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논단>더 이상 농민을 속이지 말라

김덕일<평택농민회 부회장>

2002-08-16     평택시민신문
중국산 마늘 수입을 내년부터 완전 자유화하느냐? 마느냐?의 문제로 정부 부처간의 서로 다른 주장과 그리고 중대한 협상의 알맹이를 2년 넘게 해당 농민과 국민에게 알리지 않고 숨겨 온 문제로 나라가 한바탕 떠들썩했다. 그리고 마늘 주산지 농민들은 연이어 정부의 실정을 규탄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도대체 무슨 배짱으로 그런 일을 벌일 수 있단 말인가?
농민들을 그냥 그렇게 속여도 된단 말인가? 그리고 국민들에게는 전체 산업에 별로 큰 영향이 없는 부분이니 알릴 필요가 없다는 말인가?
무려 50만 마늘농가의 생사가 걸린 문제가, 그리고 그 여파가 타 작물까지 미칠게 뻔한 전체 400만 농민의 문제가 정부당국자 몇 사람이 옷 벗고 떠나면 무마될 일이란 말인가?

중앙 정부의 농업정책과 농업관이 이러하니 시, 군에서 벌어지는 행태 또한 별반 다르지 않다.
우리 지역만 하더라도 여기저기 농공단지가 만들어지고 공장이 들어와야 농민이 잘 살수 있고 농촌이 발전한다는 논리로 개발이 전개되어 왔다. 그런데 그에 따른 역기능이 만만치 않다.

최근 안중면 성해리의 k환경 소각장 주변의 다이옥신 농도가 세게 최고 수준이란 기사가 그렇고 청북면 옥길리 일대 신도시 개발로 삶의 터전에서 쫓겨나야 하는 농민이 그러하고 팽성읍 신대리의 공장 입주 때문에 속을 태우는 농민들의 모습이 그렇다.

정부는 이제 더 이상 농민을 속이려 들지 말아야 한다.
게속되는 개방대세론의 확산 속에 한국과 칠레간의 자유무역협정(FTA)이 정부의 밀실 협상 속에 진행되고 있고, 2004년 쌀 개방 재협상을 앞두고 2003년 상반기까지 '도하개발아젠다(DDA)에 우리의 입장을 밝혀야 한다.

앞으로 이어질 이같은 농업일정이야 말로 우리 농업, 농민의 생사가 걸린 중대문제이며 먹거리에 관한 문제이니 온 국민의 생명줄이 달린 문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마늘협상에서 보여 준 정부의 태도를 돌이켜 보면 누구를 믿고 일을 맡겨야 하나? 한숨이 절로 나온다.

이러한 와중 속에 우리가 눈여겨 보아야 할 점이 있다.
지난 98년 2월과 2001년을 기준으로 농가 경제를 분석해 보면 소득은 별반 차이가 없으나(97년-2,329만원, 2001-2,390만원) 부채는 늘어나고(97년-1,300만원, 2001년-2,037만원)도시와 농촌간의 소득 격차도 97년 84.7%에서 2001년 75.9%로 뚝 떨어져 상대적 박탈감이 더욱 커졌다.

더구나 지속적인 투자에도 불구하고 농업 성장율은 90~95년 3.7%에서 97~2000년 0.2%에 그쳤고 농산물 판매가격은 95년 100을 기준으로 할 때 2000년엔 90.2로 떨어졌다. 이같은 현상은 농업투자의 효과가 농산물 가격의 하락으로 나타나 농가소득으로 나타나기 보다는 소비자의 이득으로 귀결되었음을 나타내고 있다.

물론 소비자에게 안전한 먹거리를 싼값에 공급함이 생산자의 역할이지만 그 역할이 온전하게 지켜지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가격이 보장되어야 한는 것이다.

최근 청북면에서 늙은오이(노각)를 지배하는 농가들이 소중히 키운 오이를 시장 한복판에서 짓밟는 사태가 벌어졌다. 경복궁 대들보만큼 크게 키운 오이 한개 값이 200원이라니 그나마 이것저것 떼고 나면...

계속되는 고통과 경제적 소외감속에 농업, 농촌을 살리고 농민들의 살길을 마련하기 위해 평택관내 이장들이 발벗고 나섰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리고있다. 이제 이러한 움직임이 우리 소비자들과 생산자 단체에서도 함께 일어나야 할 것이다.

큰비가 온 나라를 아래위로 오가며 휩쓸고 있다. 인재에 가슴이 크게 뚫려 버린 농민들의 가슴에 다시 한번 천재의 수마가 할퀴고 지나가며 만신창이를 만들고 있다.

이제 무엇이 소중한지, 그리고 옳고 그런지 정말 진지하게 고민하고 구체적인 대안을 적극적으로 마련할 때이다.



<평택논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