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대선, 정책대결을 보고싶다

김 기 수<본지 편집국장>

2002-11-07     김기수
오는 12월 19일 치러지는 대선이 40여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지역 유력 인사의 한나라당 입당이 줄을 잇는 등 대선을 앞둔 지역 정치권에 큰 변화가 일고 있다. 특히 이번 대선은 대선 이후 주요 정당의 지역 정국 주도권 확보 경쟁과 1년 6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2004년 국회의원 총선 예비 후보간의 물밑 경쟁 양상 등과도 맞물려 지역 정치권 지각변동의 조짐 마저 보이고 있어 시민들의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6·13 동시선거에서 경기도지사와 평택시장, 시·도의원 등을 석권해 사실상 지방권력을 장악한 한나라당은 '이회창 대세론'의 확장 속에 대선에서 필승해 그 여세로 차기 총선에서 평택갑·을 지역구 모두 한나라당 후보를 당선시킨다는 계획 하에 세 확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21일 이계석 전 경기도의회 의장이 지지자 30여명과 함께 한나라당에 전격 입당한 데 이어, 송명호 박애병원 이사장이 2일 300여명과 함께 한나라당에 입당하고 대대적인 입당식을 가져 한나라당은 한껏 고무된 표정이다.

이계석 전 도의회 의장은 안중지역에서 폭넓은 지지층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고, 송명호 박애병원 이사장은 지금껏 특정 정당의 당적을 갖진 않았지만, 지난 96년 총선에서 을선거구에 무소속으로 도전했다 도중하차 한 이후 지난 시장선거에서 허남훈 후보를 지지하는 등 지역내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두 사람 모두 차기 총선에 대한 관심을 직·간접적으로 표현하고 있어 대선 이후 2004년 총선과 연계해서도 시사하는 바가 많다는 분석이다.

한편, 민주당은 노무현 대선 후보의 지지율 답보 속에 정몽준 후보와의 마지막 후보단일화 문제가 중앙 정치권의 현안이 되고 있으나, 지역구 출신 원유철·정장선 두 국회의원의 정치적 행보에 미묘한 차이가 있어 지역에서 대선을 힘있게 치를 수 있을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노무현후보 캠프의 지방자치담당 특보로 활동 중인 을지구당 정장선 국회의원은 민주당에 남아 노무현 후보를 끝까지 지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대선 준비에 들어갔다. 그러나 중부권 출신의 민주당 의원의 탈당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거취 문제가 주목을 받고 있는 갑지구당 원유철 국회의원은 11월 5일 현재 자신의 거취에 대해 아직 아무 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며 다음 주에나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해 갑지구당 차원의 대선준비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가정이지만, 만일 원유철의원이 민주당을 탈당할 경우 갑·을 지역구 출신의 젊은 두 국회의원으로 대변되는 평택 지역 민주당 세력은 급속한 이합집산을 겪으며 큰 소용돌이에 휩쓸릴 전망이며, 한나라당 강세 속에 힘겨운 대선을 치를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시장선거에서 선전한 민주노동당은 아직 대선과 관련해 본격적인 활동을 벌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고, 한나라·민주 지역 양강 구도 속에 정몽준의원의 '국민통합21'은 이 지역에서 이렇다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제 대선은 얼마 남지 않았다. 각종 여론 조사 결과와 마찬가지로 이회창 후보가 승리한다면, 한나라당은 명실 상부한 중앙·지방 정부의 집권당으로 등장하게 될 것이고, 민주당 노무현 후보나 정몽준 후보가 승리한다면 견제와 균형의 정치 구도가 새로운 실험에 들어 갈 것으로 보인다.

어느 경우이든 대선 이후 지역 정치권은 상당한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선에서 평택 지역의 민주·한나라 득표율 비율은 이후 이 지역 지방정치 및 2004년 총선구도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이 분명하다. 각각의 경우의 복잡한 정치 분석은 차치하고서라도 각 정당은 이번 대선에서 정치적 사활을 걸고 싸울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대선을 앞두고 지역 정치권의 활발한 물밑 움직임과는 별개로 지역에서의 대선 분위기는 아직 달아오르지 않고 있다. 노무현후보와 정몽준의원의 후보 단일화 여부가 변수이겠지만, 대선 후보 등록이 돼야 본격적인 선거열기가 달아오를 것으로 보인다. 역대 어느 선거 보다 주요 쟁점이 부각되지 않고 있는 이번 대선은 유권자들에게 뚜렷한 이슈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어 유권자들이 후보 선택에 큰 혼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역 정치인들은 이번 대선을 세몰이 정치나 구태의연한 이합집산 정치, 한풀이 정치로 몰고 가서는 안 된다. 누가 당선되든 지역 유권자들에게 가뜩이나 신뢰가 실추된 정치권의 위상을 높인다는 공동의 목표를 갖고 정정당당한 승부를 펼쳐야 할 것이다. 특히 중앙정치에 예속되지 않는 지방정치와 지방자치를 꽃피우는 방향으로 정책대결을 통한 축제의 무대로 만들기 위해 지금부터라도 창의적인 노력을 기울여 주길 당부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