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야? 철학 음식점이야? 유기농 재료 고집까지?
40-세교동 두레생협 김정희 점장 추천 ‘마라도에서 온 자장면 집’
<단골 맛집> “나는 이래서 이 집을 찾는다”
오늘은 색다른 자장면 집을 소개한다.
‘카페 분위기 나는 자장면 집’이나 ‘철학이 있는 자장면 집’, 아니면 ‘시인과 낚시꾼이 만드는 아주 특별한 자장면’ 이렇게 말하면 너무 거창하다고 핀잔할 사람이 있겠지만 결코 과한 표현이 아니다.
올해 7월 용이동에 문을 연 ‘마라도에서 온 자장면 집’. 평택대학교를 지나 안성방향으로 200미터 지점 도로변에 있다.
우선 이 식당은 바닥부터 천장 높이까지 삼면에 큰 창을 냈다. 창에는 덧씌운 것이 없어 안팎의 모습이 그대로 보인다.
실내에 들어서면 흰색과 연두색이 조화를 이루고 부드러운 조명이 산뜻하면서도 밝은 분위기를 느끼게 한다. 중국집하면 떠오르는 빨강색에 금색 글자는 전혀 없다. 찬찬히 둘러보면 20여 평 남짓의 실내에는 주인의 미적 감각과 세심한 손길이 느껴지는 소품이 제법 많다. 실내장식 대부분은 주인장 부부 원종훈(48), 류외향(37) 씨가 직접 수개월 매달린 끝에 완성했다.
실내장식에 쓰인 나무와 페인트는 모두 ‘몸에 해롭지 않은 천연 제품’으로 사용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크지 않은 공간에는 아이들 놀이터도 마련돼 있다.
캐러멜 색소 넣지 않아 검지 않은 자장면
‘몸에 해롭지 않은 천연 제품’은 ‘마라도에서 온 자장면 집’의 음식 조리 원칙이자 철학이다.
無화학조미료 無캐러멜색소 無정제설탕 無GMO 등 네 가지 무(無)를 고집한다.
자장면에는 미원을 비롯한 각종 조미료와 색소 등이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마라도’에서는 발암물질인 엠에스지(MSG) 뿐만 아니라 그 어떤 화학첨가물도 사용하지 않는다.
안주인 류외향 씨는 “우리의 몸과 정신을 헤치는 화학조미료 대신 다시마, 멸치, 양파, 파뿌리, 무 등을 우려낸 천연조미료를 사용한다”고 말한다.
자장을 만드는 춘장에는 유전자를 손상시키는 물질로 알려진 캐러멜 색소가 들어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마라도’에서는 이 색소가 없는 춘장을 쓴다. 따라서 ‘마라도’의 자장면은 검지 않다. 식당에서 쓰는 부재료의 많은 부분은 생협에서 사온다. 중국집에서 많이 쓰는 설탕도 생협 제품의 것을 쓰는데 화학물질로 정제된 설탕이 아닌 필리핀에서 유기농 사탕수수로 만든 ‘마스코바도’를 공정무역으로 들여 온 것을 사용한다.
단무지도 노란색이 아니다. 마스코바도 설탕과 식초를 넣고 직접 절인 무가 맛깔스러운 배추김치와 함께 나온다.
또 자장면과 탕수육에 들어가는 전분과 콩도 국내산 것만 고집한다.
이 식당을 소개해 준 두레생협 세교동 매장의 김정희 점장은 “사실 일반 대중음식점에서 생협 물품을 부재료로 사용하는 것은 가격의 부담이 있어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한다.
시인과 낚시꾼…그리고 마라도와 평택
부부는 2007년 마라도에서 인연을 맺었다. 부산이 고향인 원종훈 씨는 아이엠에프 위기 때 자동화 설비 사업을 접고 마라도로 내려가 낚시로 속상함을 달랬다. 그러다 당시 자장면 집에서 머슴살이를 했다. 경남 합천이 고향인 류외향 씨는 안성에 있는 중앙대학교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1996년 매일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시인이다. <꿈꾸는 자는 유죄다>(천년의 시작, 2002), <푸른 손들의 꽃밭>(실천문학사, 2007) 두 권의 시집을 냈다. 평택에 살던 그는 2006년 마라도에 있는 절 기원정사가 작가들에게 창작공간을 내주자 마라도에 내려가 시를 썼다.
그때 두 사람은 만났다. 몇 번의 만남이 있던 2007년 1월. 당시 횟집을 운영하고 있던 원종훈 씨가 “나랑 결혼 할랍니까”라며 사랑을 고백했다. 류외향 씨는 “진담입니까”라고 물었고, 다음날 짐을 싸 평택으로 돌아왔다. 두 달 후 남편이 평택으로 찾아왔고, 두 사람은 11월 결혼했다. 결혼 후 부부는 횟집을 접고 2008년 초 마라도에서 네 번 째 자장면 집 ‘마라원짜장’을 열었다.
‘음식은 결국 맛’이라며 정성껏 자장면을 만들었다. 특히 두 사람 사이에 첫 아이 기련이가 생기면서 내 아이가 먹을 거라는 생각으로 더 정성을 기울였다. 맛은 두 사람의 사연과 함께 소문이 나 한 지상파 방송에 소개됐다. 장사는 잘됐고, 행복한 시절이었다.
그러나 6개로 늘어난 마라도 자장면 집은 치열한 생존경쟁을 벌이며 점차 ‘맛보다는 서비스’로 승부했다.
자장면 집들은 배에서 내린 관광객들을 골프카로 실어 날랐고, 골프카 대여 할인, 골프카 투어를 경쟁적으로 펼쳤다.
그런 모습에 부부는 망연자실했다. 골프카가 마라도를 망친다는 생각에 경쟁에 끼어들 수 없었고, 결국 두 손을 들었다.
남편 원종훈 씨는 “난리도, 그런 난리는 없었죠. 국토 최남단 섬의 풍광을 둘러 보고, 산책하는 그런 모습을 사라지고, 왁자한 소음만이 가득했어요. 골프카의 영향이 크다고 생각했죠”라고 말했다.
그렇게 해서 2년도 안돼 자장면 집을 접고 마라도를 떠났다. 그리고 새로운 각오로 문을 연 식당이 평택 ‘마라도’다.
톳자장·톳짬뽕 맛 보셨나요
자장면과 짬뽕에는 마라도 갯바위에서 채취한 톳이 들어간다. 톳은 칼슘과 철분이 풍부해 바다의 산삼이라고도 불리는데 빈혈과 골다공증, 심혈관계 질환에 특히 효과가 좋다는 분석결과가 나와 있는 해초다. 이 해초를 갈아 밀가루와 함께 반죽하고 천일염 만을 더해 면을 만들어 낸다. 이렇게 톳을 넣어 만든 면은 질기지 않고 부드러우며 먹고 난 뒤에도 더부룩하지 않고 속이 편안하다.
김정희 점장과 동행한 생협 조합원 박현순, 하경숙 씨는 “화학 조미료를 쓰지 않고 간이 다소 밍밍하지만 맛이 좋고 분위기도 좋아 가족 외식에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초기 메뉴에는 면에 탕수육과 탕수어가 있었으나, 최근 밥 종류와 팔보채, 유산슬 등 요리 10여 종이 추가됐다.
자장면이 먹고 싶다면 평택에 있는 마라도 자장면 집을 한번 찾아가보자.
찾아 가는 길
평택대 지나 안성 방향으로 200미터 지점.
공도읍 진사리 아파트촌 입구 정면.
전화번호: 070-7539-70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