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안전처 신설은 사고후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구조 반복 우려
제2의 세월호 없는 사회를 위해 (1)
기획을 시작하면서
올해 4월 16일 서해 진도 앞바다에서 세월호 침몰사고로 300여 명의 희생자가 발생하면서 온 나라가 충격에 휩싸였다. 온 국민이 큰 슬픔에 잠긴 가운데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은 위기상황에 대처하는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골든타임을 놓치고 수많은 인명피해를 냈기 때문이었다. 450여 명이 탑승한 대형 여객선이 조류가 심한 맹골수도에서 기우뚱하다가 고정되지 않은 화물이 한쪽으로 쏠림으로써 서서히 침몰하기 시작했고, 물에 완전히 잠기기 전까지 2~3시간 동안은 구조가 가능한 골든타임이었다. 그러나, 선장을 비롯한 승무원들은 객실 내 승객들에게 가만히 있으라고 하면서 자신들만 탈출할 궁리를 했다. 승객을 우선 살려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너무나 무책임했던 승무원들을 비롯해 단원고 학생이 최초로 신고했지만 늑장대응한 진도해상관제센터(VTS), 출동했지만 미리 나와 있던 승무원만 구조한 채 침몰하는 배를 구경만 하는 해경 등에게서 1차적인 책임이 있지만 결국은 정부의 시스템이 문제였다.
이번 사고를 겪으면서 정부는 비로소 재난과 위기관리 시스템에 대해 손을 보기 시작했다. 현재 안전행정부의 외청에 속하는 소방방재청을 해체하고 국가안전처를 신설해 그 속에 흡수하는 것을 골자로 정부조직 개편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시점에서 ‘재난과 위기관리 시스템 지방정부의 역할’을 주제로 전국의 주요 지역신문이 공동기획취재를 하게 된 것은 매우 의미있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번 공동기획취재는 평택시민신문을 비롯해 강진신문, 경주신문, 고성신문, 목포투데이, 영광신문, 경남일보, 경상일보, 광주일보, 무등일보, 전남일보 등 11개 지역일간지가 참여했고, 한국언론진흥재단의 후원으로 지역신문발전위원회가 주관했다. 공동기획취재단은 1차로 8월 11~13일(2박3일) 서울에서 국내취재를 했고, 2차는 8월 19~23일(4박5일) 일본 오사카, 고베, 교토를 방문, 현재 해외취재를 진행하고 있다.
먼저 한국의 재난대응체계에 대해 살펴본 다음 일본의 지방자치단체의 선진적인 시스템을 소개할 예정이며, 평택시의 재난안전 시스템을 점검하고 해외의 사례를 접목할 수는 없는지 살피는 기획시리즈이다.
재난현장 대응절차 및 현장운영
현재 우리나라의 재난대응체계는 대통령을 중심으로 하고 바로 밑에 중앙안전관리위원회가 있으며 국무총리가 위원장을 맡는다. 다시 그 밑에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구성되며 안전행정부장관이 본부장을 맡게 된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밑에는 소방방재청(소방방재청장)이며, 각 시·도지사는 소방방재청장의 지휘를 받는 구조로 돼 있다. 또 시·군·구(시장·군수·구청장)는 시·도지사의 지휘를 받는다.
재난현장의 지휘기관은 소방방재청이 중심이 되어 중앙긴급구조통제단이 구성되는데, 광역단위에서는 시·도재난소방본부가 시·도긴급구조통제단을, 기초단위에서는 시·군·구소방서가 시·군·구긴급구조통제단을 구성한다. 각 자치단체에서도 자치단체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재난안전대책본부를 구성하는데 문제는 서로 중복되는 기능도 일부 있어서 혼선을 빚는다는 것이다.
서울소방재난본부 재난대응과 손병두 씨는 “현장에서 사실상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긴급구조통제단(소방재난본부)이 현장지휘소를 운영하지만 재난안전대책본부(시·도 자치단체)도 통합지휘소를 설치하는 데다 긴급구조통제단에 협력 의무가 부여돼 있어도 각기 따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소방재난본부가 시·도지사 휘하에 있는 조직체계상의 문제라고 할 수 있는데, 다만 재난이 발생했을 때는 긴급구조를 위해 구성되는 임시조직이라는 점을 인정하고 해당 자치단체에서 소방본부장이나 소방서장에게 부여된 지휘통제권을 따라주는 것이 필요하다.
긴급구조통제단장의 지휘범위(권한)는 △인명의 탐색구조, 대피명령, 강제대피조치 △긴급구조기관 및 지원기관 인력, 장비 배치 운용 △응급조치(추가재난방지), 응급부담, 인명구조활동 종사명령 △지원기관 및 자원봉사자 임무부여 △사상자 응급처치, 이송 △필요한 물자관리 △현장접근 통제, 주변교통통제, 언론사 정보제공(브리핑) △긴급구조활동을 효율적으로 하기 위한 필요한 제반사항 등이다.
재난현장의 꼴불견
아울러 손병두 씨는 재난현장에서 목격한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진정한 자원봉사자도 있지만 개인의 역량을 과시하려는 단체 또는 사람 등 확인되지 않는 전문가들이 난립한다.
▶자기는 부정하지 않고 타인의 구조역량에 끊임없이 문제제기를 한다.
▶조직·단체·부서 홍보를 위해 상급기관(자)에 보고를 서로 하려고 한다.
▶문제해결을 위한 직접적인 지시 명령에는 소극적으로 행동한다.
▶사고발생에 대한 자기책임을 인정하지 않기 위해 타 기관의 문제만 집중 거론한다.
▶사회여론이 악화될 때는 아무 것도 하려고 하지 않는다.
▶직접 장비를 드는 것보다 체크리스트를 들고 다니려 한다.
여러 기관(단체)이 협력하고 있는 상황에서 실속 없이 생색내기에 바쁜 기관(단체)이나 사람도 있다는 것이다.
언론도 공식 확인된 정보 보도해야
세월호 침몰사고 현장에 파견돼 구조활동을 지원했던 손병두씨는 정확하지 못한 정보를 보도해 국민들에게 혼란을 준 언론에 대해서도 불만을 표시했다. 그는 재난현장에서 언론은 반드시 통제단장(소방서장)의 지휘를 받는 공보담당 공무원을 통해 공식 확인된 정보를 기사화할 것을 주문했다. 관련공무원이라 해도 그 외의 사람들로부터 정보를 듣고 전달하는 것은 오보일 가능성이 높고 결국 국민들을 큰 혼란에 빠트린다는 것이다.
손병두 씨는 재난현장을 보도하는 언론이 신중해야 할 사항으로 과도하게 자극적인 사진을 싣는 것은 삼가야 하며 생존자의 사생활을 부각시켜 감성을 자극하는 일도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참고로 2003년 3월 20일 기자포럼에서 발표한 재난현장 보도원칙은 다음과 같다.
첫째, 국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라. 둘째, 피해자의 입장에서 보도하라. 셋째, 피해자들이 안심하고 차분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위로하고 도와줘야 한다. 넷째, 재해나 재난보도의 패턴에 따라 단계적으로 보도하라.
국가안전처 신설계획 장관급 논란
앞으로 국가안전처가 발족되면 소방방재청뿐만 아니라 해양경찰청까지 다시 헤쳐 모이는 방식으로 각종 재난과 해난구조 등의 업무를 전담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안전처장은 장관급으로 격상시킬 것을 골자로 한 관련법 개정이 이뤄지고 있는데 법제처나 보훈처,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장은 현재 차관급이어서 형평성 문제까지 제기되는 등 국회에서 논란이 있다.
과연 법 개정과 함께 국가안전처가 발족되면 과거 안행부장관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장 맡았던 것보다는 보다 효율적인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게 될지는 확실하지 않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취재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