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준의 건축이야기
'달수의 집짓기'
2002-08-23 평택시민신문
자신만의 꿈꾸던 집을 갖기 위해 달수는 열심히 일을 하였고 돈을 모았다. 그리고 마침내 달수는 땅을 사고, 설계를 하고, 집을 짓는 일에 착수를 한다.
참으로 멋지고 즐거운 일 아닌가? 그리고 부러운 일 아닌가?
그런데 당시 시나리오 작가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드라마 속의 달수에게는 그 집 짓는 과정이 너무나도 고통스럽고 다시는 하기 싫은 일이었다.
집을 한 번 짓고 나면 십년이 늙는다고…?
사람들에게 쾌적하고 건강하고 아름다운 집을 만들어 주는 과정을 배우고 있던 나에게, 그리고 건축인의 한 사람으로서 너무나도 창피하고 자괴감을 느끼게 하여 잠시나마 나를 건축이란 비좁은 상자 속에서 방황케 하였던 그 드라마가 생생하다.
나만이 생각해 오던 그 공간과 환경을 갖는 과정이 일반인에게는 참으로 복잡하고 어려운 일 일수 있다.
주변경관과 교통여건, 교육환경 등등을 고려하여 땅을 매입하고, 세금을 내고 등기이전을 한다.
그리고 건축설계사무소를 방문하여 그 동안 내가 생각해 왔던 그집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미주알 고주알….
최대한 경제적 가치를 가질 수 있게, 안락하고 쾌적하게, 그리고 무엇보다도 건강하게 합리적인 설계안을 만들어 낸다.(일조권, 건폐율, 용적율 등등 법의 테두리를 스치며…)
건축도면, 구조도면 ,전기, 설비, 소방, 토목도면들 그리고 각종 시방서들… 잘 이해도 하기 힘든 도면들이 여러 차례 씨름 끝에 드디어 작성이 되고 이제 건축허가를 접수하게 된다.
다음은 경계측량을 하게 된다. 어디부터 어디가 내 땅인지, 옆집이 내 땅에 넘어와 있지는 않은지 걱정도 된다.
이제 공사는 어떻게 하면 되는지? 내 집을 짓는데는 정말로 얼마가 필요한 것인지? 일괄도급을 주어야 하는지? 공사 대금을 언제 어떤 방식으로 주어야 하는지?….
드디어 공사가 시작된다.
그런데 이상하다 나를 위해 모인 사람들이 왜 내 뜻대로 안 해주는지 정말화가 난다, 내 꿈은 그게 아니였는데…. 다시는 집 못 짓겠다.
이것이 달수가 겪은 9개월간의 집짓기 레파토리 이고, 일반적으로 우리 모두가 겪는 집 짓기 현실일 수 있다.
달수의 집 짓는 과정처럼 달수가 갈망하던 그 요구들 보다 훨씬 더 많은 제약조건들, 그리고 이해도 안 되는 법규, 용어들 복잡한 돈 문제, 그리고 너무나도 많은 사람들이 동상이몽으로 관계하고 있다. 그래서 건축은 조건들 간의 관계의 미학이라 했던가!
집을 만드는 일을 흔히들 자동차를 만드는 일에 비유하곤 한다.
하나의 자동차를 만드는데 2만여 개의 부품들이 필요하다고 한다. 결국 그 부품들의 하모니가 차를 달리게 한다. 빠르고 안전하게 자동차 부품들간의 하모니가 깨지면 안 되듯 집을 드는 일에 관계하는 모든 조건들과 그것 때문에 모여든 사람들의 총체적 하모니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유는 집을 만들려고 모였지만 목적은 서로 다르니 이런 아이러니 속에서 하모니를 찾아내기에 달수가 너무나 피곤하였나 보다.
사람들 관계의 병을 객관적 시각으로 고치는 변호사, 그리고 몸의 병을 과학적 논리로 다스리는 의사들, 우리의 영혼을 멜로디와 색깔로 풍요롭게 해주는 예술인처럼, 사실건축 이란 것은 객관적 시각, 과학적 논리, 그리고 감성으로 "환경과 사람"의 관계를 정립해 나가는 멋지고 즐거운 일이다.
혹시 달수의 건축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것은 아닌지?
건축에 대한 이해를 하면 할수록 "달수의 집짓기"는 즐거워 질 수 있을 것이다.
<건축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