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상헌 칼럼] ‘두 마리 토끼’를 잡는 한 해 맞으시기 바랍니다

강상헌 <본지 논설주간>

2011-01-06     평택시민신문

달 속에 사는 옥(玉)토끼, 넉넉한 보름달 안에서 토끼 방아 찧는 모습을 머리에 그려보지 않은 분이 계실까요? 설화의 세계에서부터 토끼라는 녀석은 워낙 우리 겨레와 함께 지내온 역사가 긴 친근한 동물입니다.

신묘년, 토끼 해 인사 글감으로 토끼를 떠올린 건 당연한 일입니다. 영리한데다 조심성 많은 이 동물의 속성을 들어 지혜롭게, 그러나 만사를 튼실하게 챙기자는 인사가 새해 유행입니다.

<평택시민신문> 임직원들도 독자 여러분께 정중하게 인사 올립니다. 시사만화가인 안백룡 화백이 세화(歲畵)를 보내주셨습니다. 안 화백의 인사도 아울러 전해드립니다.

‘두 마리 토끼’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림에서 곱게 인사하는 토끼 두 마리를 보고 얼핏 왜 ‘두 마리’지 하는 의문이 머리를 스쳤습니다. 멧돼지 사슴 호랑이 오리 같은 녀석들이 아닌, 하필 토끼가 우리 주변에서 자주 ‘두 마리’라는 말의 짝으로 쓰이는지에 대한 관심입니다.

여러 사전과 민속자료를 뒤졌지만 그 유래나 이유를 찾기 어려웠습니다. 제 견문이 짧아서겠지만, 이제까지 별다른 생각 없이 쓰던 이 말의 정체를 밝히는 것이 쉽지 않았던 것입니다. 이에 관해 아시는 분은 얼른 저희에게 가르쳐주시기 바랍니다.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 하나도 못 잡는다’는 부정적 의미의 우리 속담이 있습니다. 프랑스어에도 같은 의미의 표현이 있답니다. 영어에는 ‘한 번에 두 마리 토끼를 쫓는 것(chasing two hares at once)’이란 표현이 있지요. 그런데 이 역시 ‘그것은 어렵다’로 끝납니다. 왜 두 마리 ‘토끼’인지는 역시 오리무중이군요.

 


특이한 것은 우리 영어 사전의 관련 설명입니다. 직역해서 ‘너무 많은 것을 잡으려하는 사람은 아무 것도 못 얻는다’는 영어 속담을 ‘토끼 두 마리를 쫓으면, 한 마리도 못 잡는다.’로 해석해 두었습니다.(네이버 영어사전 참조)

원문은 이렇습니다. He that grasps too much, holds nothing. 토끼하고는 전혀 상관없는 이 영어 문장의 우리말 설명이 너무 재미있군요. ‘두 마리 토끼’라는 단어가 우리말에 의외로 단단하게 자리 잡고 있는 개념임을 보여 주는 반증이겠습니다. 정확과 적확(的確)이 우선의 가치여야 할 사전의 자세로는 썩 바람직하게 보이지는 않습니다만.

그런데, 이런 부정적 개념에도 불구하고 우리 생활에서 ‘두 마리 토끼’는 너무도 긍정적인 의미로 활용되고 있음이 또한 눈을 씻고 봐야할 대목입니다. 한 번 검색해 보시지요. 일상 문장도, 뉴스도, 심지어 학술문에서도 ‘두 마리 토끼’는 의욕과 진취(進就)의 뜻, 또는 ‘열심히 바라는 바의 과녁’으로 쓰입니다.

 


‘성장과 고용, 두 마리 토끼를 잡자.’ ‘직장과 가정, 그 두 마리 토끼를 잡은 부지런한 여성’ ‘그는 사업과 건강의 두 마리 토끼를 잡은 행운아다.’ ‘개발과 환경, 두 마리 토끼를 잡다.’ ‘성장과 안정의 두 마리 토끼’ ‘수익과 안전의 두 마리 토끼를 보장하는 펀드’ ‘맛과 영양, 두 마리 토끼를 함께 추구하는 음식’ … 어떻습니까? 부정적 활용보다 좋은 것 같군요.

‘돌 한 개 던져 새 두 마리 잡는다’는 일석이조(一石二鳥)나 ‘한번 손을 들어 두 개를 얻는다’는 일거양득(一擧兩得)의 의미로 이 ‘두 마리 토끼’의 이미지가 180도 변환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나아가서는 양립하기 어려운 두 가지 표적을 동시에 명중시킨 ‘행복한’ 상황까지를 상정(想定)한 개념인 것입니다.

같은 어법으로 독자 여러분께 다시 인사드립니다. 새해에는 사업(일)의 성취와 스스로(가정)의 행복, 그 두 마리의 토끼를 꽉 잡으시기 바랍니다. 돈을 많이 버는 것이나 지혜로움을 채우는 것, 건강을 떨치는 것 모두를 보듬은 뜻입니다. 사람에 따라 다른 목표의 조합(組合)이 가능할 수도 있겠습니다.

한 가지만 더, ‘토끼는 세 굴을 판다.’고 합니다. ‘만사 불여튼튼’이라고 하던가요. 여러 방도를 세워 미리 잘 챙기고 대비해야 화는 비켜가고, 복은 올 것입니다. 한해 더 기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