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소통위한 도로를 시민 소통의 광장으로
제안 - 평택역 광장을 바꿔보자
광장의 조건을 만족할 만한 곳은
하루 종일 유동인구가 많고
대부분의 대중교통이 지나가고
역사가 오래된 평택역이
현재로선 최적 조건을 갖추고 있다
지역 지혜모아 상상을 불어넣어
시민의 사랑을 받는 곳으로
외지에서 찾아오는 멋진 공간으로
탈바꿈 시켜보자는 것이다
백화점은 많은 사람이 몰려 좋고
유럽여행을 할 때 관광객이 빼놓지 않고 들르는 곳은 각 도시의 유명 박물관과 광장이다. 박물관이 그 도시의 과거를 보여주는 곳이라면 광장은 현재의 도시를 가장 확실하게 보여주는 곳이기 때문이다. 두 곳만 제대로 살핀다면 도시의 전체를 본 것이나 다름이 없다.
이 두 개의 장소가 평택에는 없다. 때문에 평택을 찾은 외국인이 짧은 시간에 ‘평택’이라는 낯선 도시가 어떤 곳인지 이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혹 평택 시청앞 광장이 있지 않냐고 반박 할지 모르겠다. 글쎄 시청앞 광장이 평택을 대표하는 공간으로 손색이 없을까. 뭔가 아쉬움이 있다. 가장 큰 단점은 비좁다는 것이다. 광장은 일단 글자에서도 알 수 있듯이 크고 넓어야 제값을 한다.
광장은 그 크기가 넓다고 해서 사람과 문화가 소통되는 공간의 역할을 다하진 못한다. 도시 중심부에 있어 사람들이 찾기 쉬워야 하고, 따라서 교통의 중심지에 위치할수록 생명력이 살아난다.
고덕국제화신도시 조성이 주춤한 상황에서 이러한 광장의 조건을 만족할 만한 곳이 어디일까. 기차·전철역 광장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유동인구가 많고, 대부분의 대중교통이 지나가고, 역사가 오래된 평택역이 현재로선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그래서 지금의 평택역 앞 공간은 아쉬움이 크게 느껴진다. 평택역 앞 넓은 공간은 광장이라 부르기 난감한 모습이다. 백화점에서 나오는 차량, 택시 승차장, 버스 승강장을 위한 도로가 너른 땅 곳곳을 갈라 사람이 머물 공간은 구석으로 밀려난 느낌이다.
사람과 문화가 소통하는 광장이 될 수 있는 공간이 대신 자동차가 중심이 된 삭막한 곳으로 전락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최근 평택시는 연내 평택역 개선 사업을 위해 용역을 발주한 상태다. 어떤 멋진 작품이 나올까 기대했지만 역 앞 5거리와 역 사이를 갈라놓아 답답한 느낌을 주는 버스 승강장 구조물을 투명한 재질로 바꾸는데 그칠 전망이어서 실망스럽다. 시청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면 올해 취임한 김선기 시장이 지시한 사항이지만 연말이 다되어 없는 예산으로 할 수 있는 것은 극히 적다는 설명이었다. 다만 종합적인 개선은 내년 이후, 그것도 검토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시민들이 평택역 광장이라고 부르는 지역은 평택시 소유의 땅과 철도청 소유의 땅이 엇비슷한 크기로 붙어 있다. 철도청 부지는 지난해 4월 민자역사를 건설한 애경그룹 유통부문이 20년간 운영권을 행사한다.
그런데 시 소유지 대부분은 자동차도로가 차지하고, 애경그룹이 운영권을 가진 곳에는 쉼터와 조각나지 않은 비교적 넓은 공간이 남아있다.
에이케이 프라자는 명절이나 백화점 할인 행사를 할 때 이 공간을 이용하지만 평택시민들이 문화공연이나 행사를 하기는 쉽지 않다. 백화점 측은 영업에 방해가 된다는 것이다. 민자역사 개장부터 시민들의 불만은 바로 공간 구조와 관리권에 대한 것이었다. 이제 평택시민도 멋진 역 광장을 가지게 됐다는 기대는 사라지고 광장을 백화점에 빼앗긴 듯한 박탈감이 크다.
이것을 해결하는 것은 간단하다.
자동차가 주인인 겉만 번듯한 곳을 사람이 중심이 되고 문화가 소통되는 광장으로 바꿔 시민과 백화점 측이 모두 이익을 얻도록 하는 것이다.
지금껏 우리는 두 패로 어느 한쪽이 이익이면 다른 한쪽은 손해라는 이분법에 익숙해 있다.
부정적인 생각은 일단 접고 어떻게 가능한지 보자.
예를 들어보자. 강원도 가평에 있는 남이섬은 한 해 200만 명이 찾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관광지다. 외국인도 지난해 30만 명이 찾을 정도로 국제적인 관광지로서의 면모도 갖췄다. 드라마 겨울연가를 보고 찾아오는 일본 중년 여성이 대부분일 것이라는 추측은 하지 말라. 남이섬은 겨울연가를 극적으로 이용했고, 가장 많은 사람들이 찾아올 때 겨울연가를 버렸다. 어차피 드라마에 열광하는 것이 사그라질 때면 남이섬도 같이 잊혀 질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남이섬은 겨울연가 만을 알고 찾아 온 관광객의 발길을 다시 찾게 만들기 위해 남이섬만의 상품을 개발했고, 한 발 앞선 노력이 오늘을 있게 했다.
남이섬만의 상품 개발에는 ‘상상’이라는 연장만이 필요했다. 서울의 상징을 디자인하고, 칸 영화제 포스터 지명 작가이기도 했던 그는 오직 ‘상상’이라는 연장으로 짧은 시간에 남이섬을 술판이 난무하던 유원지에서 문화의 섬 ‘나미나라’로 탈바꿈시켰다. 남이섬의 변화는 나미나라 CEO 강우현의 저서 ‘상상망치’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지 감이 잡힐 것이다. 그렇다. 평택역도 시민의 사랑을 받는 곳으로, 더 나아가 외지에서 찾아 올 정도로 ‘상상’을 불어넣어 멋진 공간으로 탈바꿈 시켜보자는 것이다. 시민에게는 언제든지 찾고 싶은 광장이 생기는 것이고, 백화점은 많은 사람이 몰려 생기는 효과를 매출로 연결하면 된다.
물론 말은 쉽다. 그래서 머리를 맞대고 윈-윈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자는 것이다. 고정관념을 버리고 방법이 있을 것이라 믿고 시간을 가지고 차근차근 해결책을 찾아보자. 처음부터 예산 때문에, 또 무엇 때문에 안 된다고 생각하면 가능성은 제로다. 하지만 긍정적인 사고를 하면 가능성은 커진다.
평택역도 이탈리아 로마의 스페인 광장이나 프랑스 파리의 콩코르드 광장 등 유명한 유럽의 광장처럼 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