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식 칼럼 - 행복한 삶으로의 초대] 나를 발견하기 ①

2011-05-11     평택시민신문
정영식<신부. 효명고등학교 교장>

제2차 세계대전. 포탄이 떨어지고, 총알이 빗발치는 가운데 방공호 안은 아비규환으로 변했다. 죽음 앞에서 사람들은 서로 살기위해 발버둥 쳤다. 혼자 살기위해 조금이라도 방공호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려 했다. 폭력이 난무했다. 저주의 고함소리, 힘에서 밀린 이들의 울부짖음…. 죽음의 공포 앞에서 인간은 동물과 다름없었다.
그런데…. 그 아비규환 속에서 한 어머니가 평온한 모습으로 아기에게 젖을 물리고 있었다.

아드리안 반 카암(Adrian van Kaam) 신부가 그 모습을 보며 충격을 받는다. 반 카암 신부는 네덜란드 사람이었다. 신학을 전공한 그는 독일에 와서 철학을 전공하고 있었다. 훗날 미국으로 건너가 심리학을 전공하는데, 당시는 독일에 머물다 방공호로 대피한 상황이었다.

방공호에 대피한 이들은 대부분 며칠씩 끼니를 걸렀다. 어머니는 앙상한 모습이었다. 젖이 몸에서 조금만 빠져 나가도 죽을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모든 것을 짜내어 아기에게 젖을 물리고 있었다. 그녀는 다른 사람처럼 고함을 지르거나 울부짖지 않았다. 오직 아기에게 집중했다.

반 카암 신부는 깨닫는다. “이것이 바로 인간의 본질적 모습이다” 인간 안에는 자신도 알 수 없는 ‘인간다움’이 이미 형성되어 있었다. 반 카암 신부는 인간은 동물과 다른 그 어떤 것이 있음을 알았다. 동물과 달리 인간은 극한의 상황에서도 자신을 돌보지 않고 다른 사람을 형성시키는 위대함이 있다. 반 카암 신부는 당시의 경험을 바탕으로 훗날 미국에서 인문사회과학의 한 조류인 ‘형성과학’(formation science)을 창시한다. 형성과학은 오늘날까지 미국 현대 사상의 중요한 한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다.

형성과학에 의하면 인간은 ‘이미’ 형성된 존재다. 쉽게 말하면 우리 모두는 이미 몸 안에 진정한 인간다움, 궁극적 가치를 추구하고 살아가는 성향이 ‘형성’되어 있다.

진정한 행복은 이미 형성되어 있는 이 인간다움을 어떻게 구현해 내는가 하는 문제다. 그렇다면 여기서 문제가 남는다. 우리는 어떻게 하면 내면에 이미 형성되어 있는 참 인간다움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인가. 이를 위해선 먼저 ‘나는 누구인가’에 탐구해야 한다. 나라는 존재가 무엇인지 알지 못하면 우리 안에 있는 참 아름다움을 발견해 낼 수 없다.

우리는 방공호안의 사람들처럼 동물처럼 고함치며, 다른 사람을 저주하며 살고 있지는 않는가.
자신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다른 사람을 짓밟고 있지는 않는가. 우리는 어떻게 하면 죽음을 앞에 두고서도 평온한 모습으로 젖을 물리는 어머니의 모습을 닮을 수 있을까. 이를 위해선 먼저 해야 할 일이 있다. ‘나’를 알아야 한다.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