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호 바라보는 현덕면 ‘여선재’

여유·풍요·미각이 살아있는 종합문화 예술공간

2014-01-29     배두순 기자

미술과 음악이 있는 연잎밥 정식과 만두국

평택호가 보이는 신왕리 마안산 아래에 있는 ‘여선재’는 음악과 차, 식사, 예술이 공존하는 종합문화공간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도심을 벗어난 한적한 이곳에 오면 치열한 시간들이 딱, 멈추고 마음의 여유와 풍요가 저절로 찾아드는 곳이다.

서양화가이며 설치미술가, 행위예술가, 퍼포먼스작가이기도한 김석환씨(57)가 주인장인‘여선재’는 전시와 공연 등의 다양한 문화예술 활동이 선보여지기도 한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작은 라이브부대가 있어 노래를 부를 수 있는 시스템도 갖추어진 만남의 공간이기도 하다.

연잎차와 연잎밥으로 건강식사

먼 길 달려온 숨을 고르고 따끈한 연잎차를 마시며 ‘여선재’의 점심식사를 주문한다. 마음껏 마실 수 있는 연잎차의 은은한 향기에 마음이 녹아드는 사이 차려지는 연잎 밥 정식(1만3000원), 우와! 웬 반찬 가짓수가 이렇게 많은가? 무쇠접시에서 지글거리는 소고기산적을 중심으로 각종 밑반찬이 즐비하게 차려진다. 연밥에 걸맞은 장아찌도 여러 가지다. 깔끔하고 간이 삼삼한 장아찌들 중에서 방울토마토장아찌와 노각장아찌의 아삭한 식감은 그야말로 장아찌의 감동이다.

한 접시에 담겨진 삼색 김치와 멸치볶음, 나물, 배추전과 졸임들, 모두 우리 입맛에 길든 향토음식들이 아주 정갈하고 맛깔스럽게 마련되어있다.

자작자작 끓고 있는 청국장찌개를 얼른 맛보고 싶어 연과 밤 대추고명이 있는 연잎밥을 펼치니 한 송이 연꽃을 보는 것 같다. 둥근 채반위에 소복이 담긴 연밥과 청국장찌개의 구수한 이 맛! 뇌리 속에 저장된 한국의 토종 맛이다. 모두에게 딱 들어맞는 전통 맛이다. 이게 또 어찌된 셈인지 청국장에서는 청국장 특유의 냄새가 전혀 나지 않는다.

평택맛집 ‘여선재’의 안주인 여련 씨는 “청국장은 콩을 가마솥에 삶아서 황토방에서만 띄워 그런지 냄새도 없고 구수한 맛이 더 진해요. 중·장년층들이 많이 찾더라고요. 여러 가지 장맛은 동네 어르신들의 자문을 받으면서 터득한 것이 많습니다. 본래 음식에 관심이 많기도 하지만 늘 배우고 연구하죠. 여기 이 장아찌들도 모두 제가 농사짓고 연구해서 담근 것들 이예요. 기자님도 사철 재료에 따른 장아찌 담그는 방법이 알고 싶으면 장아찌 담글 때에 오세요. 그 비법을 가르쳐드릴게요. 음식 만드는 법도 연구해서 한 맛 더 업그레이드해야 해요”하며 직접 기르고 장만하니 손님들에게 넉넉하게 대접할 수 있다고 한다. 차와 음식에 백련만 사용하며, 가끔 여선재에서 펼쳐지는 예술행사 때는 몇 십 명의 식사도 거뜬히 마련해낸다고 한다. 음식메뉴로는 백련을 중심으로 한 요리와 여선 청국장 백반, 각종 차들이 준비되어 있다.

주변이 온통 자연 그대로 한 폭의 풍경화를 연상케 하는 ‘여선재’는 문화예술의 열린 마당이기도 하다. 황토로 된 외벽과 조각부터 내부 고구려벽화의 재현까지 주인장의 예술 감각이 속속들이 담겨있다. 각종 문화행사와 맛있는 식사, 평택호의 생태적중요성을 문화를 통해 알리고 있는 주인장 부부의 삶이 고스란히 깃들어있는 곳이 여선재다. 팍팍한 일상을 뒤로하고 가끔은 몸과 마음의 휴식을 찾아 여선재의 정취에 젖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여선재 031-681-9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