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시간 아닌데도 손님 끓는 식당엔 뭔가 있다
오성나사렛교회 김원태 은퇴목사가 맡은 큰집추어탕
<단골 맛집> “나는 이래서 이 집을 찾는다”
점심·저녁시간엔 줄 서서 기다려야
“며칠 전에도 왔다 손님이 많아 도로 갔었지요”라는 말에 걸맞게 3시가 다 되가는 시간인데도 손님들이 테이블을 반 이상 메우고 있다. “이렇게 잘 된다니까. 하하하” 오면 올수록 맛이 더 좋아지는 것 같다며 칭찬이 마르지 않는 사이 윤희경(52) 사장이 주방에서 얼굴을 보였다. 바쁜 와중이지만 힘든 기색 없이 밝은 웃음으로 김 목사를 맞는다.
다른 손님 표정까지 살피는 단골손님
큰집추어탕과 5분도 채 안 되는 거리에 사는 김 목사는 자전거를 타거나 차로 이동할 때면 하루도 빼놓지 않고 식당의 이모저모를 살핀다. 손님은 많은지, 음식을 먹고 나오는 손님들의 표정은 어떤지. 아무리 단골이라도 이렇게까지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이어지자 그제야 섭외 당시 “우리 마을에 잘 되는 식당이 있어서 너무 좋아”란 말이 기억났다.
안중나사렛성결교회 담임목사(6대), 오성나사렛성결교회 목사까지 50여 년을 이어온 목회자의 길을 은퇴하고 2004년 합정동으로 이사 온 후, 그는 마을노인회에 가입하며 도시가스 설치, 마을 대청소 등 마을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 앞장섰다.
김 목사의 보호(?)아래 있는 큰집추어탕은 2년 전 문을 열었다. 평택에서 문을 연 햇수는 얼마 안 되지만 수원에서부터 식당을 꾸려왔다니 윤 사장의 손맛은 날이 갈수록 깊어졌으리라. “처음엔 천안을 생각했었지만 마지막으로 마음이 가는 곳은 평택이더라고요. 이곳에 터전을 잡으려고 해서 그런지 잘 왔다는 생각이 들어요. 오시는 분들마다 낯설지 않고 편안하다고 말씀해 주셔요. 자전거를 타고 지나다니는 김 목사님을 간혹 보긴 하는데 이 정도로 식당을 봐주시는 줄은 몰랐죠.”
시동생·시누이·오빠 중 ‘진짜 큰집’은
점심·저녁시간 긴 줄이 이어지는데도 불구하고 짜증 한번 안 내시는 손님들에게 항상 감사하다는 인사를 아끼지 않는 그녀, 뜨끈한 뚝배기의 정이 느껴진다. 윤 사장은 시동생과 함께 수원에서 큰집추어탕을 운영하다 2년 전 평택으로 내려왔다. 뒤이어 시동생은 오산에, 시누이는 안양, 친정오빠는 송탄(홈플러스 옆)에서 식당을 냈다. 최근엔 서울 삼성동 코엑스 부근에도 큰집추어탕을 오픈했단다.
“추어탕 가족이에요. 호호. 음식하는 게 좋아 식당을 시작했는데 이렇게 발전할 줄은 몰랐죠. 게다가 가족들이 힘을 모아서 하니까 더 기분이 좋고요. 김 목사님 같은 홍보대사가 많아서 그렇게 된 게 아닌가 싶어요.”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김 목사가 시조시인이라는 것을 알게 된 윤 사장이 큰집 추어탕에 대한 시 한 수를 부탁했다. 김 목사는 “허허 시상이 떠오르면 시가 써지는데 처음부터 좋은 시가 나오는 게 아니에요. 좋은 시상을 생각하고 좋은 시 선물해 드릴께요”라며 훗날을 기약하고 윤 사장의 “기대하고 있겠다”는 말로 취재는 끝났다. 3일 후 김 목사에게 “혹시 기사마감이 안됐으면 메일을 확인해 보시라”며 전화가 왔다. 메일엔 <큰집추어탕>이란 시가 첨부돼 있었다.
큰집추어탕
건강에 좋다하면 무불잡식 하는 자여
아무것 먹지 말고 가려가며 먹을지니
자기의
귀한 몸 위해
무불잡식 말거라
예부터 허약한자 즐겨 찾던 보양음식
입소문 듣고 찾은 미식가들 가득하니
평택의
큰집 추어탕
별미중의 별미로세
- 학산(鶴山) 김원태
이 집에서 ‘어리굴젓 맛있게 먹는 법’
먼저 돌솥밥 반 정도를 빈 밥그릇에 던다.(돌솥을 먹어 본 사람이라면 기본 순서일 것) 다음 푸짐하게 담아낸 어리굴젓을 가득 떠 싹싹 비빈다. 다음 할 일은 한입 먹어보는 것.(새콤한 향기) 여기에 보글보글 끓여 나온 추어탕 한 숟가락 뜨자마자 깨닫는다. 왜 큰집추어탕에 자꾸 발길이 닿는지 말이다. 비빈 것도 좋지만 남은 흰 밥을 추어탕에 말아 어리굴젓을 하나씩 얹어 먹어도 아까의 기분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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