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시단>솔잎 사랑
공 영 순<문학공간 등단(2002년 11월호)>
2002-12-27 평택시민신문
솔가리들이 너무 가벼워 아궁이에
떨어지지 못하고 겨울나기로 수런거리며
껍질을 삭풍에 털어 내고 있다.
솔갈비를 가득 실은 지게
퇴색되어 가는 밭 논다랑에
가을의 편지 뿌리며 솔대로 대문 앞
긴 그림자 드리웠던 머슴
밤이면 내 집에 와 잠들었지만
세간들은 산 속에 있었다.
우리들이 구석구석 빈 가슴을 채워드렸을까
머리에 내린 서리와 이마에 땀방울은
가족이 함께 하는 겨울 사랑이었다.
솔내는 잃었지만 내 아궁이에 한끼로
걸식하는 동안 온몸 태워 겨울을
녹여주던. 바늘 같은
내 머리에 황금 핀으로 날아와 앉던 솔밭
유년의 사랑이 지나간 자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