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논단>송탄출장소 담을 헐어 젊음의 공간으로
이수연 <평택예총 전회장>
2002-08-23 평택시민신문
평택에도 문화의 거리가 있다. 평택시청 앞의 T자형 도로 일대와 송탄출장소 앞의 유사한 공간이다. 그러나 송탄지역은 상대적으로 그 기능과 역할이 매우 부족하다. 지역 실정 상 젊은이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유인 요소가 전혀 없다는 것이 첫째 원인일 수 있다. 얼마 전에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피자' 가게가 들어서는 작은 변화가 있었지만 아직 젊은이들의 성향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동떨어진 술집과 음식점과 관공서 앞의 전형적인 모습들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더 큰 원인이라면 지형적인 이유를 들 수 있다.
도로를 차단해야 판을 벌릴 수 있기에 관광 축제처럼 대규모 정책적인 행사 외에는 작은 행사는 꿈꾸기도 어렵다. 공간이 없고 교통소통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설사 어렵게 도로를 점유하고 판을 벌린다 해도 그를 봐줄 관객들의 공간이 없다. 그 대안이 송탄출장소 담을 헐어내는 것이다. 담이라고 해야 그다지 높지 않아 외부와의 차단 효과보다는 외부와 구분하는 성격이 더 강한데 요즘에는 정문에 경비도 세우지 않아 그런 인상마저 약해졌다. 더욱이 시 청사와 달리 각종 집회나 시위의 개연성도 없기에 열린 공간으로서의 출장소 이미지를 위해서라도 담의 존재가 반드시 필요한 것 같지 않다.
전하는 바에는 몇 년 전에 시에서도 그 담을 헐고자 했지만 의회의 반대에 부닥쳐 뜻을 이루지 못했다고 한다. 의회는 의회대로 뚜렷한 목적 없이 멀쩡한 담을 허무는 데 예산을 낭비 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다시 한 번 생각해보자. 담을 헐어내면 담을 전후로 넓게는 10여 미터 이상, 좁게는 6,7미터의 공간이 생겨 도로와 연결되는 훌륭한 공간이 생긴다. 담 안쪽은 다행히 돈 안들이고 스탠드를 만들 수 있는 높은 지형으로 되어 있다. 자연스럽게 작은 활동이 가능한 장소가 될 수 있다. 이런 공간의 길이가 100 미터가 넘는다. 이 공간의 창출은 자칫 관광특구로서의 출장소일대가 '술집 특구'가 되기 쉬운 우려도 씻어낼 수 있다고 본다.
사람이 많이 다니는 곳이 길이 되듯 청소년에서 청년들까지, 거기에 노점상에서 벼룩시장까지 모이게 되면 인근의 젊은이들도 가세하는 파급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결국 이 지역의 경제활성화에도 반드시 기여할 것이라고 본다.
우리 시의 전반적인 문화 예술 수준은 경기도 내에서 상위 수준에 올라 있다. 그 근거는 도내 31개 시, 군의 문화예술에 책정된 예산 규모에서도 그렇고 시가 추진하거나 후원하는 각종 문화 예술행사의 횟수, 내용, 관심도에서도 마찬가지일 뿐 아니라 평택예총을 비롯하여 여러 단체가 활발하게 전개하는 자생적인 활동을 다른 지역과 비교해 볼 때 확연하게 나타난다는 점에서 그렇게 말 할 수 있다.
도내 지역 예총 회장들의 모임 때마다 우리 시가 후원하는 시민 예술대학, 평택호 예술관 건립, 크고 작은 행사에 대한 시장(市長)의 열정적인 관심, 지역별로 자리잡고 있는 문예회관 그리고 예술인들 간의 단합된 모습에 대해 그들은 자신들의 지역 실정을 토로하면서 매우 부러워하는데 출장소 담을 헐어내면서까지 진실한 문화의 거리를 만들어 내는 '부러움의 신화'를 또 한번 창조해 보자.
<평택논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