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상헌 칼럼] 이 이탈리아 기자, 엉덩이를 발로 차버릴까 보다
강상헌 <본지 논설주간>
말은 바로 하자. 섹스를 못하는 호텔도 있던가?
‘섹스모텔’이 뭔가? 그 이탈리아 기자는, 아마 자기네 나라에서 쓰는 ‘용어’겠지만, ‘러브 스퀘어(love square)’라는 생소한 말까지 들먹였다. 그는 거짓말, 또는 최소한 사실과 다른 기사를 썼다. ‘F1 팀들 섹스모텔로 떨어지다, 팀 관계자들과 기자들 러브 스퀘어에 짐 풀다’라는 기사를 그가 썼다고 했다.
F1 팀들의 주요 인원은 경기장 부근 특1급 호텔에 묵었다. 관계자에 따르면 주최측은 ‘품격 있는 숙박시설’을 선정하고, 손님맞이 손질을 한 다음, 국내외 여러 사람들(취재진 포함)에게 미리 안내했다.
홈페이지만 봐도 이런 노력은 드러난다. 왜 그는 앞서서 상황을 파악하고 ‘자기에게 맞는 숙소’를 예약하지 않았을까? 이런 배려는 미국이나 유럽의 행사에서는 기대하기 어렵다. 이런 배려까지 외면(?)한 이들의 생각은 국제 기준이 될 수 없다. 기본이 안 된 여행자다.
아마 온돌방에 묵은 모양이다. ‘콘돔은 있지만 가구는 없다’고 썼다. 온돌은 한국만이 가진 명물이다. 자기네 나라에는 없다. 침대가 없으니 가구가 없는 것이라고 했을까? ‘다른 것’을 ‘틀린 것’으로 이해하는 셈법 밖에 모르는 철부지 손님을 맞은 우리의 불운(不運)이려니.
그가 우리나라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란다.
“취재를 끝내고 들어오니 화장실 바닥에 물이 고여 있었고, 비누에 거품 자국이 보였다. 분명 누군가가 방을 사용했다는 증거다. 짐과 옷이 있었는데 어떻게 이럴 수 있나.”
정황을 떠올려보자. 화장실 바닥의 물과 비누의 거품자국은 ‘누군가 방을 사용했다는 증거’로 불충분하다. 스스로도 말한다. ‘방 안에 짐과 옷이 있었는데 어떻게 이럴 수 있나’라고.
어느 보도를 보니 모텔 관계자도 그렇게 얘기했다고 한다. 방안에 크고 작은 장비와 짐, 옷이 있는데 어떻게 대실을 할 수 있었겠는가 라고 말이다. 청소한 것을 오해한 것이란다. 그는 이렇게 오해하고 싶은 마음을 진정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그의 부정확한 사전 지식은 이윽고 블랙 코미디의 수준에 이른다. 오만(傲慢)이 부른 편견(偏見)이겠다. 자기 신문에 썼다는 기사다.
- 러브모텔들은 많지만 더럽고 불결하다. 시간 당 요금을 받는 이 모텔들의 방은 두 명이 동시에 할 수 있는 샤워 시설도 갖췄다.(아주 실용적이라고? 결코 아니다. 두 명이 관계를 가지고 빨리 방을 빼기 위해서다.)
- 그는 “한 영국 기자는 저녁에 방에 돌아와서 자신이 없던 동안에 누군가 방을 사용한 흔적을 강하게 느끼기도 했다”며 이른바 ‘대실’을 거론했다.
개연성(蓋然性) 즉 ‘대개 이러이러 하리라’라는 생각을 옮긴 글이다. 필자가 이 기자 일하는 회사의 편집자라면 당장 불러 엉덩이를 발로 차버릴 것이다. 개연성만으로 쓴 기본이 안 된, 장난이다. 이 신문과 기자, 편집자는 부끄러워해야 마땅하다. 많은 실례(失禮)를 했다.
‘그 많은 러브모텔’ 중의 몇 군데를 그가 가 봤을까? 두 명이 할 수 있는 샤워 시설? 시간 당 요금? 취재도 정확하지 못하다.
묻자. “왜, 콘돔 있으면 안 되니?” “너희 나라에서는 행사나 축제 때 관광객 몰려도 요금 올려 받는 곳 없니?” “너희 나라 유흥가 숙박시설에서는 섹스모텔 없니? 또 숙박시설에선 섹스하면 안되니?” “너희 나라 행사 때 이렇게 미리 친절하게 안내해주니?”
필자는 일 때문에 유럽에도 여러 번 갔다. 이탈리아의 로마 밀라노 베니스도 갔다. 파리도 로마도 유명한 골목 안다. 필자가 이탈리아 얘기를 삐딱한 시선(視線)으로 보고 쓴다면, 내 독자는 불행히도 진실을 만나지 못한다.
일 때문에 광주와 목포에서 숙박하는 경우도 잦다. 요즘은 도시들이 평준화된 것 같지만, 예전에는 광주와 목포의 숙박시설이 다른 지역에 비해 좋았다. 그래서 이 지역 출장 갈 일이 생기면 은근히 좋아들 했다. 물론 인심 푸짐하고, 음식 맛나기도 해서지만. 언급된 목포 하당이나 광주 상무지역의 숙박시설은 필자가 애용하는 곳이다.
여느 도시의 시설처럼 ‘대실’에 따른 문제는 있지만, 시설 쾌적하고 업무 보는데 지장 없다. 특급호텔처럼 물청소 후 마른 걸레로 바닥의 물기를 닦아 내지는 않지만, 청소도 비교적 잘한다. 더구나 그 돈에 그런 시설이라니. 그들도 놀랐지만, 무선인터넷에 대형 평판TV에 편리한 샤워실은 유럽에선 숙박비 비싼 호텔에서나 기대할 수 있다.
과공비례(過恭非禮), 지나친 공손(恭遜)은 오히려 예의(禮儀)에 벗어남을 이르는 말이다. 첫 술에 어찌 배부르랴, 물론 첫 F1, 문제 많았다. 고쳐야지. 그러나 할 만큼 했으면 우리 기자들도 의젓하게 지켜볼 일이다. 사개가 맞지 않는 외국 기사 몇 줄까지 ‘나라 망신’으로 해석하는 것은 좋은 기자의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