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한사람들이 찾는 소박한 집철따라 변하는 제철 밥상 일품
39-노인 돌보미 노해남·윤증순 씨가 소개하는 서탄면 ‘초가집 솥뚜껑’
<단골 맛집> “나는 이래서 이 집을 찾는다”
3, 2, 1, 드디어 정오. 약속이라도 한 모양이다. 시계가 12시를 가리키기가 무섭게 서탄면에 위치한 ‘초가집 솥뚜껑’에 손님들이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최신유행의 인테리어, 고급 원목으로 만든 식탁? 그런 건 어디를 둘러봐도 찾기 힘들다. 오히려 그 반대다. 단출하게 상이 놓여있는 모습하며 요란하게 꾸미지 않은 가게의 풍경을 살펴보면 그저 이 집의 주인인 김재운 사장이 ‘초가집’이 좋아서 직접 붙였다는 ‘초가집 솥뚜껑’이란 이름 그대로 소박하고 친근한 모습이다.
현재 평택노인복지센터에서 노인돌보미로 활약하고 있는 노해남·윤증순 씨가 “이 식당의 특별함이요? 특별하지 않다는 것이 바로 특별함이죠!”라며 이 집으로 이끈 이유를 설명한다.
진위면의 봉사대장이던 윤 씨를 이 곳 식당으로 이끈 것은 서탄면의 봉사대장이라고 할 수 있는 노 씨. 각 지역에서 봉사현장에 빠지지 않고 활동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얼굴이 익고 몇 년의 시간이 지나자 친자매 못지않은 사이가 됐다.
본격적으로 두 사람이 노인돌보미로 활동하면서부터는 점심을 같이 하는 날이 많아졌다. 점심 메뉴 결정은 모든 회사에서 공통적으로 겪는 중대하고도 힘든 결정. 일의 특성상 대부분의 점심을 밖에서 해결해야하는 두 사람에게도 이 메뉴결정이 힘든 일이긴 매한가지였다.
봉사활동 절친 노씨와 윤씨 점심 단골
서탄면으로 오는 날엔 자연스레 이 집으로 향한다는 두 사람.
윤 씨는 “아무리 맛있는 산해진미도 매일 먹으라면 먹을 수 있나요”라고 운을 떼면서 “여기 오면 부담도 없고 음식도 집에서 먹는 것처럼 소박하고 친근해서 늘 오게 되더라고요”라고 말한다.
노 씨는 김 사장이 아무리 바쁘더라도 슬며시 노 씨의 손에 오이 같은 제철 채소를 슬쩍 지어줄 정도로 특별손님이다. 노 씨는 처음 문을 열던 6년 전부터 초가집을 찾은 오랜 단골. 노 씨가 김 사장의 모친과 같은 회사를 다니며 쌓여왔던 두터운 친분 탓이다.
“엄마도 정말 성품이 어질고 좋은 사람이었는데 딸도 그 성품을 그대로 이어받은 모양이예요. 명랑하고 친절하고 이쁘고”라면서 김 사장과 있었던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예전에 어르신들에게 쓰일 성금을 마련하느라 공공기관이나 식당 등에 저금통을 놓아뒀었거든요. 김 사장이 흔쾌히 수락 하길래 기분 좋게 놓고 갔는데 점점 저금통이 채워져가더라구요. 그런데 생각해보니 이 식당에는 거의 카드손님들뿐이라 잔돈이 남을 일이 없어요. 늘 입버릇처럼 좀 더 나이든 후엔 우리처럼 봉사활동을 하며 살고 싶다고 말하더니만, 알고 보니 그 돈 모두 김 사장이 틈날 때마다 채워 넣은 거였더라고요.”
그런 김 사장의 좋은 마음이 녹아들어서인지 매일매일 바뀌는 반찬들은 정갈하고도 맛깔나다. 가격마저도 착해서 몇 년 째 4천 원.
오늘의 메뉴로 나온 도토리묵 무침의 맛을 보니 탱글탱글한 묵의 식감과 매콤하고 고소한 양념이 잘 버무려져 절로 입맛을 돋운다. 국으로 나온 갈비탕도 뽀얀 국물에 진한 맛, 부드러운 고기의 맛까지 한 그릇에 담았다. 여기에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흰밥까지. 꼭 잘 차린 ‘집 밥’같다.
백반이며 된장찌개 김치찌개 모두 제 맛
5살이라는 나이차가 무색할 정도로 봉사로 좋은 친구가 된 두 사람. 편안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정겨운 식탁 앞에 앉으니 봉사활동을 하며 겪는 고충과 보람부터 시시콜콜한 근황까지 이야기보따리도 술술 터져 나온다.
윤증순 씨의 “워낙 맛도 좋고 오이가 많은 계절엔 오이가 아삭아삭하고 가지가 많이 나는 계절엔 싱싱한 가지가 올라오고 해서 밥상을 보면서 계절을 느끼기도 한다니까요”라는 말에 이어서 노해남 씨는 “그게 다 마음도 인심도 좋아서 그런거죠. 특히 날 보면 아무리 바빠도 밝게 웃으며 반기니까 더 오는 재미가 있다니까요”라며 칭찬을 늘어놓는다.
윤 씨가 다시 “우리는 주로 백반을 먹지만 가끔 먹어보면 된장찌개며 김치찌개 모두 맛이 제대로예요. 고기도 아주 맛있더라구요”라며 하나라도 빼놓을까 먹어본 음식들 칭찬을 덧붙인다.
좋은 사람들이 찾는 좋은 식당으로 자리하고 있는 초가집 솥뚜껑. 시간이 좀 더 많이 지난 후에는 이미 서탄면과 진위면을 돌며 열심히 활동하는 봉사대장 노해남 씨와 윤증순 씨와 함께 사람좋은 김재운 사장까지 사이좋게 봉사하며 공감을 느끼는 좋은 친구가 돼있을 것만 같다.
찾아 가는 길
주소 서탄면 금암리 242-20
전화 666-6066