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적 요인도 한 몫…
칸 영화제를 연상케 하는 바다 휴양 도시 이미지
■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평택의 문화방향을 구상한다-2
영화기자가 보는 성공요인 김호일 (한국영화기자협회장, 부산일보 선임기자)
4회 영화제부터 본격적으로 보도를 시작했다. 부산국제영화제를 가장 많이 비판하고 또 가장 많이 보도한 산 증인. 2009년에는 영화제를 다룬 서적을 최초로 출간했다.
정치권과 거리두기로
정치적 외풍 막은 것도 성공요인
지역언론 도움 커
비판 보단 긍정적 보도 통해 방향제시
인터뷰 내용 요약
14년을 취재해왔기 때문에 남들보단 조금 안다고 할 수 있다. 어떻게 보면 부산국제영화제가 제일 무서워하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영화제는 언론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비판도 했지만 허물을 캐기 보단 긍정적인 측면에 대한 보도를 많이 했다. 일단 키워서 잡아 먹자라는 심리다. 영화제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 것은 1991년 말로 사회 전반적으로 국제영화제 하자는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여러 가지 당시 사회상이 맞물리며 서울국제영화제 개최가 구체화 됐는데 정치적 부침 등으로 부산에서 시작됐다. 초반 반응은 ‘이게 무슨 부산영화제고?’ 였다. 남포동에서 시작했을 때는 극장이 몰려있었던 지역적 특성을 활용해 야외무대 등을 활용했다. 영화계, 비영화계 인사들이 이름을 알리는데 많이 도움을 줬다.
지금 영화제의 상징처럼 된 레드카펫 이벤트는 6회 때부터 시작됐다. 그동안 부산을 찾는 관객은 대개 7(부산 경남):3(그 외)이었는데 올해 분위기를 보니 대학에서 500명이 단체로 찾는 등 확실히 저변이 넓어졌다. 단순 영화 상영만 하는 것이 아니다. 벡스코를 빌려 영화산업 전반에 거쳐 세미나 산업 등을 펼치며 전략적으로 접근하는 것도 강세다.
또 하나 큰 행사이기 때문에 정치권에서도 관심이 많다. 하지만 영화제는 정치권과의 거리두기를 통해 중립을 지켜 정권 바뀌는 것에 대한 외풍을 덜 탔다.
올해부터는 전용관이 완성됐다는 것이 또 하나의 성과다. 그 규모와 위용에 외신들도 놀랐다. 전에는 임시건물을 사용했다. 지금은 10월 전후로 영화제가 열리는 것으로 고정됐지만 전엔 추석 3주 후에는 극장을 싼 값에 빌릴 수 있다는 것 때문이었다. 그러다 보니 개최시기가 들쭉날쭉했다. 고정 시킬 필요를 느껴 10월로 전했다.
허남식 부산시장이 올해 60억5000만 원을 지원했다. 시장 의지가 없으면 이렇게 까지 키우기 어렵다. 지자체 리더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부산이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부산국제영화제의 성공요인은 하나로 설명하기 힘들다. 나름대로 분석을 해봤다.
일단 인적요인이다. 관료출신의 당시 영화진흥공사장 김동호 위원장의 힘이 있었다. 당시 경성대 연극영화과 교수 이용관, 부산출신 박광수 감독, 부산예술대 김지석 교수 등 수많은 인사들이 힘을 더했다. 특히 김동호 위원장의 두터운 인맥은 큰 힘이 됐다. 정치계로 나갈 만한 사람이 부산국제영화제로 오자 흐름이 바뀌기 시작했다.
두 번째는 지리적 요인이다. 칸영화제를 연상케 하는 바다와 접한 부산에서 개최된 것이 해운대의 휴양과 맞물렸다.
세 번째는 정부와 지자체의 적극적 지원, 네 번째는 한국영화의 르네상스와 맞물리면서 멀티플렉스가 출범하는 등 문화적 요인이다. 그 외에도 중국의 부상 등으로 아시아에 관심이 집중됐고 한국이 IT강국으로 부상하면서 좋은 영화를 제작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된 것도 좋은 상승작용을 도왔겠다. 그런 과정을 통해 부산국제영화제는 한국영화만 상영하는 것이 아니라 단시간에 아시아 영화 등 다양한 영화 집산지로서의 역할을 수행해왔다.
지역 언론과의 연계 부분에 있어서 부산일보의 예를 들자면 비판 기사도 참 많이 썼다. 물론 건설적인 비판이었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어떤 신문에도 광고를 안 한다. 대신 홍보를 위해 영화제 개막을 한 달 앞두고 부산과 서울에서 기자회견을 연다.
부산일보의 경우 개막을 앞두고 12면 가량의 특집면을 발행해 영화제와 관련된 다양한 정보를 실었다. 부산일보의 경우 영화도 보고 시스템도 보며 채찍질을 했다. 영화제는 문화행사다. 주변이 벌게 해야지 스스로가 살찌려고 하면 안 된다. 늘 지켜보고 있다. 때문에 앞으로도 언론의 역할을 통해 격려할 땐 화끈하게, 비판할 때도 또 화끈하게 해가려고 한다.
인 터 뷰
북미지역이 세상 중심 아니다
뉴커런트 부문 심사위원 토론토대 문학부 데이비드길모어(DAVID GILMOUR) 교수
북미지역은 자신들이 세상의 중심이라고 생각하곤 한다. 그러나 사실은 다르다는 것을 이번 영화제에 출품된 다양한 아시아권 나라의 영화를 통해 확인했다. 이번 작품들을 심사하며 굉장히 좋았고 또 훌륭하고 대단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심사기준은 좋은 식당을 열 경우 주변악세사리가 아닌 좋은 셰프를 고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영화도 마찬가지로 생각한다. 그런 기준을 세워 심사를 했다.
도쿄 필름 마켓과 부산은 비슷한 규모
남상필 BIFF 아시아필름마켓실장
아시아 필름마켓은 아시아 영화들을 가장 먼저 알리는 자리라고 할 만큼 세계 각국의 바이어들과 제작사들이 만나는 자리다. 이번 아시아필름마켓은 지난달 8일부터 11일까지 이어지며 총 690개 회사, 1098명 마켓 배지 등록, 약 70여 편 거래라는 실적을 남겼다.
BIFCOM을 포함해 총 32개국, 181개 업체, 96개 부스가 만들어졌으며 쇼박스의 <도둑들> <회사원>, 미로비전의 <가족의 나라> <멜로> <줄탁동시>, 나이너스의 <네버 엔딩 스토리> <결정적 한방> 등이 판매계약을 맺었고 미국의 CMG, 독일의 솔라 미디어와 베타시네마, 프랑스의 셀룰로이드 드림즈와 르 팍트 등 미주나 유럽에서 온 많은 영화사들도 아시아 여러 나라에 영화를 판매했다. 마켓 스크리닝은 81회, 온라인 스크리닝도 281편에 달했다. 올해부터 새롭게 마련한 북 투 필름(BOOK TO FILM), BFC 프로젝트 피칭, 영진위 인더스트리 포럼 등도 성황리에 진행됐다.
주요 바이어의 경우 초청해 진행했고 이번 마켓에는 200팀 정도 초청했다. 주로 완성된 작품이 나왔으며 제작 예정 작품의 30개 부스 정도 운영했다. 아시아필름마켓은 미팅과 홍보를 통해 이뤄진다. 프로젝트 마켓에 나왔던 작품들이 실제로 제작돼 다시 영화제에 상영되기도 한다. 규모의 경우 12월에 도쿄에서 열리는 필름마켓이 부산과 비슷한 규모다.
그러나 도쿄는 드라마 위주기 때문에 부산은 영화에 있어 상당한 규모다. 파란부스는 각 지역에서 와서 지역로케홍보 및 영화 촬영 장비 등을 보여주는 곳이다. 올해 신설된 Book to film은 영화로 만들면 좋은 작품들도 미리 선정해 미팅 사고 판권 사고파는 자리다. 한국 바이어도 아시아 영화를 구입하는 자리다. 영화를 파는데 그치지 않고 많이 팔리고 활성화 돼 보다 많은 관계자들이 자리하는 장이 되는 것이 더 큰 목표다.
부산영화제에 작품 소개해 영광이다
월드프리미어로 아넬리를 상영한 안테이 파락 감독
아넬리는 독일에서 일어나는 문제는 미디어에서 접할 수 없다는 문제의식 아래 실제 독일 뒷골목의 실상과 빈곤에 대한 메시지를 생생하게 담았다. 실제 영화 만드는 사람이라기 보단 자신을 예술가로 칭하는 감독은 뒷골목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를 통해 영화의 기본 방향을 잡았었다.
영화에 출연한 실제 배우는 단 둘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다큐멘터리를 통해 쌓인 친분을 통해 철거 위기에 놓인 아넬리 사람들의 진짜 모습을 담았다.
그의 영화는 뮤직비디오같이 감각적이고 몽환적인 분위기가 돋보인다. 감독의 말에 따르면 한국의 고 백남준으로부터 영감을 받았다고. 백남준의 경우 비디오 아트에서 선구적인 역할을 했다고 평하는 그는 조각 티비 부다라는 작품을 꼽으며 무려 40년 전에 했던 작업이었다는 점에 놀라웠다고 평하며 롤모델 같은 분이라고 말하길 주저하지 않았다.
부산국제영화제를 월드프리미어 장소로 택한 이유에 대해서는 평소 아시아에 대한 굉장한 호감과 더불어 한국에 대한 호기심도 작용했다고 밝혔다. 독일에선 쉽게 알 수 없는 실제적인 한국이라는 이미지가 궁금했다는 것. 더욱이 부산국제영화제라는 큰 마켓이자 축제의 장에 영화를 소개한다는 것은 개인적으로도 영광이었고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