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논단> UR(우루과이라운드)에서 DDA(도하개발아젠다)로

김 덕 일<평택 농민회 부회장>

2003-01-22     평택시민신문
▲ 김덕일 <농민회부회장>
WTO틀속 쌀 개방 물결에 농민들 또 한번의 좌절감

식량주권 확보위해 신자유주의 세력과 맞서 싸워야




10여년 전 한여름 생소한 나라의 명칭이 들어간 협상이 진행된다는 소식을 우리는 접하게 된다.
이른바 우루과이라운드(UR) !

지난 시기 40여년 가까이 세계경제 체제를 유지해왔던 GATT체제가 더 이상의 자본주의 모순을 극복할 수 없기에 새로운 시장과 원료를 획득하기 위한 목표로 1986년부터 협상을 시작해 왔다고 하는데 우리는 90년 초가 되어서야 그것의 겉모습을 보게 된 것이다. 그 U.R은 곧 바로 농민들에게 큰 피해로다가 올 것이란 소식에 전국의 농민들이 그 해 여름부터 5년여의 긴 싸움을 시작하게 된다.

전국 방방곡곡의 농촌 마을에서 노인들이 발음하기도 어려운 ‘우루과이라운드 협상 저지’를 외치며 서울로 모여들기를 3년, 93년 말 전국의 이름을 내건 모든 단체가 “우리쌀지키기 범국민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기네스북에 오른 최단 기간 1,000만인 서명운동을 통해 대통령으로부터 “대통령직을 걸고라도 쌀만은 막아내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그러나 그 약속은 두 명의 총리를 경질하며 94년 12월 26일 국회에서 비준되고 “WTO 이행 특별법”을 만들며 아무런 준비 없는 세계의 무한 경쟁체제인 WTO 체제에 농업을 놓아 버렸다.

세계경제의 흐름이란 대세에 아무런 대책 없이 농업은 그렇게 내팽개쳐졌고, 이 후 ‘농어촌발전종합대책’, ‘농특세’ 신설 등으로 정부가 임기응변의 대책을 내놓았다. 농민들은 계속되는 농축산물의 수입개방과 가격 폭락 속에 농가경제가 파산지경에 놓이고 도시로 도시로 보따리 짐을 싸야만 했다.

또한 국민의 식량인 쌀을 제외한 농축산물의 자급율은 급락하여 10%대로 떨어져 버리고 온 국민은 안정성이 확보되지 않은 외국농산물의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10여년, 94년의 협상에서 완전 시장경제에서 제외되었던 농업, 서비스(교육), 생명특허, 문화 등에 대한 무관세를 위한 재협상이 시작되었다. 이제 또다시 농민들이, 교육관계자들이, 그리고 영화, 예술인이 WTO 반대를 외치며 나서고 있다. 특히 농업분야는 일부 학자들의 연구결과에서 나타나듯이 협상을 잘못할 경우 쌀의 경우도 90% 가까이 잃어버릴 수 있다는 청천벽력 같은 사실에 이전보다 더 큰 위기의식을 보이고 있다.

이제 올 3월이면 우리나라는 농업의 개방에 대한 각 작목별 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지난 UR협상에서는 내용도 모르고 당했지만 이제는 그 내용이 다양한 매체를 통해 일반인에게까지 장벽없이 공개되고 있다. 그리고 국민들의 뜻과 의지가 모아지면 충분한 대응책을 마련할 수도 있다는 희망을 가져보기도 한다.

그러나 우려하는 점은 UR협상 이 후 우리는 IMF 구제금융 위기를 겪으며 ‘중산층의 몰락’ 또는 ‘80 대 20대 사회’라는 수식어처럼 타 산업이나 타 부문의 이해를 구하기보다는 자기의 문제에 매몰되어 버리는 사회적 분위기로 빠져들고 있다. 선진 제국주의 나라들과 초국적 자본은 새로운 시장 획득과 자유로운 자본의 이동을 통한 부의 축적에 혈안이 되어 장소를 수 차례 옮겨가며 카타르 도하에서 ‘도하개발 아젠다’를 실행시키고 있다.

한 민족 또는 국가가 유지 발전되기 위해서는 꼭 지켜야 할 것이 있다. 이 땅, 삼천리 강토는 현재를 사는 우리의 것이 아니라 자손 만대 물려 줄 소중한 유산이다. 이 유산에 농업은 어느 것보다 소중한 가치를 가지고 있다. 10년 전 무조건 막자는 요구가 아니다. 농업에 대한 전국민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형성해야 한다.

그리고 지난 여름 우리국민이 이룩한 월드컵 4강의 신화와 한 겨울을 녹이며 계속되는 민족의 자주권을 세우기 위한 여중생 추모, SOFA 개정의 자발성, 그리고 대통령선거에서 보여준 국민참여의 성숙함을 모아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추구하는 세력과 맞서 나가야 한다.

식량주권 확보의 그 날까지…

<평택논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