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으로 보는
안정리 기지촌 여성의 삶

2013-04-11     박명호 기자

극단 연우무대 작품 ‘일곱집매’

‘2013 서울연극제’ 참가 작품 선정

역사의 그늘인 팽성읍 안정리 캠프 험프리스(K-55) 미군기지촌 여성의 어제와 오늘의 삶을 담아낸 연극이 공연된다.

‘2013 서울연극제’ 공식 참가 작품으로 선정된 극단 연우무대의 연극 ‘일곱집매’가 24일부터 28일까지 서울 아르코예술극장에서 공연된다.

 연극 ‘일곱집매’는 일곱 집이 다정한 자매처럼 살았다고 해서 부른 팽성읍 안정리의 옛 이름 중 하나다. 작중 인물인 화자 할머니는“집집마다 아이 일곱씩 땅에 묻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 일곱집매”라고 자조한다.

극은 작품 속 인물인 (고)하나가 해외에 입양된 혼혈아들의 인권에 대한 박사학위 논문에 인용할 인터뷰를 위해 기지촌 할머니들을 찾아오는 것에서 시작된다.

그곳에는 양공주, 해외 이주여성, 미군철수를 주장하는 시민운동가 등 다양한 삶이 공존한다. 기지촌 여성에 대해서는 이미 알려진 사실이 많다.

 식민지를 겪고 해방을 맞았으나 여전히 여성의 육체를 도구화하면서 유지된 남성중심의 국가, 양공주라는 이름으로 멸시받으며 끝내 잊혀져야 했던 국민….

연극은 역사적 ‘사실’의 구체성을 향하는 대신 그 역사를 살아낸 할머니들의 삶을 들여다 보고 어루만진다.

무대 위에는 일곱 개의 문이 정면을 향하고 있다. 마당에는 나무 한 그루가 있다. 그러나 이 나무는 몸통은 없고 뿌리와 가지만 있다.

뿌리와 나뭇가지에 달린 잎 사이의 거리, 중간에 사라진 몸통이야말로 우리가 진정으로 복원해야 할 기억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무거운 주제지만 극의 분위기는 어둡지만은 않다. 유머가 잘 녹아들어 러닝타임 2시간 30분이 짧게 느껴진다.

‘일곱집매’는 팽성읍 안정리에서 2002년부터 지금까지 기지촌 여성들을 돌보고 있는 사단법인 햇살사회복지회(원장 우순덕)의 제안으로 기획됐다.

특히 4년여 동안 이 단체에서 봉사활동을 해오고 있는 극작가 겸 연출가인 ‘극단 해인’의 이양구 대표가 직접 대본을 썼다. 연출은 문화삼(‘공상집단 뚱딴지’대표)씨가 맡았다.

 ▲ 문의 02-744-70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