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시단>빈들

한인숙(평택시민예술대학 문예창작반·2002년 한맥문학으로 등단)

2002-10-18     평택시민신문
풀잎이 벗어낸 초록
강물되어 바다로 흘러들고
이슬 털어내는 풀벌레 울음소리
하늘이 높아간다.

은빛머리 찰랑대던 억새
바람살에 풀어지고
버석해진 잎들이 내지르는 향기로
민둥산 붉게 익는다.
일탈을 꿈꾸던 낯선 포자
창문에서
그림자로 정지되고

달빛에 잎 떨궈내던
은행나무
등 기대면
뿌리로 흐르는 그리움
빈들에 하얗게 피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