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할 것 없는 ‘풀’에서 ‘나’를 만난다
■ 최승호 사진전-풀섶에 사유 한 줌
김수영 시인의 작품 ‘풀’이 가지는 존재론적 의미에 ‘생태·자연·환경’의 가치가 더해진 사진작품은 어떤 모습일까.
최승호 작가의 첫 번째 개인사진전 ‘풀섶에 사유 한 줌’이 14일까지 평택호예술관에서 열린다. 전시된 작품은 총 28점으로 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바람에 쓰러진 풀, 비를 맞은 꽃잎 등이 대부분이다.
흔하디흔한 풀섶을 통해 인간관계에 대한 성찰과 함께 너무나 익숙해 쉽게 지나쳐버렸던 것들 곧, 보편성 속에서 개별성을 찾는 회고의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다.
한 차례 세찬 바람이 휘몰아치고 간 뒤 뭉터기로 쓰러진 풀을 카메라로 포착한 작품은 김수영의 민중시 ‘풀’을 떠올리게 한다.
바람과 풀의 이미지로 이루어진 시 ‘풀’을 카메라를 이용해 시각적으로 바꿔놓았다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으로 보인다. 흑백 사진 작품 속 배경은 모두 어둡다.
꽃을 포착한 작품조차 우수를 느끼게 한다. 비가오거나 흐린 날 찍은 이유도 있지만, 어두운 현실을 반영한 작가의 의도는 아닌지 작품을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최승호의 작품은 김수영의 시 ‘풀’에만 머무르지 않고 ‘생태·자연·환경’으로 확산된다. 작가 자신 두레생협에 참여했던 경험이 녹아든 것이다. 전시된 작품은 모두 개별 제목이 없다.
최승호 작가는 “각각의 모티브를 가지고 촬영한 작품들이지만, 내가 제목을 붙이는 순간 관람하는 이들의 상상력에는 족쇄를 달게 되는 것”이라며 “무언가를 느껴도 좋고, 느끼지 못해도 좋다.
이번 작품들을 관통하는 주제는 많은 사유속의 성찰이 아니라 자연 한 부분에서 찾는 사유이기에 받아들이는 이의 시각이 정답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