본다. 협동조합이 안착되려면 대한민국 현실에 맞게 방법론을 개발해야 한다. 아이쿱생협은 계속 개발하고 있다. 구례의 경우 의료생협으로 산부인과를 시작했다. 향후 3차 병원까지 발전될 수 있기를 바란다. 신뢰 구축이 우선이다. 협동조합은 승자독식이라는 자본주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본다.

규모가 커지면서 직원의 관료주의가 있을 수 있는데, 극복 방안은?

소유노동 즉 직원이 주인으로서의 노동을 할 수 있다면 관료주의를 극복할 수 있다. 지나친 성과보상도 문제지만, 없는 것도 문제다. 적절한 성과보상을 통해 사업하는 사람이 내 거라는 느낌을 받게 하면서 그런 문제를 극복해 나갈 수 있다.

용어정리

협동조합: 국제협동조합연맹은 “공동으로 소유되고 민주적으로 운영되는 사업체를 통하여 공통의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필요와 욕구를 충족시키고자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결성한 자율적인 조직” 이라고 협동조합을 정의한다. 우리나라는 2012년 국가적으로 경제 안정에 기여하고 새로운 경제 주체로 자리 잡아 가고 있는 협동조합을 지원하기 위해 협동조합 기본법을 제정했다. 법 제정 이후 매년 7월 첫째 토요일을 ‘협동조합의 날’로 지정하고, 협동조합의 날 이전 1주간은 협동조합 주간으로 운영하여 협동조합에 대한 이해를 증진시키고 협동조합 활동을 장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