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식 칼럼 - 행복한 삶으로의 초대] 우리의 원천을 알라 ②
그런데 이러한 영적 전통 이외에도 우리는 많은 사회 역사적 전통의 영향을 받는다. 그것이 바로 형성 전통이다. 우리를 형성시키는 전통이라는 의미다. 우리는 가정의 영향, 가문의 영향, 부모님의 영향을 받았다. 또 학교의 영향, 마을의 영향도 받았다. 도시에서 자랄 수도 있고, 농촌, 어촌, 산촌에서 태어나 자랄 수도 있다. 어느 지역 어떤 환경에서 사느냐에 따라 한 인간의 운명이 바뀔 수 있다. 이처럼 우리는 영적 전통과 형성적 전통 속에서 성장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러한 전통적 영향들을 창조적 비판적으로 수용해야 한다는 점이다. 영적이고 형성적인 전통들 안에서 드러난 많은 지혜들을 창조적이며 비판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과거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전통들에 대해 창조적이고 비판적으로 분석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문제다.
우리는 민주주의의 사회 전통 안에서 살고 있다. 하지만 민주주의 그 자체는 늘 나에게 있어서 창조적으로 비판되어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민주주의가 성립할 수 있다. 인간성을 파괴시킬 수 있는 학교와 기업들의 무한 경쟁, 부익부빈익빈, 다수 의견이 가질 수 있는 폭력성 등은 창조적으로 비판되어야 한다.
과거 유럽사회 계몽주의는 인간 이성의 위대함을 비판없이 맹신했다. 그 결과 두 번의 세계대전이라는 참상을 경험해야 했다. 프랑스 대혁명을 통해 황제를 길거리에서 참수한 군중은 얼마 지나지 않아 나폴레옹 황제에게 열광하고 유럽정복 전쟁에 참여했다.
실존주의 철학자 장폴 샤르트르(Jean Paul Charles, 1905~1980)는 <구토>라는 장편소설을 썼다. 여기서 주인공은 사물을 보고 있는 인간의 시각, 촉각, 후각, 청각 등을 통해 존재의 이유를 찾고자 한다. 하지만 그는 바닷가의 조약돌을 주웠을 때 처음으로 구토감을 느꼈고, 파이프나 포크를 잡는 손에서 다시금 그 구역질을 느낀다. 이 구역질은 사물과 타인의 존재를 인식하는 데서부터 시작하고, 다음에는 그러한 사물이나 타자 속에 있어서의 자기 존재의 의미를 깨달았을 때 일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