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희가 ‘재원’과 열애, 레스비언인가요?

우리 말글 사랑방

2011-10-12     평택시민신문

강 상 원 논설주간. 우리글진흥원 원장

강승윤이라는 신인 얘기다. ‘강승윤 내년 데뷔, 가능성 충분한 재원’이라고 한 연예전문지가 썼다. 그가 케이블 채널의 경연(競演) 프로그램에서 관심을 모았다는 설명도 있다. 연예기획사 보도자료를 보고 쓴 기사인 듯, 네이버에 떴다. ‘재원’이라 했으니 당연히 강승윤은 여자여야 한다. 그런데 확인해보니 그는 남자다.

이은희라는 연예인이 결혼을 전제로 열애 중인 사람은 ‘광고업계에 몸담고 있는 재원’이란다. 이 역시 네이버에 오른 연예전문지 기사다. 이 기사에 따르면 ‘이은희’는 남자다. 혹 여자라면 이은희 씨는 동성연애를 하고 있으며, 곧 여자끼리 결혼을 할지도 모른다.

확인해보니 ‘이은희’는 ‘미스코리아 진’이기도 했고, 어느 대학 겸임교수도 지낸 ‘화려한 경력’의 여성이다. 그러면 그녀는 레스비언인가? 대단한 여성의 동성연애와 결혼, 신문에 날만 하다. 실상은 무엇인가?

재원(才媛)은 ‘재주 있는 젊은 여성’을 가리키는 말이다. ‘원’ 글자의 한자(漢字)에 여자 여(女)자가 들어가 있는 것으로도 짐작할 수 있다. 위의 두 경우에서 글쓴이들은 이 단어가 여성을 지칭(指稱)하는 것인지를 모르고 쓴 것 같다. 그래도 ‘신문’에 실리고, 네이버에 오른다. 수많은 사람들이 이를 보고 있다.

‘재원’에 짝하는 남성 명사는 딱히 찾기 어렵다. 젊은 여성이 재주 있는 것이 워낙 특이한 일이니 그런 남녀차별적인 단어가 생긴 것으로 보인다. 옛날 단어다. 남자가 뭔가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여성으로써 ‘그런 저런’ 재주를 갖는 것은 신기한 일인 것이다. 안 쓰는 것만 못할 것 같다.

약관(弱冠)이란 말이 있다. 20세를 말한다. 관(冠) 즉 갓은 남성들이 썼으니 자연 남성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약관 나이에, 즉 20세도 안 되는 어린 나이에 뭔가 큼직한 일을 했다든지 할 때 쓰는 단어다. 역시 요즘 살려 쓰기는 어색하다. 그래도 가끔 누군가가 쓴다. 

‘김병만의 소속사는 그가 아는 이의 소개로 만난 미모의 재원 A씨와 사랑을 키워 왔으며 내년 초 결혼한다고 밝혔다’는 보도의 ‘재원’의 쓰임새는 대충 맞다. A씨가 ‘재주가 있는지’는 확인할 방법이 없다. 그래도 김병만이라는 대단한 재주꾼이 선택한 여성이니만큼 어느 수준은 될 터이다. 축하한다.

무식 탄로(綻露) 나는 것은 순간이다. ‘내가 정확히 아는 말’만 쓰는 것과 우리 말글을 귀히 여기고 꾸준히 공부하는 습관이 언어생활을 바루는 정확한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