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르게 생각하라…
틀리게 생각하지 말고

우리 말글 사랑방

2011-10-19     평택시민신문

강 상 원 논설주간. 우리글진흥원 원장

‘다르다’와 ‘틀리다’란 말을 잘 못 사용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다르다’라고 해야 할 상황에서 무심코 ‘틀리다’는 표현을 집어 드는 일부의 언어 습관을 말하는 것이다. 이를 고치기 위해서는 두 단어의 정확한 뜻을 구분해 새겨야 할 필요가 있다.  

다음 경우가 이런 습성을 잘 보여준다. ‘김상회 풍경소리’라는 칼럼이 한 스포츠 신문에 실렸다. 제목이 ‘얼굴이 서로 다르듯 재능도 각기 틀리다’였다. 다음은 그 글의 본문이다.

…동일한 교육제도 아래서 같은 내용을 배우는 것이 성장과정의 공통점이다. 그러나 같은 과정을 겪어도 사람에 따라 서로 다른 특성을 보이는 것이 있다. 잘하고 못하는 부분이 서로 다르다는 것이다. 누구는 수학을 잘하는가 하면 누구는 영어를 잘하고 누구는 사회를 잘한다. 개개인의 성향이 다르고 재능이 다르기 때문에 이는 당연하다…

이 경우, ‘다르다’와 ‘틀리다’가 뒤엉켰다. 신문 제목은 편집을 맡는 기자가 짓는다. 그는 글의 중요성 등에 따라 지면에 배치하는 기사의 크기 위치 등을 정하고, 글 내용을 새겨 제목을 단다. 취재기자나 필자가 제목을 붙이기도 한다. 그러나 제목 확정 권한과 책임은 편집기자의 몫이다.

새삼스런 얘기지만, ‘다르다’는 A와 B가 같지 않다, 즉 차이가 있다는 뜻이다. 영어로는 different(디퍼런트)다. 그 반대는 same(세임)이다.

‘틀리다’는 옳지 않다는 뜻이다. 영어로 wrong(롱)이다. 반대말은 right(라이트)다.
이 두 단어는 엄연히 다른 단어이다. “그게 그거지 뭐!”하며 이런 얘기를 흘려듣는 사람도 있다. 이런 지적이 하루 이틀의 주제는 아니나 의외로 완고하다.  

‘다르게 생각하라’라는 제목의 책이 한때 서점가에 ‘떴다’. 원래 제목이 ‘Think Different’다. 최근 세상을 떠나기까지 숱한 얘기를 남긴 스티브 잡스라는 IT계의 걸출한 인물이 남긴 책 제목이다. 이 제목을 ‘틀리게 생각하라’로 고쳐보라. 이래도 그게 그건가.

‘다른 것’은 참 좋은 것이고, 귀하게 대접해야 할 가치다. 아이들도 남달리 키워야 한다. 이에 비해 틀린 것은 버리고 고쳐야 한다. 우리는 행동도 언어도 틀리지 않고 번듯해야 한다.

왜 우리말의 활용에 이런 습성이 생겼는지를 꼭 집어낸 연구는 없는 것으로 안다. 그러나 과거 식민지와 독재정치 세력의 엄혹한 압제를 겪으며 생겨난 궁색한 자기 검열이 오랜 세월 후에도 이런 상처로 우리 마음에 남은 것은 아닌지.

남과 달라 주목의 대상이 되는 ‘두려움’을 피하고자 하는 무의식의 표현 아닌가 하는 생각 말이다. 패배의식과 함께 진작 버렸어야 하는 폐습일 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