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축시>다시, 새해 첫 날에
유춘희(시인)
2003-01-08 평택시민신문
다시 새 날이다
새해 첫 날
축복처럼 눈이 내리고
간밤 소복이 쌓인
하얀 눈 위로
발자국을 콩콩 찍으며
새로운 시간이 건너왔다
하얀 축복이 기쁨을 흩뿌린다
우리가 언제
뒤숭숭한 꿈의 자리에 있었던가
우리가 언제
불 꺼진 마음을 동동거린 적 있었던가
하얗게 내린 눈 자락에
흉흉했던 가난과 미움과
질곡의 말들을 묻어버리자
모름지기 순백은
과오를 지우는 이름
하늘도 산도
강물의 경계도 없는 마음들이
우리의 울음을 안아주리라
설운 등을 타닥타닥 두드려 주리라
축복처럼 흰 눈 내린
새해 첫 날
친구야, 눈을 크게 뜨고
저기, 발자국을 콩콩 찍으며
햇살을 밟고 오는
새하얀 시간의 지문을 바라보자
나무와 구름 위를 넘실대는
새 날의 날개짓,
무한천공을 날아오르는 저,
푸르른 아침의 다리를
눈이 시리게
눈이 시리게 바라다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