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작업장 임기 중에 꼭 시작할 겁니다
인터뷰, 창립 13돌 맞는 평택시장애인부모회 주현숙 새 회장
2012-05-02 곽니건 기자
주변 시선과 보이지 않는 싸움에
현실을 포기하고 받아들여도
가족 안의 갈등도 이겨내야 하고
자신과의 싸움도 반드시 겪게 되죠
자녀를 보살피는데 조금 더 많은 시간과 관심이 필요한 부모들의 모임인 ‘평택시장애인부모회’가 어느 덧 올 3일 13주년을 맞는다. 이달 중 취임식을 갖고 올해부터 내후년까지 평택시장애인부모회를 이끌어갈 주현숙 회장을 만났다.
21세와 18세로 장성한 두 아들의 엄마이기도 한 주 회장. 이처럼 환하게 웃고 같은 심정의 부모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자리에 서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첫째 애가 지적장애 판정을 받은 것은 40개월 차. “만약 판정을 미리 받았더라면 아마 둘째를 선뜻 가질 용기도 없었을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두려움은 컸다.
장애인부모회의 여느 부모처럼 주 회장 역시 아이를 키우며 주변의 시선과 보이지 않는 싸움을 해야만 했다.
“부모들끼리 흔히 하는 말로 도를 닦는다고들 해요. 포기하고 수용하고 받아들이고 가족 내의 갈등도 이겨내고 자신과의 싸움도 반드시 겪는 과정이죠.”
고집스레 입학시켰던 일반 학교. 초등학교 3학년이 되자 아들의 학창시절은 곧 삐걱대기 시작했다. 거듭되는 따돌림과 괴롭힘. 결국 아이는 공황장애에 조울증까지 얻어 전학이 불가피해졌다. 그런 상처도 모자라다는 듯 주변의 시선은 “너의 아들이 모자란 탓”이라며 냉랭하기만 해 다시 한 번 마음을 후볐다.
그렇게 찾게 된 곳이 평택에 있는 동방학교였다. 처음 1년간은 당혹스러움이 앞섰다. “반 전체가 장애를 가진 애들인데 과연 괜찮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어요. 제 아들도 장애를 가진 것은 마찬가지였는데도요(웃음).”
그렇게 1년여가 지나자 아이도 그도 점차 적응해갔다. “어느 날 학교에 갔더니 애가 자기보다 더 몸이 불편한 친구를 위해 휠체어를 밀어주고 있더라고요. 그 모습을 보니 자랑스럽기도 하고 애도 한결 자신감을 얻고 밝아지기 시작했어요.”
그 때만 해도 그는 부모회 행사에 간간히 참여하는 식으로만 활동했지 나서서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편은 아니었다. 그런 그를 움직인 계기가 있었다.
“본격적으로 활동한 것은 5년 정도 됐을 거예요. 그 때쯤 큰 아이가 크게 수술을 했었거든요. 가깝지도 않은 병원에 10여 명의 회원들이 찾아와 위로를 건네더라고요.”
그저 힘내라는 회원들의 한마디에 마음이 따뜻해지고 기운이 났다. 같은 과정을 걸어왔다는 동질감만으로도 회원들은 그렇게 힘이 됐다. 그래서 생각했다. 더 열심히 활동해서 이번엔 자신과 같은 입장의 부모들의 손을 잡아주고 싶다고.
“회원들의 공통적인 고민은 사실 비슷해요. 학교에 다닐 때야 그저 학교를 다니고 많이 웃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되지만 그 이후엔 어쩌나 걱정들이 많아요. 졸업한다니까 기쁘기도 한데 마음이 마냥 편할 수만은 없죠.”
졸업해도 갈 곳이 없다는 것, 그것이 암담했다. 이것은 단지 직장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었다. “쉬는 곳이건 무엇이건 어릴 때와는 달리 성인이 된 이후엔 정말 아이들이 갈 곳이 없어요. 그래서 아이들이 일할 수 있는 곳, 그런 곳이 필요해요.”
물론 말처럼 쉽지 않은 일이다. “일단 일이라는 측면으로 가는 이상 효율성과 채산성을 따지게 되니까요. 아이들이 사업주가 만족할만한 성과를 낸다는 것은 사실 역부족이긴 하죠. 이런 부분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역사회 입장에서 아이들을 받아들여줬으면 하는 것이 하나의 바람이죠.”
그래서 주 회장이 3년간의 임기동안 정한 목표는 마음 편히 머무르며 일도 할 수 있는 보호작업장을 만드는 것이다.
“책임감이 막중해요. 13년간 명맥을 이어오며 힘들게 여기까지 일궜는데 제가 그만큼 잘해내야 한다는 중압감이 당연히 크죠. 하지만 작업장을 만드는 것을 최종목표로 삼아 임기동안 열심히 뛰어보려고 해요. 일단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봐요. 제가 시작을 해놓으면 다음 대 회장이라도 이어받아 최종적으로 아이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을 그 날이 올 테니까요”라며 웃었다. 그리고 한마디 더 “부모들의 마음은 다 똑같을 거예요. 시민들 모두가 부모라는 마음으로 좀 더 마음을 열고 아이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도록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라는 마음을 전했다.
2000년 5월3일 창립된 한국장애인부모회 평택시지부는 부모교육, 바자회 활동과 함께 평택시장애인주간보호센터, 장애인 일자리사업 등의 사업을 펼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