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시간 아닌데도
손님 끓는 식당엔 뭔가 있다


오성나사렛교회 김원태 은퇴목사가
맡은 큰집추어탕

2011-03-02     김혜경 기자

<단골 맛집> “나는 이래서 이 집을 찾는다”

점심·저녁시간엔 줄 서서 기다려야

▲ 왼쪽부터 오성나사렛성결교회 김원태 은퇴목사(시조시인), 큰집추어탕 윤희경 사장이다.
오늘의 주인공, 오성나사렛성결교회 김원태(76) 은퇴목사(시조시인)를 소개하기 전 조용히 귀띔해 줄 말이 있다. 최근 유행했던 광고카피에 비유해, 그동안 봐왔던 단골손님이 ‘사랑’이라면 김 목사의 맛 집 사랑은 ‘어머니의 사랑’이라고 말이다. 두꺼운 외투가 무색할 정도로 따뜻했던 지난주 금요일. 점심·저녁시간엔 줄을 서서 먹어야 한다는 김 목사의 정보에 점심시간을 훌쩍 넘겨 오늘의 맛 집 큰집추어탕(사장 윤희경·합정동 소재)에 도착했다.

“며칠 전에도 왔다 손님이 많아 도로 갔었지요”라는 말에 걸맞게 3시가 다 되가는 시간인데도 손님들이 테이블을 반 이상 메우고 있다. “이렇게 잘 된다니까. 하하하” 오면 올수록 맛이 더 좋아지는 것 같다며 칭찬이 마르지 않는 사이 윤희경(52) 사장이 주방에서 얼굴을 보였다. 바쁜 와중이지만 힘든 기색 없이 밝은 웃음으로 김 목사를 맞는다.

다른 손님 표정까지 살피는 단골손님

큰집추어탕과 5분도 채 안 되는 거리에 사는 김 목사는 자전거를 타거나 차로 이동할 때면 하루도 빼놓지 않고 식당의 이모저모를 살핀다. 손님은 많은지, 음식을 먹고 나오는 손님들의 표정은 어떤지. 아무리 단골이라도 이렇게까지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이어지자 그제야 섭외 당시 “우리 마을에 잘 되는 식당이 있어서 너무 좋아”란 말이 기억났다.

안중나사렛성결교회 담임목사(6대), 오성나사렛성결교회 목사까지 50여 년을 이어온 목회자의 길을 은퇴하고 2004년 합정동으로 이사 온 후, 그는 마을노인회에 가입하며 도시가스 설치, 마을 대청소 등 마을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 앞장섰다.

반짝이는 마을에 손님들이 북적거리는 식당까지 있으니 그의 마음은 얼마나 흡족했으랴.  “오랫동안 목회자로 있다 보니 사람들의 표정만 보고도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대강 알아요. 큰집추어탕에서 나오는 손님들의 표정은 다들 찡그린 표정이 없어요. 전부다 활짝 웃고 꽃이 핀 것 같아요.” 그의 집에 친척이 왔다거나 원로지도자회에서 점심을 먹을 때면 “따라만 오라”며 무조건 이곳으로 안내한다. “사람이 몰릴 것 같으면 30분 일찍 서두를 때도 있고요. 하하”

김 목사의 보호(?)아래 있는 큰집추어탕은 2년 전 문을 열었다. 평택에서 문을 연 햇수는 얼마 안 되지만 수원에서부터 식당을 꾸려왔다니 윤 사장의 손맛은 날이 갈수록 깊어졌으리라. “처음엔 천안을 생각했었지만 마지막으로 마음이 가는 곳은 평택이더라고요. 이곳에 터전을 잡으려고 해서 그런지 잘 왔다는 생각이 들어요. 오시는 분들마다 낯설지 않고 편안하다고 말씀해 주셔요. 자전거를 타고 지나다니는 김 목사님을 간혹 보긴 하는데 이 정도로 식당을 봐주시는 줄은 몰랐죠.”

시동생·시누이·오빠 중 ‘진짜 큰집’은

점심·저녁시간 긴 줄이 이어지는데도 불구하고 짜증 한번 안 내시는 손님들에게 항상 감사하다는 인사를 아끼지 않는 그녀, 뜨끈한 뚝배기의 정이 느껴진다. 윤 사장은 시동생과 함께 수원에서 큰집추어탕을 운영하다 2년 전 평택으로 내려왔다. 뒤이어 시동생은 오산에, 시누이는 안양, 친정오빠는 송탄(홈플러스 옆)에서 식당을 냈다. 최근엔 서울 삼성동 코엑스 부근에도 큰집추어탕을 오픈했단다.

“추어탕 가족이에요. 호호. 음식하는 게 좋아 식당을 시작했는데 이렇게 발전할 줄은 몰랐죠. 게다가 가족들이 힘을 모아서 하니까 더 기분이 좋고요. 김 목사님 같은 홍보대사가 많아서 그렇게 된 게 아닌가 싶어요.”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김 목사가 시조시인이라는 것을 알게 된 윤 사장이 큰집 추어탕에 대한 시 한 수를 부탁했다. 김 목사는 “허허 시상이 떠오르면 시가 써지는데 처음부터 좋은 시가 나오는 게 아니에요. 좋은 시상을 생각하고 좋은 시 선물해 드릴께요”라며 훗날을 기약하고 윤 사장의 “기대하고 있겠다”는 말로 취재는 끝났다. 3일 후 김 목사에게 “혹시 기사마감이 안됐으면 메일을 확인해 보시라”며 전화가 왔다. 메일엔 <큰집추어탕>이란 시가 첨부돼 있었다.

큰집추어탕

건강에 좋다하면 무불잡식 하는 자여
아무것 먹지 말고 가려가며 먹을지니
자기의
귀한 몸 위해
무불잡식 말거라

예부터 허약한자 즐겨 찾던 보양음식
입소문 듣고 찾은 미식가들 가득하니
평택의
큰집 추어탕
별미중의 별미로세
 - 학산(鶴山) 김원태

이 집에서 ‘어리굴젓 맛있게 먹는 법’

식당에 들어서면 ‘추어탕의 효능’을 설명한 간판보다 ‘어리굴젓 맛있게 먹는 방법’이 더 눈에 띈다. 돌솥밥과 추어탕이 함께 나오니 뜨끈뜨끈한 밥 한술에 어리굴젓 한 젓가락이 제일 먼저 떠오른다. 어리굴젓 맛있게 먹는 방법을 약간 응용하자면 이렇다.

먼저 돌솥밥 반 정도를 빈 밥그릇에 던다.(돌솥을 먹어 본 사람이라면 기본 순서일 것) 다음 푸짐하게 담아낸 어리굴젓을 가득 떠 싹싹 비빈다. 다음 할 일은 한입 먹어보는 것.(새콤한 향기) 여기에 보글보글 끓여 나온 추어탕 한 숟가락 뜨자마자 깨닫는다. 왜 큰집추어탕에 자꾸 발길이 닿는지 말이다. 비빈 것도 좋지만 남은 흰 밥을 추어탕에 말아 어리굴젓을 하나씩 얹어 먹어도 아까의 기분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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